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내리쬐던 2024년 여름, 뜨겁게 달궈진 양철지붕 위에서 위태롭게 숨을 이어가던 아깽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기력을 찾으면 다시 길 위로 보내주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아이는 수의사 손을 쉽게 떠나지 않았죠. 먼 바닷길을 건너와 완벽한 묘생역전에 성공한 시루의 이야기, 지금 들려드릴게요! ✨

#1. 서해 최북단 '소청도'에서 만난 기적
2024년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3677 동물구조대' 그리고 '벳아너스 수의사'들은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대한민국 서해안 최북단인 소청도로 의료봉사를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열악한 환경 속,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태롭게 놓여있던 아기 길냥이 한 마리를 극적으로 구조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우리의 눈에 띄어 목숨을 건진 아이였죠. 곧바로 응급 처치와 긴급 케어를 시작했고, 다행히 아이는 금세 활력을 찾으며 의료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치즈 고양이가 바로 지금의 ‘시루’입니다.

#2. 수도 없이 봐온 아깽이지만, 시루는 남달랐어요
기운을 차린 시루는 큰 눈과 앙큼한 수염패드,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며 엄청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순식간에 시루의 매력에 완전히 푹 빠져버렸죠.
밥을 먹을 때나, 잠깐 쉴 때나, 이동할 때나 제 품에는 늘 시루가 함께 있었습니다. 배에 올려놓고 함께 잠도 잤고요. 원래 계획은 건강해지면 소청도 길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정이 들 대로 들어버린 시루를 차마 길에 두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시루를 품에 안은 채, 인천으로 돌아가는 배에 함께 올라버렸죠.


#3. 우리 병원의 '슈퍼스타'가 된 시루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시루는 입성하자마자 병원의 단숨에 '슈퍼스타'가 되었어요. 병원 단톡방은 온통 시루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고, 우리 직원들 모두가 시루의 사랑과 간택을 받기 위해 갖은 노력과 정성을 바치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시루의 집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와중…! 시루가 직접 찍은 '단 한 명의 진짜 집사'는 바로 우리 병원의 동물보건사 선생님이었습니다. 마침 고양이를 입양하려던 찰나에 운명처럼 시루가 나타났고, 두 사람은 그렇게 둘도 없는 평생 가족이 되었답니다.

#4. 캣타워와 큰 집, 최고의 집사와 함께 갓생 시작
소청도의 외로운 아기 길냥이에서 완벽한 묘생역전에 성공한 시루는, 현재 그야말로 '갓묘생'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시루를 입양한 보건사 선생님은 시루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선뜻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감행했고, 거대한 캣타워까지 마련해 주며 귀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서는 중성화 수술과 탈장 수술까지 무사히 마쳐,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섬마을 길가에서 육지로 건너와 가장 완벽한 가족을 만난 우리 똑순이 시루.
수의사로서 수많은 생명을 치료해 왔지만, 먼 바닷길을 함께 건너와 한 아이의 삶이 온전히 행복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저에게도 잊지 못할 선물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시루야, 먼 길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늘 건강 지켜줄 테니, 지금처럼 예쁜 모습으로 우리 보건사 선생님 사랑 듬뿍 받으면서 오래오래 행복해야 해.

이번 기적멍냥 스토리의 주인공
부평모모동물의료센터 권정현 원장 & 시루

반려동물과의 운명 같은 첫 만남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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