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유명 벤처캐피털 펀드의 아쉬운 현실

꾸준함의 한계

2023.07.24 | 조회 4.2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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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 펀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일요일에는 매년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마라톤은커녕 달리기 선수도 아닌 나지만, 모처럼의 기회이니 언젠가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마침 집 바로 앞 도로가 코스여서 아침에 커피를 사러 나갔다가 참가자들이 달리는 모습을 봤는데, 실제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내년에는 꼭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우선은 특히 훈련이 필요한 10K를 내년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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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털 하우스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습니다. 미국 VC업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고 현재 수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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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이 하우스의 과거 투자 실적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각주를 모두 확인하며 제가 본 것이 사실임을 재확인했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본 다른 톱티어 VC 하우스들과 비교했을 때 성과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펀드가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성과가 좋은 펀드도 있지만 많은 펀드들이 중앙치 이하의 실적이었습니다. 

그들의 수익률과 현재 정책 금리 사이의 격차는 미미합니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벤처캐피털은 가장 위험한 투자 자산군 중 하나이며, 정책 금리는 무위험 금리를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 크지 않으면 벤처캐피털에 투자를 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VC들은 이 격차를 최대한 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정도의 차이면, 저는 펀드 오브 펀드의 펀드 매니저로서 이 하우스에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미 1조 원 이상을 조달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좋지 않은 수익률로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요? 

이 하우스는 적어도 지난 수십 년 동안 몇 차례의 세대교체를 겪으며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이는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129 VC의 적절한 장기 인센티브설정의 중요성). 즉, 펀드를 큰 실패 없이 꾸준히 운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비록 적은 수익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원금을 까먹은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원금이상을 돌려주었습니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꾸준함'입니다. 이 하우스는 지난 몇 십 년간 이 꾸준함을 유지하였습니다. 

대규모 펀드인 만큼 보통 국부펀드나 연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조달합니다. 이러한 기관 투자자들의 과제는 이들 투자팀의 규모는 보통 작기 때문에, 잠재적인 투자 대상을 모두 만나고, 투자 대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그중에서 최고의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리소스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팀 담당자들은 성공 보수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투자 리턴을 최대화할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투자를 잘했건 못 했건, 똑같은 월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아무래도 '안전한' 투자를 하게 됩니다. 안전함은 결국 '꾸준함'으로 설명이 됩니다. 여기다 투자하면 최소한 그래도 돈을 잃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IBM을 사서 해고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옛 격언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핫 핸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연이은 성공을 거둔 개인이나 단체는 계속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세 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것이라고 정확히 맞혔다면 "핫 핸드"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와 상관없이 확률은 똑같이 50% 임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도 추측할 확률이 실제 확률인 50%보다 더 높다고 믿게 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는 영화 '빅 쇼트'에서 핫 핸드 현상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VC의 '꾸준함'이 우리를 핫 핸드 현상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에서 탈러 교수가 셀레나 고메즈에게 핫핸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영화에서 탈러 교수가 셀레나 고메즈에게 핫핸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제가 항상 강조하듯이 VC 투자는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핫 핸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즉, 최소한 꾸준함을 갖춘 펀드들은 가장 좋은 펀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자금조달에 성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LP가 이 '꾸준함'에 더해 아니라 미래의 잠재력까지 고려하여 투자펀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꾸준함에 더해 잠재력까지 풍부한 하우스가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돈이 몰릴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제가 자료를 검토한 유명한 하우스는 얼마 전 세대교체를 하였습니다. 지금 파트너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것 같고, 최근 펀드들의 성과도 전 보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 분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개선하고, 개선된 성과로서의 꾸준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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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Hot Hand: What it is, How it Works, Evidence - https://www.investopedia.com/terms/h/hot-hand.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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