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프레터(2026)

[베프레터 특별호] 질주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환경, 노동, 지역 발전, 경제 성장?

2026.11.05 |
첨부 이미지

질주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9월 19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 모습.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겨냥하며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습니다.

ⓒ 한겨레
9월 19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 모습.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겨냥하며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습니다. ⓒ 한겨레

[편집팀] 이 글은 9월 19일에 진행한 <이달의포럼> "AI 시대의 기후위기 : 메가프로젝트에 더 잘 맞설 방법?"에서 발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2026년 6월 29일 이재명정부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3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장 완공 시기를 약 10년 정도 대폭 앞당기고, SK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서남권을 포함해 전국으로 생산 거점을 확장하며, 유망한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장기적으로 대규모 금액을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제조 현장에 업종별 특화 로봇을 대거 보급하고, 대규모 로봇 양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합니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서는 급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협력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처럼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국가의 사활을 건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미래에는 AI 산업이 모든 것을 좌우할 테니, 정부와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산업의 고지를 선점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4,70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될 계획인데,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약 700조 원), EU 인베스트AI(약 300조 원) 등 국가적으로 AI 인프라 경쟁에 나서고 있는 주요국의 계획들에 비교해서도 베팅 자릿수부터 남다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금까지 낙후되어 있던 서남권에 가장 큰 비중인 800조 원을 투입하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한 전력, 다목적댐 등을 통한 용수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국가의 균형발전 또한 주요 목표라고 발표했습니다.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을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앉아 있습니다. ⓒ 연합뉴스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을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앉아 있습니다. ⓒ 연합뉴스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내용은 행복회로 그 자체입니다. 이는 AI 산업이 새로운 시대의 최고 핵심 산업이 될 것이고 투자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 기획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계획 자체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고, 과연 이 프로젝트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에는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습니다. 과연 3대 메가프로젝트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요?

 

무엇이 문제인가

환경 ① 전력 공급 문제

3대 메가 프로젝트로 AI 거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용인에 설치될 반도체 클러스터는 2050년까지 약 10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나, 수도권의 발전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입니다. 필요 전력 대부분을 지방에서 끌어와야 하지만, 이미 전라 · 경상 · 충청으로 이어지는 전력 라인은 포화 상태로 송전 용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강원도에서 태백산맥을 넘는 송전망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로 발생한 대량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송전망 공사에는 결국 송전선 건설 라인을 따른 대대적인 환경 파괴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송전선이 설치된 이후에 주변 거주자들의 건강 · 안전 문제 발생도 예상됩니다.

밀양, 청도 등 송전탑이 들어서는 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투쟁이 벌어져 왔습니다.
밀양, 청도 등 송전탑이 들어서는 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투쟁이 벌어져 왔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탈원전으로 가던 전력수급 방향이 전면적으로 수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8월 2040년 예상 전력수요를 지난 4월에 발표한 양보다 26.6 ~ 26.8GW 높였습니다. 이는 현재 건설 중인 대형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1.4GW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9기에 해당하는 전력수요가 추가된 셈입니다. 재생에너지는 발전용량에 한계가 있어 급증하는 산업용 전력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기에 결국은 추가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정부는 2025년 추가 설치가 확정된 3기 이외에도 추가적인 원전 건설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는 광범위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10만 년 이상 독성을 뿜어내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어, 막대한 환경 오염과 안전의 위험을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환경 ② 물 소비 문제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뿐 아니라 물 수요도 어마어마합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해야 할 용수는 하루 65만 톤에 이릅니다. 이는 광주 시민 140만 명이 쓴 하루 생활용수보다 더 많습니다. AI 산업에 이렇게 물이 많이 필요한 이유는 반도체 제조공정이 웨이퍼(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 세척 등에 불순물을 거의 제거한 '초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량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데이터센터는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는데, 1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하루 소비하는 양인 200만 리터는 총 6,500가구가 사용하는 물 사용량과 맞먹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대한 물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기존의 댐과 추가 시설을 활용하면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정부 자신의 분석과도 정반대되는 판단입니다. 정부의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2030년 기준 최대 가뭄이 찾아왔을 때 연간 5억 5천 톤의 물이 부족하다는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약 열흘 뒤인 6월 29일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는 서남권에서 연간 약 4억 톤의 물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예상이 극한을 가정한 분석이라고 하더라도, 물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언제나 위기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의 빠른 진행을 위해 물 공급 예상치를 자의적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막대한 물 사용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물 공급 대책은 기존 댐 증축, 미사용되던 댐의 저수량 사용, 농업용수 전환 등 미봉책들만 논의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뭄이 왔을 때 대책도 부족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가뭄이 기존보다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 사항에 넣지 않은 것입니다. 광주 · 전남 인구는 300만 명이 넘는데,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겠다는 하루 65만 톤의 용수는 약 220만 명이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만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가뭄이 오게 되면 물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부족한 물을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대신 이윤을 위해 생명수를 반도체 공장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이윤을 얻는 자본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이 강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푸른색 막대는 2023년 지역별 하루 생활용수 이용량이고, 붉은색은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상 정부가 밝힌 하루 취수량입니다. 보라색은 2024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사업장에서 취수한 양입니다. ⓒ 프레시안
푸른색 막대는 2023년 지역별 하루 생활용수 이용량이고, 붉은색은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상 정부가 밝힌 하루 취수량입니다. 보라색은 2024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사업장에서 취수한 양입니다. ⓒ 프레시안

 

환경 ③ AI · 반도체 산업 자체의 환경 문제

3대 메가프로젝트로 국가적 대규모 산업 집적시설이 설치되어 발생하는 문제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AI · 반도체 산업 자체가 기후 및 환경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로 약 2억 8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인구 4,700만)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개별 기업 단위로 보면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MS) · 아마존 · 구글 등 미국 빅테크기업 3곳의 탄소배출량이 2025년 ~ 2026년 1년 새 약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내 산업 통계 측면에서 보면 데이터센터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항공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는 AI 등 첨단산업이 기존 산업들보다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이라는 인식과는 괴리가 있는 결과입니다. 산업이 생산하는 생산물이 무형의 정보나 서비스들이기에 가시화가 잘 되지 않을 뿐, 전력 소모를 통해 상당한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가스들은 대기환경과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불화계 가스와 일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은 소량이지만 그 효과가 매우 크며 일부 가스는 이산화탄소의 수천에서 수만 배에 달하는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도체 공장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가스들이 더 많이 사용되며 기후에 악영향을 일으킵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여러 유독물질들이 누출되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에서 불소 가스가 누출되어 작업자 11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2025년에는 인천의 반도체 공장에서 유독가스 누출이 발생해 작업자 22명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인근 주민 등 120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반도체 공장의 유독성 물질들로 인한 사고 및 오염도 중대한 문제입니다.

 

노동 ① 노동시간 및 고용형태 유연화

정부가 마련한 메가특구특별법 초안은 9월 4일 당정협의회에서 처음 국회의원들에게 공유되었고, 정부는 9월 15일 메가특구특별법을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아직 발의 전 단계라 세부 문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초안에 담겼다는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노동과 관련한 법적 예외사항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 10월 20일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메가특구특별법 초안과 동일한 내용의 초광역특구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편집자주]) 

 

특히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가능하게 하자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는 것으로 고소득 전문직이나 관리직에게 최장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성과 중심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메가특구특별법 초안에는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관리자 · 연구개발(R&D) 인력이 동의할 경우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담겨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노동시간을 늘려 기업의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것입니다.

  ⓒ 뉴스토마토
  ⓒ 뉴스토마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주의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간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정산기간 전체 평균이 법정노동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노동시간의 제한을 지킨 것으로 보고, 연장수당도 발생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정산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간의 평균값을 산정할 때 사용자에게 유리합니다. 메가특구법은 현행 최장 3개월의 정산기간을 2배로 늘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는 것을 방조하고, 이러한 장시간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확대하고, 파견 허용 업종 ·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본은 인건비 절감과 쉬운 해고,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책임 회피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해 온 방향과 정반대의 정책 방향입니다. 자본과 자본을 뒷받침하는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범위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지속적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확대하려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조가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 교섭 대상이라고 주장한 점을 언급하며 “(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거나, 영업이익 중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것이 쟁의의 대상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에 상세한 지침을 만들라고 거듭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9월 3일 발표된 시행지침은 성과급과 같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명백한 근로조건의 결정과 공장이전으로 인한 전보 문제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들에 대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진행에 걸림돌이 될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면적으로 불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저는 아닌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저는 아닌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정권은 집권 초기 ‘친노동’적인 정권임을 어필하며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관료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권과 국가의 명운을 건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시행을 눈앞에 두자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고용형태를 유연화하며, 정당한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탄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메가특구특별법을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 결정하기로 한 점은 노동자들의 대표로 노동조합들이 참여해 결정했다는 명분을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반발을 노동조합을 포섭함으로써 막아보겠다는 정치적 꼼수입니다. 결국 메가특구특별법의 제정은 노동환경의 후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노동 ② 속도전에 따른 현장 위험 증가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진행에 있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속도’입니다. 그러나 속도가 강조되면 현장의 안전은 극히 위험해집니다. 공기가 짧아지면 이에 맞추기 위해 작업속도는 빨라지고, 지켜져야 할 안전조치들이 지켜지지 않기 시작합니다. 특히 하청업체는 원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촉박하게 주어진 공정기간을 준수하려 필수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벌써 이런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1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현장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각각 장시간 고강도 작업 후 심근경색으로, 영하권 한파 속에서 역시 장시간 고강도 작업 중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이는 속도전으로 인해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한파 대비 노동자 안전보호대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입니다. 심지어 사망한 노동자들은 공사를 하도급받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기에, 원청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무는 하청업체 판단에 따라 이뤄지며, 근무 시간을 강제하지는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할수록 현장의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발전 문제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자 가장 먼저 이를 반긴 사람들은 서남권, 즉 전남 및 전북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긴 지역 차별의 역사로 인해 산업기반 및 각종 인프라들이 미비한 지역에서 힘들게 삶을 꾸리거나 결국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나가야만 했던 이곳의 사람들은 삼성전자와 SK가 총 80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하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AI 관련 산업 유치로 지역에서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요?AI 및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의 경우, 자동화의 비율이 높고 연구 업무 등 소수의 인원만을 필요로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취업유발계수가 매우 낮습니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 원을 투입했을 때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알려주는 수치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2023년 기준 2.4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하면 10억 원을 투자하면 일자리가 2.4개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는 전체 산업의 5분의 1, 전체 제조업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역의 일자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또한 반도체 수요로 여타 산업에서 유발되는 부가가치에 대한 계수는 0.09로, 자동차 0.49, 선박 0.45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아무리 투자가 많이 되어도 지역에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일자리 확대를 위해 참조했던 '산업별 취업유발계수'. 빨간색 네모가 반도체 산업. ⓒ 행정안전부  
  문재인 정부 당시 일자리 확대를 위해 참조했던 '산업별 취업유발계수'. 빨간색 네모가 반도체 산업. ⓒ 행정안전부  

물론 투자되는 액수가 천문학적이기에 단순히 따지면 상당한 효과가 예상되기는 합니다. 총 4,700조의 투자액이 모두 해당 산업의 최종수요로 전환된다는 단순 가정에 따르면, 고용유발계수를 적용할 경우 약 700만 명 수준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들 중 상당 부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메가특구특별법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3대 메가 프로젝트로 늘어날 일자리 대부분을 비정규직들로 채우려 하는 계획입니다. 결국 3대 메가프로젝트로 지역에 창출될 좋은 일자리는 극소수의 연구 · 관리직일 것이고, 이러한 자리 대부분은 그마저도 서울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원에 의해 채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자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3대 메가프로젝트로 유치되는 인프라가 있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요? 문제는 이러한 일부 인프라 유치만으로는 지역의 실질적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역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당 지역이 낙후되며 일자리, 구매 활동, 문화 활동,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 인간으로 살면서 가장 필수적인 활동들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살면서 부족함을 느끼고 외부로 빠져나가게 되는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은 지역 자체의 일자리, 유통, 문화, 인문 등 사회 전반의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역의 일부에 특정 인프라만 확충되면 결과적으로는 “빨대효과”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빨대효과는 인프라가 확충된 도시가 주변 지역의 인구와 경제력을 흡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프라가 더 많은 곳으로 인구가 몰리게 되고, 인프라가 없는 곳은 인구가 빠져서 공동화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빨대효과는 아산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산의 경우 KTX 천안아산역과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와 인프라가 크게 확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산 지역 자체의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결국 인프라가 새로 설치된 지역 근처에만 한정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지역 일부에 설치된 인프라는 또 다른 인프라를 불러오고, 확충된 인프라에 의해 해당 지역에만 인구가 몰리게 되면서 지엽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기존 아산 구 도심 지역은 변한 것이 없는 상황이므로 결국 사람이 빠져나가며 오히려 낙후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외부로부터 이식된 인프라는 그 인프라가 존재하는 일부 지역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그 범위에 들어가지 못한 지역은 오히려 사람이 빠져나가게 되는 지역 내 불균형을 만드는 것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 또한 지역의 인구 및 생활권을 재배치할 뿐, 지역 내 환경 전반을 향상시킬 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빨간색이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 공장과 KTX 천안아산역이 들어온 곳입니다.이와 가까운 파란색의 신도시에 모든 것이 쏠렸을 뿐, 초록색의 구도심은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빨간색이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 공장과 KTX 천안아산역이 들어온 곳입니다.이와 가까운 파란색의 신도시에 모든 것이 쏠렸을 뿐, 초록색의 구도심은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은 가능하지 않을까?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이렇게 많아도 결국 이 프로젝트로 인해 경제가 성장할 것이기에 긍정적인 일이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AI 산업 자체에 불안정성이 매우 높기에 결국 경제성장조차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먼저 AI 산업 내부에서부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래가 불투명합니다. 최근 AI를 직접 만들던 사람들이 AI 산업에 대해 “우리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거나, “향후 10년 내 AI로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을 10% 이상으로 본다”고 하는 등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AI가 지능이 높아지게 되며 AI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지거나 심지어 사람들을 공격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AI 개발에 어떠한 규제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논의가 외부가 아니라 업계를 가장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당사자들 입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산업의 최전선에 선 이들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언급한다는 것은, 적어도 그들 자신이 지금의 속도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산업은 불안정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아시아경제
  ⓒ 아시아경제

또한 AI 산업에 거품이 껴 있고, 언젠가는 이 거품이 붕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거품 붕괴는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요인 중 하나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파괴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의 분석은 AI 산업은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비용이 들어가 막대한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게 되나, 실제 AI를 통한 수익 창출이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지속적인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현재 AI관련 기업들은 엔비디아 → OpenAI → 오라클/코어위브 → 엔비디아로 이어지는 순환거래 구조로 되어 있기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끊임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9월 14일에는 이런 우려가 겹치며 엔비디아 · 브로드컴 · AMD 등 반도체 업종 주가가 하루 만에 3~5%씩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3대 메가프로젝트로 AI에 대한 베팅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기저에는 "미래 성장동력은 오로지 AI뿐”이라는 명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사회적 역량을 메가프로젝트에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내재하는 불안정성들이 존재하고, 언제든 AI 산업의 거품이 꺼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가와 기업은 발생한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세금과 구조조정이라는 형태로 떠넘길 것입니다. IMF 금융위기 때에도 사태 해결은 실제로 경제를 파탄낸 기업과 국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산업에서 나올 이윤만 낙관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자원의 투입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미칠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과제는?

정부는 사활을 걸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변전소, 송전망, 댐, 원전 등 막대한 인프라와 전국 단위 특구 지정, 노동과 환경 규제 완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예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띄울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이기에 강하고 집요하게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프로젝트는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것이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후퇴시킬 것이며, 지역의 문제를 악화시킬 것입니다. 심지어 AI 산업의 내재적 위험이 실현되거나 거품이 꺼지기라도 한다면 우리 사회는 거대한 손해를 볼 것이고, 그에 대한 청구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내밀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명분은 메가특구특별법에 의한 노동권 후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원하는 결실을 얻지 못한 채 정부의 거수기 역할만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정부에 대하여 이렇다 할 협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운동이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투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호남권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찬성하는 여론이 강하기에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민주노총은 정부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들러리가 되는 대신 사회적 대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메가특구특별법과 쟁의 대상을 제한하는 노조법 시행지침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건설해야 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서는 운동을 건설해나가는 것입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분명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심지어 정부와 기업들이 약속한 경제적 풍요마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프로젝트를 통해 이윤만을 취하려 할 것이고, 발생하는 문제와 비용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입니다. 이를 대비해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실상을 폭로하고 발생하는 문제들을 추적해 고발하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 연대해 싸울 수 있는 대중운동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기술 발전 방향과 자원의 분배를 이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VF]


[다가오는 VF 모임]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  베프레터는 유료 컨텐츠입니다. 구독하시는 분들은 베리프론트가 주최하는 모든 토론 모임에 별도 참가비 없이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 구독자가 아닌 분은 베리프론트의 <이달의 포럼>에만 참가비를 내고 오실 수 있어요.
  • 베프레터를 주변 친구에게 소개해주세요! 소개로 구독하게 된 분, 소개한 구독자 분께 모두 1개월 무료 멤버십을 적용해드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베프레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다른 뉴스레터

이웃 뉴스레터 Beta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다른 뉴스레터의 글이에요.

© 2026 베프레터

불평등-혐오 없는 사회,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활동가-연대자를 위한 레터 veryfront.net

뉴스레터 문의veryfrontofficial@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