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봄입니다. 12월 3일부터 긴 겨울을 지나는 동안 예술이 얼마나 삶과 맞닿아있는지 느낄 수 있었죠. 깃발 하나하나가 작품이었고, 응원봉으로 만든 풍경이 모두 동시대의 이미지였어요. 그리고 4월에 이르러 마음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활짝 필 봄꽃을 보는 마음으로 4월에 시작하는 전시 6개를 모았어요.
예정
헤르난 바스, <The space between needful & needless>
4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리만머핀갤러리
소년의 초상을 그리는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이 5년만에 리만머핀갤러리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12점의 최신작은 헤르난 바스가 플로리다 전역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들과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다시 과거의 주제로 돌아갑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무용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다시 불러오고 ’오컬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죠. 위자보드나 애완동물 심령술사를 소재로 불러오죠.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 사이의 공간’은 관객들에게 ‘쓸모’에 대한 경계선을 다시금 확인하도록 만들죠. 헤르난 바스가 구축한 소년들의 세계는 다양한 감정들로 휘몰아칩니다. 에너제틱하기도 하고 으스스하기도 하죠. 과거에는 화면을 구성하는 색과 형태가 모호했다면, 최신작에서는 오브제와 상황 사이의 모호함이 두드러집니다. 헤르난 바스는 관객들을 명확하게 모호한 세계로 초대합니다.
예정
나이젤 쿡, <Sea mirror>
4월11일부터 5월 17일까지
페이스갤러리
나이젤 쿡의 한국에서의 두번째 개인전이 페이스 갤러리에서 개최됩니다. 나이젤 쿡은 1973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할아버지의 미술용품을 물려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는 문학, 고생물학, 신경 과학, 신화, 생물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제에서 영감을 받죠. 비유적, 추상적 형태를 혼합하여 특유의 뉘앙스를 만들어냅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최근 몇 년 간의 대담한 컬러에서 벗어나 차가운 톤의 컬러로 캔버스와 종이 위에 공간적 추상화를 그려냈죠.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지만 결국 나이젤 쿡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회화 자체가 가진 힘입니다. 명작은 시간을 초월하고, 이야기를 가지고 있죠. 명작을 그리기 위한 작가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탐닉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예정
론 뮤익 개인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가인 론 뮤익의 대규모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5, 6전시실에서 개최됩니다. 특히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이면서 기념비적 설치작품인 <매스>(2016-2017), 초기 대표작인 <젊은 연인>(2013), <쇼핑하는 여인>(2013)을 전시합니다. 특히 6전시실에서는 드블롱드가 25년 이상 기록해온 론 뮤익의 스튜디오와 작업환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론 뮤익의 조각은 일상적인 모습을 압도적인 크기로 표현함으로써 강력한 존재감을 만들어냅니다. 사실적이면서도 거대해진 조각을 보고 있으면 그 스펙타클에 압도되죠. 일평생 ‘비슷한 크기의 동족‘만을 보고 온 관객들에게 거대한 인체 조각은 그 크기만으로도 기이한 스펙타클을 보여줍니다. 조각은 물건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3차원의 예술이죠. 론 뮤익의 대규모 개인전을 통해 인간을 압도하는 조각을 통해 관객들은 장엄을 경험할 수 있다.
예정
소피 폰 헬러만, <축제Festival>
4월 9일부터 7월 6일까지
스페이스 K
소피 폰 헬러만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작가입니다. 신화와 역사, 문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서사를 수집하고 회화를 구성하죠. 파스텔 톤으로 그린 그림은 서정적이고, 느슨한 붓질로 대상과 배경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객이 부드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죠. 하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강렬한 감정이 담겨 있죠. 이번 개인전은 국내에서 열리는 소피 폰 헬러만의 첫 개인전으로 한국의 ’단오‘를 포함한 축제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회화 20여점과 대형 벽화 작업을 선보이죠. 축제는 공동체의 결합을 의미하기도 하고, 감정이 휘몰아치다가 폭발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작과 끝이 정해져있는 행위이기도 하죠. 매일을 축제처럼 보내지는 않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단오‘처럼 한 해가 지나가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미술관 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감정 속에 스스로를 푹 던져보세요.
전시중
자이더 에스벨 개인전
4월 1일부터 5월 17일까지
글래드스톤 갤러리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선보여게 된 자이더 에스벨(1979-2021)은 선주민의 토착 문화를 예술로 끈질기에 표현한 작가입니다. 자신이 아티비즘(Artivism)이라고 이름붙인 실천을 통해 예술과 액티비즘의 경계에 끊임없이 도전해왔죠. 작가는 선주민의 권리와 영토의 인정을 옹호하고 서양 미술사적 전통을 초월하는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마이너리티였던 선주민 및 역사적으로 소외된 인구의 창작 활동이 늘어났고, 아프로-브라질 커뮤니티 역시 창작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되었죠. 이번 전시는 마쿠시 우주론 관점을 통해 자연 세계와 생물, 무생물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쿠시족의 신화를 통해 선주민의 세계관과 미학으로 관객들을 이끌고 들어갑니다. 단순히 문화를 회화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뱀, 새, 우주적 요소와 같은 모티브를 통해 아마존 지역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죠. 미술과 미술가의 삶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가 됩니다.
전시중
강민서, <Oviparous Signum>
4월 5일부터 5월 4일까지
실린더1
강민서(b.2001)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나무에 템페라로 작업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작가는 신화 속 생명체, 더 나아가 인체의 구성에 대한 의문을 미술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죠. 현대적 산해경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번 개인전은 생물의 생애에 대한 의뭉스러운 탐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시 제목은 ‘난생’이라는 뜻의 Oviparous. 형상, 신호, 함수라는 복합적으로 번역되는 Signum. 두 단어를 결합하여 복잡한 내러티브를 형성하죠. 신화 시대부터 동시대까지 생물은 여전히 의뭉스럽고, 작동 원리는 수학적으로 계산되지 않죠. 관객은 강민서가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한 신체를 통해 스스로의 생애를 돌아보게 될지도 모르죠.
구독자은 어떤 전시에 가장 관심이 가나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