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때는 다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했는데, 막상 일을 주면 '이 것까지 하기엔 너무 힘들다, 저건 내 역할이 아니다'라며 딴소리를 합니다."
면접 질문이나 채용 과정이 탁월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리더 분들을 만나게 되면, 그 답답함을 먼저 느끼게 됩니다.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싫은 소리도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 까 싶기도 한데요. 지금처럼 조직의 한명 한명이 중요한 시기에는 서로의 기대치가 맞는 사람들이 만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할 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난 글에서 리더가 AI 시대에 조직과 구성원을 정렬하는 방법으로 맥락설계를 다뤘는데요. 채용과정 뿐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의 기대수준을 서로 맞추기 위한 기준으로서도 작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설계한 맥락이 잘 적용되는 상황 vs 그렇지 않은 상황
구성원을 크게, 성과가 높거나 기대를 훌쩍 넘는 구성원, 또는 반대로 개선이 필요한 구성원, 그리고 나머지 다수의 구성원으로 나눠 생각해 봅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맥락설계가 스스로 작동해주기를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구성원은 보통의 다수의 구성원입니다. 스스로의 메타인지가 어느정도 충분한 상태에서 조직의 가이드가 역량과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구성원이죠.
그렇다면 고성과자들은 어떨까요? 고성과자를 맥락 안에 가두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들은 조직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가 기여 방식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리더가 할 일은 방향을 서로 합의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여는 것입니다.
물론 그 자유가 주어졌을 때 해당 구성원이 당황하거나 어려움을 겪으면 도와줘야 합니다. 만약 자유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면, 조직이 기대하는 방식의 고성과자가 아닐 수 있겠지요.
반면, 개선이 필요한 구성원에게는 맥락을 피드백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구성원은 스스로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잘 설계된 맥락이 있어도 "나는 맥락에 맞게 일하고 있다"고 믿거나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때 맥락설계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구성원 스스로가 활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리더가 피드백할 때 필요한 기대치, 기준, 근거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 조직이 설계한 방향과 기대하는 행동의 모습은 이랬는데, ○○님의 지금의 과정과 결과는 어떤 것 같나요?"라는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맥락을 벗어나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맥락에서 벗어나는 구성원을 관찰할 때는 맥락에서 이탈하는 수준과 조직 성과에 대한 기여 수준, 이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맥락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일하는데, 그 결과가 반복적으로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면 → 맥락의 유효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맥락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 맥락에서 벗어나는 방식에 결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면 → 구성원에게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욕심과 맥락의 차이
이와 같은 과정에서 중요한 전제 조건 하나는 맥락도 현실에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맥락설계를 하다 보면 이상적인 모습을 기준으로 높게 설계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구성원이 따르기 어려운 맥락이라면, 그저 리더의 기대치를 나열한 것일 뿐 실제로 작동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맥락은 이상적인 바람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맥락에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고객사에서 인사규정을 빨리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규정이 있어야 구성원들이 기준을 느낀다"는 이유였는데, 실상은 대표님이 조직 방향성에 대해 구성원에게 직접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촘촘한 규정도, 소통이 없는 조직에서는 유명무실해집니다. 구성원의 행동은 그동안 쌓인 맥락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맥락은 조직의 현재 수준과 잠재력을 반영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모습을 향해 조금씩 조정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우리 팀이 어디 있는지를 먼저 솔직하게 봐야 설계가 작동합니다.
기대를 맞추는 과정은 일방적인 강요나 이벤트가 아니라, 이런 관찰과 대화가 반복되는 상황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면접 때의 약속과 입사 후 현실 사이의 간극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리더의 일이고, 그 도구가 맥락설계와 1on1입니다.
관찰하고, 대화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정렬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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