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큰 국내 VC 그리고 작은 미국 VC

VC의 ‘Lean’한 운용은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중요한 요소

2023.06.12 | 조회 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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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 펀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저번주에 오랜만에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여름 같은 분위기였기에 이곳의 날씨를 깜빡하고 반팔 반바지의 기분으로 돌아왔는데요, 역시나 샌프란시스코는 날씨가 춥습니다! 1년 365일 한결같은 가을 날씨입니다. 같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우리나라 보다 4배 이상 크긴 함) LA보다 훨씬 기온이 낮으니 조만간 이쪽으로 오실 일이 있으신 분은 우리나라 가을을 생각하시고 옷을 잊지 않게 챙겨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서울숲에도 생긴 샌프란시스코를 본거지로 하는 포배럴카페에서 오랜만에 즐긴 아침 커피와 도넛
서울숲에도 생긴 샌프란시스코를 본거지로 하는 포배럴카페에서 오랜만에 즐긴 아침 커피와 도넛

미국 VC과 한국 VC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벤처캐피털에 근무하는 직원의 수입니다. 한마디로 보통 한국 VC의 팀은 훨씬 크고, 미국 VC는 훨씬 더 작은 규모의 팀으로 운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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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약 650억 원 ($50M) 규모의 작은 펀드의 경우 1~2명의 인력으로 운용이 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저희 포트폴리오 VC 펀드 중 하나인 SNR은 다른 팀원 없이 파트너 한 명이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최근 펀드는 1,300억 원 ($100M) 규모입니다. 링크드인을 보면 A16Z와 Squoia의 직원 수는 각각 약 600명, 900명이며 이라고 합니다 (실제 직원 수는 이보다 적을 것입니다). 그리고 Pitchbook에 따르면 두 펀드의 AUM (총 운용자산)은 각각 45조 원 ($35B)와 110조 원 ($85B)입니다. 즉, A16Z의 직원 한 명당 약 

750억 원, 세쿼이아의 직원 한 명이 약 1,200억 원을 운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작은 규모의 VC에서도 10명 이상의 직원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당 운용액수는 훨씬 적은 숫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 글 "#102 미국이 가장 큰 VC 마켓이 된 숨겨진 이유"에서 말씀드렸듯이, 미국에는 VC를 위한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내의 서포트 인력을 필요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품질도 좋고 비용도 한국의 동종 업체들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것 같고요. 

또한, 요즘은 미국 VC들은 AI를 활용해 자신들 펀드의 운용을 더더욱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회의 일정이나 출장 일정 조율 등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저 역시 투자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기 위해 여러 자동화 프로세스를 구현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프로세스를 구현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자동화와 AI가 VC의 운용을 더더욱 간소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이는 곧 VC의 미래 조직도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임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팀 규모를 더욱 줄여 파트너들이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같은 전통적인 VC의 역할이 아닌 팀원을 고용하여 운용을 지속적으로 간소화하고 창업자와 LP를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NFX는 지난주에 언급했던 일종의 VC 데이터베이스인 Signal과 스타트업의 피치자료를 위한 툴인 BriefLink와 같은 여러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노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VC는 독특한 벤처 시장 구조로 인해 많은 팀원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은 프로젝트 펀드가 많고, 같은 회사 내의 다른 프로젝트 펀드와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각 펀드마다 독립적인 파트너를 고용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팀원이 많아 지고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데요, 예를 들면 일본의 경우는 미국보다 정기 리포트의 요건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위한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VC들이 운용을 간소화 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조직을 구축, 파운더와 LP를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위해서는 VC개개의 노력이상의 큰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업체의 등장과 좀 더 스마트한 규제 제정 등, 벤처 시장 전체가 함께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LP의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국내 VC가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벤처와 스타트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그러한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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