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도전합니다 - 1편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아직도 낮에는 너무 습하고 덥지만, 해가 지고 나면 27도. 자정이 지나면 25도 수준까지 내려가는 걸 보면 차츰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듯 합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코 끝을 스치는 가을 바람이 느껴지면 왠지 모르게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붉게 익어가는 곡식처럼 올 한해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곤 하죠.

 저의 2024년 상반기를 '완중일기'라는 뉴스레터가 채웠다면, 하반기는 '마라톤'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채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전 레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10월 27일 춘천 마라톤을 준비 중에 있거든요.

 그래서 이 42.195km라는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일을 구독자님과 함께 나눠보려 하는데요. 마라톤 도전기를 2편 혹은 3편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에요.

 오늘은 그 1편으로 제가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와 러닝/마라톤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 

 구독자님은 취미가 무엇인가요?

 취업을 한 후에, 굉장히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요즘 세상은 '취미 없으면 게으르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취미가 온 국민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같아요.

 이런 취미에 대한 압박(?)은 특히나 젊은 세대에게 강조되는 것 같은데요. 학생 때야 공부를 해야 하고, 취업을 준비해서 시간이 없지만, 취업을 하고 나니 '퇴근 후 시간'이라는 말 그대로 Free time이 생겨 버렸고, 부지런히 사는 한국인들에게 이 시간을 그대로 두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정말 많은 취미에 도전을 해보았는데요. 꾸준히 하던 축구 외에도 테니스, 수영, 클라이밍, 방송댄스까지... 그 동안 마음 한 켠에 하고 싶었던 것들에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보았어요. 그런데, 방송댄스는 좀 망설이고 참았어야 했던 것 같아요. 여중생들 사이에서 센터를 맡고 이하이의 '빨간 립스틱'을 추던 그 날, 수치심이 물 밀듯이 밀려왔거든요.

 어찌 됐든, 약 4년 간 직장인으로 여러 취미를 경험하면서 올해 초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취미를 즐기면서, 그 과정 속에서 얻은 즐거움도 물론 뜻 깊었지만, 무언가 큰 목표를 설정하고 그 취미에 완전히 빠져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여러 취미를 통해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돌이켜보니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무언가 한 분야에 대해 큰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것에만 몰두하고 집중하는 경험을 해본다면, 제 인생에 있어 큰 성취로 다가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라톤을 완주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이고, 성취에 대한 결과가 명확했거든요. 물론, 풀마라톤 도전을 결심하게 해 준 구체적인 이유들이 있는데요.

 첫째는 제 신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것인데요. 아시다시피 42.195km라는 거리는 정말 엄청난 거리에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거리는 절대 아니죠. 다만, 이 도전에 자신감을 심어준 게 있는데요.

 뜬금없지만, 제가 건강검진할 때마다 '서맥' 진단이 나왔거든요. 서맥은 맥박이 느리게 뛰는 증상입니다. 고령인 분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증상이지만, 젊은 사람은 심박 출력이 좋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로 마라토너에게 발생하는 증상이라 의사 선생님들이 저한테 꼭 마라톤 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학교 대표 장거리 육상 대회도 나가고 했답니다... 그래서 '나 좀 재능이 있나?'라는 자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현재 러닝을 뛰면서 준비한 결과, 근자감이었지만요...🤣)

 둘째는 팀 스포츠가 아닌 철저한 개인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크루 활동이나 함께 페이스를 맞춰주는 면에서 마라톤을 팀 스포츠라고 보는 관점도 있는데요. 축구나 테니스, 다른 구기 종목과는 다르게 누구와 경쟁하지도, 영향을 받지도 않는 점에서 저는 개인의 도전이라고 보았어요. 개인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해서 정해진 거리를 완주하면 끝나는 것이죠. 정직한 스포츠입니다. 

 여하튼 이런 이유들로 저는 10월 27일 춘천마라톤 완주를 위해 약 100일전인 7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준비 중에 있는데요. 3주 동안 약 70km를 달렸습니다. 풀 코스 완주를 위해서는 월 150~200km 정도를 달려주어야 하는데요. 조금 더 분발하고 지속적으로 식단과 훈련을 챙겨야겠습니다.

 마라톤 다음 편에서는 구체적인 훈련 방식 및 준비 방법에 대해 나누도록 하겠고요. 이번 레터에서는 추가적으로 요즘 핫하게 유행하는 러닝/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들을 몇 가지 더 나눠볼게요.

러닝 전성시대 

 요즘 저 뿐만 아니라 러닝을 취미로 하는 분들 정말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러닝화'라는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고 해요. 러닝화가 포함된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45%나 증가했고요.

 저도 이 러닝에 대한 열기를 느낀 순간이 있는데요. 바로 6월에 있었던 춘천마라톤 접수였어요. 저는 운 좋게 빠르게 풀마라톤 접수를 바로 성공했지만, 같이 준비하는 형은 1시간 동안의 대기 끝에 접수에 성공했거든요. 그런데 이마저도, 운이 좋은 것이었습니다. 춘천마라톤은 모집인원 2만여명이 조기 마감되었고, 신청을 못한 분들도 정말 많았다고 해요.

 왜 이렇게 젊은 러닝 인구가 급증했을까요?

 첫째로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어요. 단체 활동과 실내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기에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런 개별적인 러닝인구에 코로나가 종식되고 '러닝 크루' 문화까지 자리 잡으면서 러닝 인구가 급속하게 늘었다는 것이죠.

 둘째로는 다른 취미들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 골프와 테니스가 정말 열풍인 적이 있잖아요. 그런데,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높은 가격 부담이 있는 스포츠보다 가성비 좋은 스포츠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죠. 러닝은 극단적으로 말해 운동화만 있어도 되니까요. (물론, 뒤에서 말하겠지만, 러닝도 저렴한 스포츠가 아닐 수도...?) 

러닝코어 - 기능도 잡고, 패션도 잡고

 골프가 유행할 당시 골프 관련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흥행했듯 러닝 열풍에 따라 러닝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는데요.

 먼저,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를 필두로 한 클래식한 스포츠 브랜드의 아성을 넘으려는 러닝 브랜드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대표적으로 온(ON), 호카(HOKA) 등을 들 수 있는데요.

 혁신적인 러닝 용품(러닝화, 러닝의류)을 내놓고 있는 온(ON)과 호카(HOKA)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으면서 기존 스포츠 브랜드의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5월말 기준 스포츠 용품 스포팅굿즈의 신발 카테고리에서 온(ON)의 점유율은 12%로 1월 대비 +4% 증가, 호카(HOKA)의 점유율은 13%로 5% 증가한 반면. 나이키는 39%에서 32%로 7% 감소했다고 해요. 

 추가로, 젊은 세대들이 유입되었다는 것은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심미적으로 많은 니즈(Needs)가 생겼음을 의미하는데요.

 위에 보시는 것처럼 러닝 브랜드들은 유명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미적인 부분을 발전시키면서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로 러닝패션을 의미하는 러닝코어(Running Cor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는데요.

 이왕 운동하는 거 예쁜 옷 입고 하면 좋잖아요? 제 옷장에도 이런저런 러닝용품들이 채워지고, 제 지갑은 비워지고 있습니다. 러닝이 정말 싼 운동일까요?ㅎㅎㅎ

러닝문화 과도기? 아노미 현상

 아노미 현상이란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규범 제도는 자리 잡지 않은 경우의 무질서한 상태를 이야기하는데요. 러닝 인구가 이렇게 급증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러닝크루 이슈

 그 중에 하나로 러닝크루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러닝크루 활동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요. 혼자서 개인운동을 한다기 보다 크루를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뛰면서 운동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아주 좋은 취지이죠.

 그러나, 이런 러닝크루가 공공 공원이나 체육시설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어요. 러닝을 하면서 고성을 지르거나, 단체로 길게 줄지어 진로를 방해한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러닝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러닝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자리 잡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젊은 세대가 유흥이나 다른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러닝을 취미로 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참 뿌듯한 현상이에요. 모든 공동체가 서로를 배려하여 건강한 러닝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가적 노력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남 마라톤 이슈

 이틀 전인 17일 마라톤 관련 이슈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하남에서 열린 '썸머 나이트 런'에서 다수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이 마라톤은 5km / 10km 코스가 있었는데, 체감온도 31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 속에서 온열 질환에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요. 

 특히 문제되는 것이 기존 안전관리계획으로 제출한 6천 명에서 추가로 3~4천 명의 인원을 접수 받았다는 것인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급수(참가자들에게 물을 보충)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았고,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참가자는 최악의 마라톤 대회였다며, 완주는 고사하고 100m마다 쓰러져 있는 환자들을 챙기기 바빴다고 말했어요.

 다행히 사망 사고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행사나 캠페인이 많이 생기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하남 마라톤 같은 이슈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마라톤 대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가자 역시 본인의 실력과 상황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러닝을 즐기려는 태도가 필요하겠고요. (저 역시도 실력이 안 된다면 과감히 포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 및 현재 러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눠봤는데요. 구독자님은 러닝... 어떤 것 같나요? 같이 달려보실래요?

 다음 주는 마지막 주로 쉬어갑니다. 선선한 9월에 만나요 🤚

▼완중일기 마라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