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단어편지 #8] 하이햇 (Hi-Hat) 🥁

그루브를 마술처럼 변하게 만드는 악기 하이햇에 대하여.

2021.08.17 | 조회 2.2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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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단어 편지

하나의 단어를 매개로 새로운 음악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벌써 두 달째 보내는 음악단어편지네요! 저는 영기획을 운영하는 하박국입니다.

저는 음악을 다루는 글을 오랫동안 써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잘 쓰는지는 모르겠어요.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라 이를 명확한 개념을 가진 글로 쓰는 건 아무리 해도 익숙해 지지가 않거든요. 코끼리 뒷다리를 잡고서 코끼리 코가 참 길죠? 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제가 익숙하게 쓰고 사용하는 음악 용어가 실제로 글을 읽는 이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들 기타나 피아노 정도는 알 테죠. 일렉트릭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와의 차이도요. 하지만 여기서 어쿠스틱 기타와 클래식 기타를 말한다면요? 드럼을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죠.

드럼은 킥, 스네어, 탐, 심벌, 하이햇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리듬을 입으로 뱉는 소리 중 하나인 쿵치딱있죠? 거기서 쿵이 킥이고 치가 하이햇 딱이 스네어라 말하면 됩니다. 짜잔. 참 쉽죠? 하지만 글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다짜고짜 이렇게 설명하는 건 곤란합니다. 쿵치딱으로 드럼을 설명한 이의 음악 글이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요. 그래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찾으려면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매체에서 음악 글에 주는 분량은 형편없거든요. 결국 설명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평소 그냥 넘어가곤 하던 음악 용어에 대해 제 나름대로 이야기해보려고요. 첫 시간은 쿵치따의 ‘치’인 하이햇입니다. 하이햇은 요즘 제가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좋아하는 소리예요. 심벌은 많이들 아실 거예요. 드럼에서 커다란 금색 원반 모양을 때리면 ‘챙~’하는 소리가 나는 금속 악기죠. 심벌 두 개를 위아래로 연결한 후 발 페달을 이용해 심벌을 열었다 닫으면 ‘치’라는 닫히는 소리가 납니다. 한 마디에 네 번 정박으로 연주하면 ‘쿵치-치-따치-치’ 이런 식으로 소리가 나고요. 하우스(House)의 비트가 주로 이런 구성이죠.

Leon Ware의 'Inside Your Love'를 Swales가 리믹스한 '쿵치따치' 하우스 곡

하이햇은 킥이나 스네어에 비해 잘 들리는 소리는 아니지만 비트의 그루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입니다. 제가 하이햇을 좋아하게 된 첫 계기는 트랩(Trap)이라는 음악 장르 때문이었어요. 트랩은 기본적으로는 힙합 장르인데요. 일반적인 힙합 장르에 비해 하이햇 연주가 빠르고 롤이 자주 쓰입니다. 롤은 1/4 박자를 1/8 더 잘게는 1/16, 1/32까지 쪼개 연주하는 건데요. 발이나 팔을 굴리듯 연주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트랩은 원래 70bpm의 느린 힙합 음악입니다. 근데 여기서 하이햇이 70pm을 반으로 쪼갠 140pm으로 흘러요. 느린 비트와 빠른 하이햇이 결합해 70bpm도 140bpm도 될 수 있는 기묘한 그루브가 만들어지는 거죠. 디제잉할 때는 보통 140bpm으로 계산해 플레이해요. 나눌 수 있는 숫자가 많아 훨씬 수월하게 테크닉을 쓰며 다른 곡과 비트를 매칭 할 수 있거든요.

애플 광고에 쓰였던 Hudson Mohawke의 'Chimes' 57초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들어 보세요.

보통 자주 쓰이는 소리마다 들리는 위치가 있어요. 하이햇은 이름처럼 위에 소리가 위치한 악기입니다. (소리의 위치 때문에 이름이 하이햇인 건 아닙니다!) 스피커를 같은 높이에 두고 음악을 듣는다면 양쪽 귓바퀴 위에서 간질거리듯 나는 악기예요. 하이햇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위치도 차이가 나지만요. 보통 고음일수록 위에서 소리가 들리고 저음은 아래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진지하게 어딘가에 나이를 먹을수록 하이햇 소리를 좋아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귀는 소모기관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고음을 잘 듣지 못하게 되거든요. 피부에 주름이 생기며 중력을 따라 내려앉듯 귀 역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위에서 점차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 셈이죠. 덕분에 전에는 쏜다고 느꼈던 소리가 나이를 먹고 나면 부드럽게 들리기도 합니다. 파열하는 듯한 고음의 소리를 내는 하이햇도 전에는 크게 즐겨 듣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보드라운 융털로 귀를 간지럽히는 듯하게 들리더라고요. 하이햇을 좋아하게 된 두번 째 계기랄까요. 

남부의 힙합이 2배 속도의 하이햇을 만나 트랩이 된 것처럼 음악도 끊임없이 변화할 테고 그를 받아들이는 제 귀 역시 전과는 다르게 그들을 받아들이겠죠. 하이햇을 다룬 연구 결과는 없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연구 결과, 제 귀의 콘디션과는 반대로 부디 죽는 날까지 새로운 음악이 주는 신선한 자극을 놓치지 않고 살면 좋겠습니다.


음악단어편지의 이번 음악은 비밥의 공동 창시자이자 모던 드러밍의 아버지 케니 클라크(Kenny Clarke)의 연주입니다. 하이햇을 직접 드럼채로 연주하며 시작되는 연주가 인상적이죠. 사실 케니 클라크의 드러밍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좀 해봤는데, 저도 못 알아 듣고 다시 설명하기도 어려운 말이 한가득 나오더라고요. 역시 음악 글은 어려운 것 같아요. 😇 하지만 좋은 시대를 사는 덕분에 음악은 바로 전할 수 있으니 그걸로 설명을 대신 합니다. 

구독자 님은 어떤 음악의 어떤 악기 소리를 좋아하나요? 댓글로 알려 주시면 저도 그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볼게요. ☺️ 다음 주에 새로운 단어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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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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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즈우

    0
    over 2 years 전

    댓글은 처음 달아보네요. ㅎ 제가 기타를 연주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니 사실은 기타를 연주하기 전부터 일렉기타와 기타앰프가 서로 마주볼때 혹은 가까이 있을때 나는 피드백 루프 소리를 그렇게 좋아했었어요. 그런 소리를 처음 들은 건 (역시나) 너바나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였죠. 아마 다른 음악에서 이미 들었지만 그게 기타 앰프에서 나는 소리라는 건 나중에 기타를 처음 연습하면서 듣다보니 처음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덕분에 그런 “노이즈”가 많이 섞인 지저분한 기타 톤을 가진 밴드를 찾아듣게 되었고 소닉유스, 다이노서JR, 뮤즈 같은 밴드를 좋아하게 되었죠^^ 저 역시 기타노이즈를 활용하는 법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배우게 됐구요.

    ㄴ 답글 (3)
  • 은천

    0
    over 2 years 전

    하이햇에 대한 이야기 좋았습니다. 저는 Strip Steve feat. Das Glow - Calcium 에 쓰인 하이햇 소리를 많이 좋아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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