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씨가 th발음을 고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번 레터는 지난 주 상반기 결산에서 예고 드린 대로 제 친구이자 언어치료사인 김동원님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분량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2부로 발송될 예정이에요.

아 추가로, <완중인물>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봤는데요. 해당 카테고리에는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내용을 담을 계획입니다. <완중인물>을 통해 구독자님도 새로운 자극을 받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동원님과의 인터뷰 시작해볼게요.

언어치료란 무엇일까

Q. 안녕하세요! 동원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완중일기의 고등학교 친구 김동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사설센터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언어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Q. 언어치료라는 영역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요?

언어치료는 말 뿐만 아니라 표정, 행동 등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두에게 필요한 치료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언어장애'라고 말하는데, 크게 5가지 유형이 있어요.

① 뇌졸중, 치매, 실어증 등의 영향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신경언어장애
② 후두암, 후두염, 성대결절 등의 영향으로 음성 산출에 어려움을 겪는 음성장애
③ 말빠름, 말더듬으로 인해 유창하게 말하기 어려운 유창성장애
④ 자폐스펙트럼 장애, ADHD 등 언어발달 지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언어발달장애
⑤ 발달장애, 말실행증, 마비말장애 등 정확한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조음운장애

여러 가지 언어장애 유형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 언어발달장애 유형을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옹알이를 하는 것부터 단어, 문장으로 표현하고 사회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유형이에요.

이 언어발달장애 유형이 가장 많은 비중이라서 제가 치료하고 있는 대상은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랍니다.

Q. 그렇다면, '언어장애가 있다.'라는 수준을 정의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사실 언어치료사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장애의 주된 원인이 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ADHD 등을 직접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언어평가검사'를 통해서 언어 치료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있어요. 여러 검사도구와 언어치료사들의 비표준화 검사 등을 통해 '언어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장단기 치료 계획을 수립하여 치료를 진행하고 있어요.

언어치료사가 되기 위한 노력

Q. 사실, 동원님을 고등학교 때부터 봐온 저로서는 동원님이 이런 일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을 1도 못했거든요(ㅋㅋ). 조금 생소한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이 직업을 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여자친구 어머님 덕분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인 어머님께서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을 추천해주신 것을 엿듣게 되었어요. 굉장히 비전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동원님은 광고 쪽과 문화 콘텐츠 쪽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분야인 언어치료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째로는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어요. 언어 치료의 대상이 꼭 아이들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아이들만 가르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들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상 일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둘째로는 취업에 대한 부담을 피하고 싶었던 부분도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전공하고 있던 분야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없었기에 언어치료라는 새 비전을 가지고 대학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Q. 그렇군요.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의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텐데요?

맞아요. 언어치료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실 막막했어요.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서 준비를 했지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대학원 진학에 성공한 건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언어치료라는 분야가 사실은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다 보니 대학원 진학도 그 도메인을 잘 알고 계시는 분들만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수교사나 인지치료사 같이 직업이 이미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셨죠.

그런데, 제가 지원한 학교에서는 지역사회를 위한 대학원의 복지 사업을 전담으로 도와줄 인원이 필요했던 거에요. 그래서, 이미 직업이 있는 분들보다는 학교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제가 더 매력적이었던 거죠.

그래서, 면접이 끝났는데 행정실 직원 분이 저를 붙잡더라고요.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합격하게 되었죠. 운이 좋았고, 제겐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Q. 동원님 말처럼 모든 일에는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럼 2년 반 동안의 석사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 생각했던 것과 같았나요?

대학원을 진학하기 전에 언어치료사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너~~무 달랐습니다. 일단,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았어요. 생리학/해부학/언어학 등이 있었는데, 문/이과를 통합해 공부해야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Q. 해부학을 배운다는 것은 되게 흥미로운데요. 구체적으로 해부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요?

언어치료의 큰 대상 중 하나인 실어증의 경우에도 뇌의 영역에 따라 그 종류가 다르고요. 음성장애의 경우에도 후두 주변 근육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해부학을 필수로 배워야 합니다.

Q. 해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신체에 물리적 손상이 일어난 경우에도 언어치료라는 것이 가능한가요? 예를 들어, 성대가 찢어진 사람이 언어 치료를 받을 순 없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 부분이 공부를 시작할 때 굉장히 궁금한 점 중 하나였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물리적 치료(수술)를 담당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고, 저희는 그 기능의 재활과 회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언어치료사는 이런 복구의 역할과 아직 습득하지 못한 언어적 발달 영역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체적 기능을 상실하신 분이더라도 흔히 아시는 '스티븐 호킹'처럼 안면 근육을 활용한 의사소통 등의 '보완 대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나는 언어치료가 필요 없을까?

Q.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언어치료라면, 일반인들에게도 언어치료가 필요하진 않나요?

네. 사실 언어치료는 말씀드린 것처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모두 필요할 수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 그렇게까지 불편함을 겪진 않으시기에 일반인들이 치료를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죠.

그런데,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되게 흔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실 거에요. 초등학교 때 말을 더듬거나,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 놀림을 받는 친구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언어치료는 특별한 장애가 있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영역일 수도 있어요.

Q. 아이가 아닌 어른들도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예를 들어 노홍철씨는 th발음을 고칠 수 있을까요?

하하. 정확한 건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는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익숙해서 특정 발음 혹은 발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 신체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훈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는 걸음걸이를 교정하는 것처럼요.

예전에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김종국씨와 박경림씨가 충분히 본인들의 목소리를 바꿀 수 있었지만, 본인만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바꾸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언어치료사가 바라보는 시선에선 충분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