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은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알고 계신가요? 올해 7월 보험사 신한라이프의 광고모델로 출현한 로지가 자동차 광고, 호텔 마케팅 광고에 이어 GS리테일의 2022년 새해 모델까지 발탁되었다는데요. 오늘은 많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로지의 제작자로부터 탄생비화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법인 ‘신한라이프’ 출범을 석 달 앞둔 지난 4월, 회사 브랜드팀과 광고대행사 TBWA는 매주 회의를 거듭하며 머리를 싸맸다. 새 출발 하는 대형 보험사가 젊은 세대의 주목을 받으려면 역동적이고 참신한 광고를 내보내야 하는데 학교 폭력, 미투 등 유명 연예인들의 추문이 줄줄이 터졌기 때문에 광고 컨셉에 맞는 실제 모델을 정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신선하고 물의 빚을 걱정도 없는 가상 인간을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름 오로지. 나이 22세. 출생지인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벤처 1세대 김형순씨가 이끄는 시각특수효과 분야 컨텐츠 기업 로커스의 자회사입니다. 로커스의 백승엽 대표와 이유리나 게임 시네마틱 감독이 만든 야심작이 바로 로지인데요.
- 왜 가상 인간 만들 생각을 하셨나요?
“2018년 영국의 가상 모델 슈두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망의 가을 컬렉션에 등장하는 걸 보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외국에서는 가상 인간을 활용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활발한데 정작 IT 강국 한국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1년 정도 구상했고 2020년 1월부터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 제작하는 데 오래 걸리나요.
“3D 제작 과정이 6개월 걸렸습니다. 이 세상에 없는 얼굴을 만들어 내느라 제작 기간 절반은 얼굴 구상하고 만드는 데 쏟았습니다. MZ 세대에게 호감 주는, 약간 중성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얼굴을 만들려고 국내외 유명인 얼굴을 두루 봤고 사진 형태로 이미지를 만든 뒤 이를 토대로 얼굴 3D를 제작했습니다. 거기에 피부 질감 만들고 머리 심고 몸체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대개 기본 표정을 54개 정도 만드는데 우리는 감정을 좀더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800개 가량 만들었어요.”
- 국내에도 LG전자의 래아를 비롯해 가상 인간이 여럿 있는 가운데, 로지가 주목받게 된 비결이 뭔가요.
“가상 인간 제작 기술은 몇 년 전부터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습니다. 국내 3D 스튜디오에서도 제작 가능하고 이제는 사람과 닮았다는 ‘기술력’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로지는 단순한 가상 인간을 넘어서 자신만의 개성과 세계관을 구축하고 SNS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면서 ‘국내 첫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작년 8월 로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 때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완전 멋져요” “매력 있어요” “인테리어도, 스타일도 너무 내 스타일”이라는 댓글이 붙으면서 3개월 만에 팔로어가 1만3000명 됐습니다. 작년 12월 30일에야 가상 인간임을 공개했지요. 그 후에 팔로어가 1만명 더 늘었고 올 7월 신한라이프 광고가 나간 뒤 한 달 만에 2만명 넘게 늘어 팔로어가 총 4만4000명 됐습니다.”
-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169개 있고 댓글도 일일이 답하는 걸 봤습니다. 주된 활동 공간이 인스타그램인 거지요.
“아무 사진이나 막 올리는 건 아닙니다. MZ 세대에 다가갈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패션, 여행, 환경, 일상생활로 테마를 4개 정하고 그에 맞춰 스토리 있는 사진을 제작해 올립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혔지만 가상 인간이니 세계 곳곳을 다니고, 하늘 위, 바다 밑도 자유자재로 누비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킵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주당 1~2개 꾸준히 올립니다. 이런 사진 한 컷 만드는 데 2D, 3D 작업 포함해 이틀 정도 걸리고 작가와 아티스트를 포함해 인력도 여럿 필요합니다. 로지 팀원 대부분이 실제 로지 나이와 비슷한 20대 초중반 여성이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냅니다.”
- TV 광고로 유명세를 타기 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지요?
“영국의 가상 모델인 슈두는 한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로지는 아프리카 의상을 입은 사진을 3개월간 각각 제작해 같은 날 하나로 붙여서 인스타그램에 동시 공개했습니다. 슈두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상 모델과 패션 화보를 촬영하면 로지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시도한 것입니다. 가상 인간들이니 굳이 만나지 않고도 한 공간에서 촬영한 듯한 사진을 내보낼 수 있었어요. 슈두 측에서도 한 번 더 협업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나라 진짜 모델 아이린과 함께 ‘액추얼과 버추얼의 만남’ 화보도 찍었습니다.”
-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처럼 로지와 음성 인터뷰도 할 수 있나요?
“올해 안에 목소리를 내려고 로지에 맞는 음성을 찾고 있습니다. 다만 이루다처럼 AI 기반으로 대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워낙 데이터가 없어 섣불리 갔다가는 사람들이 유도하는 대로 엉뚱한 대답을 해 논란을 야기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 로지의 추후 활동 계획은?
“올해 2~3월만 해도 로지를 알리려고 여기저기 전화해도 별 반응이 없었지만, 신한라이프 광고가 나간 뒤 70건 넘게 광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가상 인간을 쓰면 앞서간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그런지 패션, 자동차, 친환경, 디지털 경영에 관심있는 기업 등에서 연락이 많이 옵니다. 연내에 가상 남성도 만들 계획인데 무조건 제일 먼저 쓰겠다는 광고주도 있습니다.”
- 사람 닮은 로봇이나 가상 인간에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도 있던데 로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까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1970년대에 나온 것입니다. 소통이 잘 안 되니 호감도가 떨어지는 골짜기에 빠지는 건데 지금은 기술 수준이나 소통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MZ 세대는 가상 인간을 나와 다른 ‘버추얼’로 보는 게 아니라 나와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로지가 가상 인간임을 밝힌 이후에도 변함없이 찾아주는 인스타 친구들이 가장 소중하고 든든한 힘입니다. 상업적 목적에만 치중하기보다 앞으로도 쭉 자신만의 세계관을 펼쳐 보이면서 MZ세대와 잘 통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굳건히 자리 잡게 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로지의 등장과 성공에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사람과 닮아서 거부감이 없다" "같은 모델의 다른 광고에 식상하던 차에 신선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간들의 직업이 많아지겠다" 라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가상 인플루언서가 유명해질수록 운영팀이 늘어나니 콘텐츠 산업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이 컨텐츠는 2021년 8월 6일자 조선일보 기사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08/06/7FEG4VTKYFBTZPT3VEYFZPWK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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