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대전 좋아하세요? 성심당 빼면 아무 것도 없는 도시. 칼국수가 맛있는 도시. 두부 두루치기가 있는 도시. 한 때, 엑스포를 열었던 꿈돌이의 도시. 그렇지만 대전은 재미 없는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대전은 엑스포를 열었고, 카이스트가 자리잡고 있는 ‘과학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국제적 규모의 과학예술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2024년 과거 비엔날레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스핀오프 전시‘인 “너희가 신임을 모르느냐”를 개최했다. 제목은 연금술사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의 질문에서 따왔다. 전시는 끝났지만, 수어 해설과 쉬운 전시말 프로젝트와 같은 배리어 프리는 전시 기획에 꼭 참고할만하다.
헤파이스토스의 후예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말할 때, 아직 예술이 기술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술의 영어 단어 아트(art)가 라틴어 아르스(ars)에서 유래했고, 다시 아르스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에서왔다. 테크네는 다시 우리가 기술이라고 부르는 테크닉(technique)의 어원이다. 예술과 기술은 같은 단어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둘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서구의 신을 떠올려보자.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신, 그는 헤파이스토스다. 그는 망치를 두들겨 도구를 만들어낸다. 즉 ‘테크네’의 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창조하는 자다. 대전 과학예술비엔날레에 따르면 미술가는 헤파이스토스의 후예다.
헤파이스토스는 대장장이들의 신이다. 그는 불 앞에 금속을 제련하여 더욱 단단한 물건을 만든다. 발명이야 말로 ‘테크네‘의 성취였을 것이다. 연금술사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가 질문했을 때 ”(인간들아)너희가 신임을 모르느냐“라고 했을 때, 그 신의 모습은 헤파이스토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신은 곧 ”창조하는 자“라는 세계관이 깔려있다.
‘시인’을 짧게 발음하면 ‘신’이고, 방심한 채 허술하게 ‘신‘을 발음하면 ’시인‘이 된다. ’신’은 최종까지 신이어야 하며, 시인은 시 이후의 인간에게 붙인 이름이므로 신에도 시에도 앞서지 못한다.
김효숙; “누군가의 슬픔을 맡아놓은 사람 -신용목의 신작시 3편, 근작시 3편)*
창조는 신의 일이고, 예술가/발명가는 창조한다. 발명하는 신인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였다. 장애를 가진 신이 예술가/발명가의 신이라고 하니, 창조야말로 정상성의 규범 바깥에서도 벌어날 수 있는 일이 된다. 그리고 대전 과학예술비엔날레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배리어 프리’ 해설을 선보였다. 전시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두 가지 장치를 준비해두었다. 하나는 수어로 전시 해설을 읽어주는 영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쉬운 전시말‘이다. 이것은 미술관의 역할이다. 미술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언어는 권력이다. 한글(언문)이 여성과 양민의 글이었던 이유는 여전히 권력층이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술은 (아마도) 영원히 어려운 개념어를 놓지 않을 것이다. 미술을 표현하는 영어 표현, 한자 표현, 어려운 개념어들이야 말로 미술의 신격화의 주춧돌이다. 이 언어를 이해하는 자들만이 미술을 향유할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관과 박물관의 역할은 미술을 즐기는 사람을 많이 늘리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시도는 기존의 언어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언어적 표현 뿐만 아니라 전달하는 매체에서도 다르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절름발이일지라도
수어는 그 자체로 농인들이 사용하는 제1언어다. 수어는 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다른 별개의 언어이기도 하다. 농인들은 청인들과는 감각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 언어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어는 농인들을 위한 언어이다.** 단순히 텍스트로 써있는 한국어가 아니라 수어만이 전달할 수 있는 전시 해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는 미술의 수용 감각 역시 전혀 다를 것이다. 텍스트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청인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다름‘은 무수한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해야만 한다. 이렇게 쓰는 순간에도 청인이기 때문에 이 차이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수어‘로 쓰여진 글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것은 확실하다.
’쉬운 전시말‘은 대전 소재 초등학생들이 참가하여 작성한 전시글이다. 일반적인 전시글과 쉬운 전시말을 번갈아 읽고 나면 평소 작품 소개가 얼마나 어려운 말이었는지 알 수 있다.
서재웅은 근대 과학 혁명의 근간인 인간 중심적 인식론을 타개하고, 음양오행의 세계관을 빌려 지구 순환 구조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장 곳곳의 조각과 그림들은 샤머니즘과 애니미즘에서 기원하며 자연철학을 경유해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자연현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유구한 시도가 이루는 계보를 촘촘히 되짚어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구 순환 시스템 속 문해자의 역할에 주목하여 생산과 소비에 치우친 기존의 시각을 폐기해 분해의 단계까지 확장하여 인식의 균형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
전시해설 부분
그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손으로 만든 느낌과 자연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살려 작품을 만든다. 서재웅은 사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연이 서로 돕고 이어지는 모습을 소중하게 바라볼 것을 이야기한다.
쉬운 전시말 프로젝트 부분
배리어 프리는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길, 더 나아가 미술과 과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인간은 나아지는가?“ 이 질문 앞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면, 그 조건은 ‘배리어 프리‘일 것이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세계가 곧 더 나은 세계일 것이다. 스티븐 핑커가 저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말하듯이 말이다.
이어지는 프로젝트
쉬운 전시말 프로젝트는 이번 과학예술비엔날레에 이어 대전시립미술관 어린이미술관 특별기획전 “금 밟고, 폴짝!”에서 이어진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관내 초·중·고등학교 6개 학급과 함께 전시 및 작품 설명을 읽고 다시 써본다. 전시 접근성을 키우고 서로가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는 ‘놀이‘를 주제로 김현정, 소목장세미(유혜미), 깪(정유라), 띠리리제작소(조동광) 등이 참여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창조와 변화, 가능성을 느껴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특히 어린 시절 모두가 즐겼던 ’놀이’는 모이는 친구, 동네마다 다른 규칙으로 이루어졌다. 동네 친구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창조했던 것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이르러 어린 시절 놀이가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해버린 시대에 다시금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 깍두기 문화를 비롯해 어린 시절, 어린이들끼리 모여서 창조한 놀이 문화를 통해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창의력을 살펴볼 수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5전시실
어린이미술기획전 ‘금 밟고, 폴짝!‘
일시 : 3월 25일 ~ 6월 22일까지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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