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짧은 뉴스 모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만약 케이팝 팬이라면 저처럼 굉장히 바쁜 3월을 보냈을 텐데요. 연이어 들리는 전시 소식까지 틈틈히 소비한 콘텐츠가 넘치는, 도파민 가득한 한 달을 보냈습니다. 4월의 초입에서 그간 보았던 콘서트와 전시와 기타 문화/예술/콘텐츠에 대한 간략한 리뷰를 남기고 싶었어요. 그리고 봄과 함께 찾아오는 새 전시, 페어 소식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문화 예술계 곳곳의 소식으로 꽉 채운 알찬 단신 레터가 될 테니 끝까지 눈여겨봐주세요!
REVIEW | KPOP, 3월
오랜만에 전하는 케이팝 리뷰입니다. BTS J-Hope으로 시작해 Seveteen Caratland로 알차게 채워진 3월이었습니다. 에이티즈가 1년 3개월의 월드투어를 마치고 앵콜 콘서트를 서울에서 마무리했고요. 에스파 또한 월드 투어를 마치고 서울 앵콜 콘서트를 했죠. 태연, 제니와 같은 여자 솔로 가수와 지드래곤 등 남성 솔로 가수의 콘서트까지 매주 들리는 풍성한 공연 소식으로, 팬들에게는 이래저래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한 달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다녀온 두 번의 콘서트 후기를 짧게 기록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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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OPE <HOPE ON THE STAGE> IN SEOUL 2.28-3.2
공연의 현장감을 사랑하는 사람, BTS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제이홉의 이번 솔로 콘서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격자형으로 설치된 스크린이 매 곡마다 가변적으로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다이나믹한 무대 연출이 돋보였어요. 붉은 색에서 시작해 흑백, 갖가지 색채를 거쳐 마침내 터져나가는 색의 향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까지 무척 좋았습니다. '스트릿 댄스로 춤을 시작했고, 그 뿌리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제이홉의 춤에 대한 애착이 담뿍 묻어나는 셋리스트와 퍼포먼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콘서트에서 이번 신곡을 선공개하면서 '세상에 사랑이 부족한 것 같아서,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다'는 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지. 팬도 가수도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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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T <ACT : PROMISE EP.2> IN INCHEON 3.7-3.9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로운 월드투어가 인천 인스파이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ep.2'라는 이름으로 작년 콘서트 셋리스트의 일부를 차용하고, 새로운 곡과 퍼포먼스를 추가한 공연을 선보였는데요. 특히 최근 11월 발매한 '생츄어리' 앨범의 전곡을 새롭게 무대에 올렸고, 투바투의 팬이라면 만족할만큼 재미있는 솔로 퍼포먼스들도 많이 가미되었어요. 다만 작년 3월 발매한 앨범 셋리스트가 그대로 잔존하고, 당시 선보였던 의상 등을 다시 사용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열정이 돋보이는 현장감 넘치는 무대와 공연 매너는 언제 봐도 좋은 것 같아요. 투바투 팀은 인천 콘서트 말미에 5월 새 소식을 전하겠다는 후기를 덧붙였는데요, 과연 봄에 어떤 소식으로 찾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월드 투어를 마치고 다른 모습으로 곧 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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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ㅣ KPOP
- 4월 첫째주, 이번 주에는 아이브의 팬 콘서트가 있어요
- 4월 셋째주에는 제로베이스원의 팬 콘서트가 있어요
- 5월 마지막 주에는 세븐틴이 컴백해요, 사전 녹음을 진행해 완전체로 컴백한다고 합니다
- 5월 마지막 주에는 위버스 합동 콘서트가 있어요, 2차 라인업까지 나왔습니다
- 6월에는 앤팀의 서울 콘서트가 있어요
- 6월에는 BTS 멤버들이 모두 제대해요, 페스타 소식을 기다려봅니다
REVIEW | ART, 3월
3월에 다녀온 전시 중 대부분은 비지터씨 뉴스레터를 통해 후기를 전달드렸는데요. 개막하자마자 다녀온 김아영 작가의 <플롯 블롭 플롭>은 이번 레터에 같이 소개해둡니다. 도산공원 앞에 위치한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의 지하 2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들어서면 김아영의 "알 마터 플롯 1991"이라는 하나의 작품이 메인으로 설치되어 있어요. 약 20분간 상영되는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조명 연동 설치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데요. 사변적 서사 Speculative Fiction 라고 분류하는 최근작들, 가령 '딜리버리 댄서 연작(2022-현재)' 등에 비해서 가공의 이야기는 조금 적은 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더 오래전 진행한 리서치, 이전의 작품에 그 바탕을 두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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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플롯 블롭 플롭 PLOT BLOP PLOP> 3.21-6.1
전시장에 들어서면 언뜻 머리를 부딪칠 것 같은 해석되지 않는 도형들과 발치에 걸릴 것처럼 낮은 사각의 구획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깜박깜박이는 전구 사이로 들리는 소리를 따라 영상 앞으로 가서 약 20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 도형과 구획이 영상에 나오는 어떤 구성요소의 일부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석유를 둘러싼 거시사와 미시사가 '걸프전의 작전 지도'와 '알 마터 아파트의 평면도'를 넘나들며 여러 기억과 시공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의 플롯을 구성해나갑니다. 사실 작가는 이미 2010년대 석유를 주제로 사운드 설치, 목소리 퍼포먼스, 음악극 득 청각 이미지를 중심에 둔 3부작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특히 3편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를 위해 제작되어 전시와 함께 퍼포먼스로 선보였어요.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세계사와 한국사 안에서 석유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서사를 좇아요. "기원전 성경과 길가메쉬 서사시에 기록된 역청과 석유에 관한 기록, 20세기에 이르러 에너지원으로 재발견된 물질 석유, 1973년, 1979년의 석유 파동, ... 1990년, 공교롭게 발발한 걸프전쟁"에 대한 서술은 세계사의 한 파편이고요. "한국의 건설인력 중동 이주, 1980년대 한국 기업이 건설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마터 아파트 단지, ... 1990년 걸프전을 피해 알-마터 아파트 단지로 쏟아져 온 쿠웨이트 피난민들과, 한양건설이 시공한 그 아파트를 둘러싼 기억." 이는 작가의 개인사이자 작가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개인적 기록입니다.
AI 이미지의 등장과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은 작가가 상상하는 사변적 서사를 온전히 때로는 비유적으로, 부분적으로나마 현실에 구축하는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이미 예산 또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청각 이미지의 형식으로 완결되었던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김아영은 시각 이미지로 다시 제작하면서 서사를 덧대어 나갑니다. 작가가 촬영한 영상들은 때로는 실사 촬영의 원본 형태로, 2D 도면의 형태로, 때로는 3D 가상 공간 이미지로 등장하며 실제와 허구를 넘나듭니다. 기술은 단순히 도구일 뿐이고, 이는 사용자의 디렉팅과 숙련도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김아영의 이번 작업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들의 기억은 우리 주변부에 여전히 흐릿하게 존재합니다. 작가의 기억을 엿보는 일은 곧 우리 (주변의) 근대를 되짚어 보는 일이자, 이권을 둘러싼 세계의 상흔을 쓰다듬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기억의 불완전한 틈새를 유영하는 방식, 기억이 픽션화되는 방식 ... 모든 기억은 소환의 노동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이미 자체적으로 픽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과장일까요)."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찾아가신다면 후문 입구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고, 지하 2층에서 카페 마당을 가로질러 좌측의 철문을 밀고 들어가세요.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카페 마당에서 주말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괜찮아요. 음식이 제법 괜찮고, 에르메스 그릇에 서빙됩니다. (음식은 압구정 평균 가격이라고 생각하고요, 커피는 조금 비싸요.) 카페만 가고 싶다면 인근의 루이비통 도산 팝업 카페나 젠틀몬스터의 누데이크가 도보 5분 거리에 있으니 추천합니다.
PREVIEW | 봄 기대평
전시
- 호암미술관 <겸재정선> 4.2~6.29 ★★★★★ 오늘부터 시작! 봄 전시 하이라이트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론 뮤익> 4.11-7.13 ★★★★ 호주 현대 인물 조각, 네 단어의 조합이 낯설고 기대됨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민화 대전> 3.27~6.29 ★★★★ 워낙 좋은 컬렉션이라서 말을 더할 필요가 없을듯
페어
- <아트부산> 5.8~5.11 ★★★☆ 가정의 달, 어린이날을 피한것까지는 좋았는데 연휴 이후의 고즈넉함을 즐길 자는 과연
- <서울국제도서전> 6.18~6.22 ★★★★☆ 올해도 핫함을 과시하는 도서전, 내 자리 하나 챙기기
-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8.26-11.23 ★★★☆ 올해 주제로 '강령: 영혼의 기술' 발표, 오컬트/신비주의/영적 전통이라니 취향 저격
뮤지컬
- <팬텀> 5.31-8.11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4.8 1차 예매) | 10주년 기념 돌아온 대장, 피켓팅 예상 중
- <위키드> 내한 7.12-10.26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 (예매일 미정) | 여름에 개막이긴 한데요 곧 티켓팅일 것 같아서 미리 넣어보았습니다
부록 | 한줄평, 3월
영화
- <미키 17> ★★★☆ 로버트패틴슨의 매력 재발견, 봉준호의 매력은 글쎄
- <콘클라베> ★★★☆ 미쟝센과 스릴의 적절한 조화, 반전의 매력은 글쎄
OTT
- <빌리언스> ★★★★ 정치드라마로 시작했는데 아침드라마 재질인
- <냉장고를 부탁해> ★★★★ 패널과 셰프의 찰떡궁합
웹소설
- <나혼자만 레벨업> ★★★ 웹소설보다 웹툰이 재밌다고 합니다
-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하는구나> ★★★★★ 취향저격, SF를 좋아한다면
책
- <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나이듦에 대한 조언과 성찰
보드게임
- <끝나지 않는 한여름> ★★★☆ 할수록 느는 연기력과 참여자의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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