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단어편지 #2] 카세트테이프 (2) 📻

제가 어떤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냐면요.

2021.07.06 | 조회 1.7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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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단어 편지

하나의 단어를 매개로 새로운 음악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두 번째 음악단어편지 보냅니다. 저는 영기획을 운영하는 하박국입니다.

카세트테이프 (1) 편을 못 읽은 분은 먼저 읽으면 조금 좋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음반 수집가가 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수집가와 모으지 않는 수집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자보다 후자의 수가 10배는 넘을 겁니다. 음반이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이 아닌 굿즈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며 카세트테이프도 매해 2배 이상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아직 레코드 가게에 진열된 숫자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거든요. 카세트테이프를 수집하는 음반 수집가 역시 두 종류로 나뉩니다. 카세트테이프 전성기 시대에 생산된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수집가와 최근 생산되는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수집가. 이건 전자와 후자 누가 더 많은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최근 생산되는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수집가가 채 1,000명이 안 될 거라는 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매하는 카세트테이프 포맷의 음반은 보통 500장 안쪽으로 제작합니다. 제작국가는 한국과 해외로 나뉘는데요. 하얀색 카세트테이프는 한국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에서 제작할 때 쓰는 카세트테이프는 현재 하얀색밖에 없거든요.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형형색색의 카세트테이프는 거의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한 겁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카세트테이프는 9,000원에서 13,000원 정도의 저렴한 (물론 카세트테이프 가격이 5,000원 미만이던 시대를 지나온 분께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가격에 판매되고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된 카세트테이프는 최근 시세(!)가 15,000원에서 20,000원 정도 합니다. 보통 100장에서 300장 정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매되고요.

 

셀렉트숍 FOE에서 판매되는 카세트 테이프
셀렉트숍 FOE에서 판매되는 카세트 테이프

 

수요가 적으니 찍는 수량도 적어지고, 수량이 적으니 필연적으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가격이 높으니 아티스트의 열렬한 팬이나 카세트테이프 수집가만 삽니다. 그중 후자에 속하게 된, 다니는 숍에서 새로운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할 때마다 사들이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제약은 새로운 창조의 조건이 되곤 합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시디나 LP 레코드로는 절대 생산되지 않을 음반이 카세트테이프로 제작되거든요. 사운드클라우드 어디를 뒤져도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의 믹스테이프나 클럽에서는 흘러나오기엔 곤란한 댄스 뮤직,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도록 개념의 사운드트랙까지. 어떤 상상도 못한 카세트테이프가 또 나올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곤 합니다.

이런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데는 인스타그램 DM 마켓을 이용하는 것처럼 약간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애초에 팔 생각이 없다는 듯 판매하고 있어서요. 밴드캠프 페이지에서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페이지에 달린 링크에서만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음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셀렉트숍도 있지만 숍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다르기도 하고요. 여기까지 읽고’ 이거 힙스터 취미 아냐?’라 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소개할 카세트테이프 음반을 들으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실 겁니다. 어떤 음반이냐면요. 바로…

카세트테이프 (3) 편으로 이어집니다. 😇


투명 테이프로 제작된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투명 테이프로 제작된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전 에피소드에서 소개한 퍼스트 에이드(FIRST AID)의 <Nostalgic Falling Down>는 한국 공장에서 테이프를 제작해 나머지는 제가 직접 DIY로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신해경의 <나의 가역반응> 카세트테이프는 캐나다 공장에서 주문해 만든 카세트테이프입니다. 한국에서 늘 시디를 제작하다 캐나다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한 번 제작해 보면 새삼 캐나다 사람들의 여유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는 순화된 표현이고요. 저 또한 급한 성미를 가진 보통 한국 사람이기에 주문한 카세트테이프가 도착하기까지 끝없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게 되더라고요. 재밌는 건 저희 같은 사람을 위해 주문 옵션 중에 ‘빨리 제작하기’가, 그것도 단계별로 있습니다. 당연히 추가 제작비가 들고요. <나의 가역반응> 카세트테이프도 당시 급한 상황이어서 ‘빨리 제작하기’를 선택했는데 그래도 손바닥 위에 참을 인 자를 계속 그리며 기다렸습니다. 🤮

<나의 가역반응> 카세트테이프를 제작하게 된 건 3 주만에 재판까지 찍은 CD가 모두 판매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대부분의 인디 음반 제작자들이 ‘재판의 골짜기’라는 걸 한번은 마주하게 되는데요. 절판된 음반의 재판을 찍자니 이미 팔릴 만큼 팔린 것 같아 재고부담이 걱정되고 안 찍자니 추가매출을 놓치게 될 것 같은 조바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일을 뜻합니다. 제 경우는 골짜기 앞에서 고민하느니 샛길을 찾은 셈이죠. 그 전에 <서울 레코드페어>에서 <나의 가역반응> LP 레코드를 제작했기에 한 장의 음반으로 3대 포맷을 모두 완성해보자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고요.

300장 한정으로 제작한 <나의 가역반응> 카세트테이프는 캐나다에서 도착한 이후 공연장에서 판매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됐습니다. 들을 때 가능한 카세트테이프만의 질감이 잘 살아나도록 LP 마스터로 제작되었는데요. 구입에 성공한 분들 부디 워크맨으로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카세트테이프 수집을 시작한 후 그 전에 절판된 카세트테이프들을 보며 어떻게든 갖고 싶어 애가 탑니다. 적어도 제가 제작한 음반은 그럴 일이 없으니 다행이에요.

음, 뉴스레터를 다 쓰고 보니 좀 얄미운 내용이 많네요? 😝 <나의 가역반응>에 수록된 '모두 주세요'를 들으면 조금 마음이 풀릴 겁니다. 다음 음악단어편지에서 또 만나요. 구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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