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결정된 고양이에게 수의사가 한 일

다리를 못 쓴다고 별이 되게 할 순 없었어요

2026.05.28 | 조회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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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고양이를 마주하면 아이의 안녕과 행복을 빌게 돼요. 좋은 사람들이 곁을 지켜주길, 오늘도 씩씩하게 지낼 수 있기를요. 마냥 걱정하고 안쓰럽게 여기기만 하면, 눈에 밟히고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려서죠.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이야기는 제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은 이야기예요. 세상을 떠날 수도 있었던 고양이가 기적처럼 목숨을 건지고, 지금은 누구보다 사랑받으며 살고 있거든요. 그것도 병원에서, 많은 의료진의 비호를 받으면서요. 두 다리로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고양이, 동행이의 이야기를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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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개에게 물려 다리를 못 쓰게 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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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누군가 품에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병원 문을 열었습니다. 들개 세 마리에게 공격을 당했다 하더라고요. 4남매 중 유일한 암컷이라 더 애지중지 키워왔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삼색이'.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허리뼈가 분리되어 있었고, 뒷다리는 다시 쓸 수 없는 상황이었죠. 삼색이는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구조자 분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수술 비용도 문제였지만, 설령 살아난다 해도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하는 아이를 입양할 곳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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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안락사'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그분께 저는 "마지막 가는 길, 저희가 잘 돌봐드리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체 처리도 병원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요. 미안해하는 구조자 분을 보내고, 저는 한참 삼색이 곁에 있었습니다.

 

#2. 안락사 대신 새 이름을

직원들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보호자가 없다고, 다리를 못 쓴다고 안락사를 하지는 말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입양은 어려울 테니, 아이를 병원에서 치료하고 우리가 키우자.

그렇게 삼색이는 안락사 대신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그 아이에게 새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동행'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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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지났을까요. 구조자 분이 반려 중인 고양이 예방접종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아오셨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가시는 분을 붙잡고, 저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습니다.

저, 보호자님. 사실 그때 그 아이가… 아직 저희 병원에 있어요.

세상을 떠난 줄만 알았던 아이가 눈앞에 살아있으니, 구조자 분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하셨습니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하시면서도,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셨어요. 그 옆에서 영문도 모른 채 눈만 깜빡이던 동행이만 빼고요.

 

#3. 그저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나아서

지난 5월 21일에 받은 따끈따끈한 동행이의 근황
지난 5월 21일에 받은 따끈따끈한 동행이의 근황

6년이 지난 지금, 올해로 8살을 맞이하는 동행이는 동물병원의 마스코트로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뒷다리를 쓰지 못합니다. 대소변도 저희가 도와줘야 하고요. 하지만 병원 식구들의 도움과 나름의 방식으로 병원을 누비며 씩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동행이를 포기했더라면 이렇게 예쁜 모습은 다시 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살린 이유를 묻는다면, 단지 이거 하나입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낫기 때문에요. 물론 동행이가 삶의 질이 안 좋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면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봄에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는 문제일 뿐, 동행이가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으니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죠. 더군다나 병원은 항상 아이를 봐 줄 수 있는 곳이니까요. 

 

매일 아침 진료실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저를 올려다보는 아이. 어쩌면 제가 동행이를 키우는 건지, 동행이가 저를 키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동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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