Prolog. 굳이 베를린이어야 했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힙스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예요

2024.05.02 | 조회 279 |
6
|
Moment in Berlin의 프로필 이미지

Moment in Berlin

베를린을 여행하며 느낀 순간순간을 공유합니다 :)

Spielplatz Sherwood Forest
Spielplatz Sherwood Forest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샤를로텐부르크라고 하는 한적한 베를린 서쪽 동네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2주간 여행을 간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왜 베를린에 가기로 했어요?', '2주동안 베를린에만 쭉 있어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엄청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라서 점점 우물쭈물 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여행지를 정하는데 꼭 대단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첫 편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보려고 해요. 

✦✦✦

moment

직항이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면 다했지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니지만, 제가 오롯이 선택한 여행지는 대체로 정말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했어요. 일단 무언가에 꽂히면 깊게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끌리는 편이거든요. 어떤 영화를 감명 깊게 봐서 그 배경지를 좇는 것도, 그 도시의 역사 때문에 궁금해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제 안의 고집쟁이 어린아이가 튀어나와 '너 다른데 아니고 여기 가야 해.' 라고 외치는 순간들이 있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우연히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보고는 '어... 나 여기 갈거야!' 라고 말하고 나서는 냅다 학교 수업 과제로 두브로브니크의 건축을 주제로 삼으며 여행을 꿈꿨던 순간. 런던을 다녀온 뒤 그냥 '영국이라는 나라의 분위기' 그 자체에 꽂혀서 간 에든버러까지. 

재미있게도 베를린은 제가 에든버러에 갈 때 다른 친구가 여기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던 곳인데요, 그때는 왠지 모르게 끌리지가 않았어요. 다녀오고 나서 너무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친구의 호들갑에도 '그렇구나~'하고 말았는데, 그로부터 딱 10개월 뒤에 베를린에 가고 싶어질 줄이야. 

베를린이 제 마음에 들어온 것 역시 아주 짧은 찰나였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주제를 가지고 기록한 노트를 들여다보는 전시에 갔는데 그중에서도 하나의 노트, 딱 한 장의 기록에서요.

pinzle 진준화님의 디깅노트 中
pinzle 진준화님의 디깅노트 中

지금 보니 그렇게 대단한 내용은 아니다 싶긴 한데요, 도시를 '섹시하다'라고 표현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도대체 도시가 어떻길래 섹시하다는 수식어를 붙이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베를린을 '언젠간 꼭 가보고 싶은 도시'로 마음에 품게 됐어요. 심지어 직항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것마저도 매력적이라고 여겼던 걸 보면, 어떻게든 그냥 가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이번 휴가에서 당연히 1순위로 떠올렸던 곳이고, 다른 도시도 엮을까 고민하다 그냥 이곳에만 머물기로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가는 다른 동료분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나라와 도시도 고민했는데, 결국 진짜 내 마음이 동해서 가고 싶은 곳은 베를린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여행을 준비하다가 어떤 사람이 '베를린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결을 지니는 듯하다' 라고 표현한 걸 보며 '나도 그런가?' 하고 되물어봤는데요. 일단 첫째로 힙스터는 아니고요. 패션이나 쇼핑에 관심이 엄청 많은 것도, 비건이나 히피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도, 미술/역사 덕후도, 클럽 문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뭐 굳이 따지자면 '자유를 갈망한다'는 넓은 관점에서 해당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베를린은 포용력이 넓은 도시라고 하니 이런 저도 잘 받아 주겠죠~? 

✦✦✦

아무튼 정말 단순한 질문에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 도시, 베를린에 도착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놈의 섹시함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평화로운 구석 동네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요.

그럼 어디 한번 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이 도시, 제 스타일대로 유영해보겠습니다 〰️ 

첨부 이미지

- 2024. 05. 01 | Berliner Kindl 맥주를 한 잔 하며 베를린에서 씀 -


contents

베를린 여행을 준비하며 참고한 것들

원래도 엄청 꼼꼼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닌데, 이번 여행은 길게 한 도시에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더욱 게으르게 준비했어요. 그래도 혹시나 베를린 여행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제가 참고한 리스트를 공유합니다.

 

01 | <MAGAZINE B | ISSUE NO.43 BERLIN >: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에서 출판한 도시 시리즈입니다. 구매하고 나서 우연히 B의 에디터분을 만났는데요, 곧 베를린에 갈거라 이 편을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 정말요? 그거 출판한지 너무 오래 되어서 업데이트 해야 되는데.' 라고 하시는 거 있죠...? 그제서야 알아보니 2016년... 출간이더라고요. (OMG)

실제로 소개한 공간들 중 몇몇 곳은 구글맵에 검색하면 '폐업중' 이라고 떠서 마음이 아팠지만, 전반적인 베를린의 분위기와 지역별 특징을 알아가기엔 충분해요. 특히 크리에이터 인터뷰처럼 단순히 가게 소개를 넘어선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B에서 운영하는 뉴스레터에서는 20년도에 베를린 이야기를 담았으니 함께 봐도 좋겠어요.) 조만간 업데이트 판이 나오길 기다려 봅니다! 

©️ MAGAZINE B
©️ MAGAZINE B

02 | <베를리너: 힙스터의 도시 베를린에서 만난 삶을 모험하는 몇 가지 방식들> | 용선미 지음 :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베를린을 길게 여행한 저자가 베를리너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단편적인 여행 정보가 아니라 베를린에 사는 '베를리너'들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영화, 역사, 비건, 패션, 음식 등 베를린을 나타내는 키워드별로 베를리너의 삶을 소개하고, 그와 연결 지은 장소들을 추천해 줘요. 밀리의 서재에도 전자책으로 나와있고, 브런치스토리에서도 일부 내용을 볼 수 있어요.

 

03 | [요즘사 in 베를린] 새로운 일과 삶의 레퍼런스를 찾아서: 인터뷰 맛집으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요즘것들의 사생활>이 베를린으로 '영감여정'을 떠난 시리즈입니다. 베를린에 관심이 있을 때 업로드되어서 당시에도 열심히 챙겨봤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앞두고 다시 챙겨봤어요. 베를린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 인터뷰를 통해 베를린에서 사는 '워라밸 끝판왕!'의 삶을 간접 체험 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요즘사 크루가 여행하며 알려주는 정보들도 쏠쏠해요. 

©️ 요즘것들의사생활
©️ 요즘것들의사생활

04 | Emily mit Ypsilon: 독일에 거주하는 유튜버 Emily 님의 채널입니다. 주로 독일어 공부 관련 영상을 올리는 분이라 이전까지는 몰랐지만, 이번에 서칭하다 발견한 <베를린 여행은 과대평가 되었어요> 라는 강렬한 영상의 제목을 보고 클릭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베를린 거주자의 시선으로 베를린의 매력을 말해주고, 또 가볼만한 곳을 추천하는 영상이 2개 있고, 독일의 문화나 일상에 관련된 영상도 참고하기 좋아요.

사실 여행 정보 얻으려고 클릭했다가... 그냥 Emily라는 사람의 매력에 푹 빠져서 홀린듯이 구독 버튼을 눌렀다는 것은 안 비밀입니다(호호)

 

✦✦✦

여러분은 어떻게 여행지를 정하시나요? 거창한 이유가 아니어도 좋아요!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뉴스레터 홈에 댓글로 남겨 주세요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Moment in Berlin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6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이동규의 프로필 이미지

    이동규

    1
    8 months 전

    채도가 높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도시라니! 저도 독일의 여러 도시가 항상 여행 후보지였는데, 딱히 갈만한 이유를 못 찾고 있었는데, 훅! 끌리는 포인트네요ㅎㅎ

    ㄴ 답글 (1)
  • 아리솔의 프로필 이미지

    아리솔

    1
    8 months 전

    저도 베를린에만 열흘 정도 머문 적이 있었는데.. 템펠호프 공원과 쾨닉 갤러리를 강강추합니다 💛 그리고 베를린 서점을 구경하다 보면 Take me to the lakes 라는 책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베를린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시는 것도 넘 좋을 것 같아요,, 전 살짝 추울 때 가서 못 하고 온 게 아쉬웠어요 ㅎㅎ

    ㄴ 답글 (1)
  • 참참참의 프로필 이미지

    참참참

    1
    8 months 전

    오 저도 관심 없던 베를린이 궁금해졌어요! 앞으로 여행기가 너무 기대돼요~!

    ㄴ 답글 (1)
© 2024 Moment in Berlin

베를린을 여행하며 느낀 순간순간을 공유합니다 :)

메일리 로고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