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번 레터는 지난 주에 이어 언어치료사 동원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았다면 아래 1부부터 읽고 오시길 부탁드려요 😁

▼ 언어 치료사 김동원 - 1부

 그럼 지금부터 동원님과의 인터뷰 2부 시작해볼게요.

꿈을 펼친 순간들

Q. 석사 생활까지 합친다면, 벌써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어 치료사로서 일하고 계신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데요. 처음으로 담당하게 됐던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친구는 글자를 읽는 아이긴 했는데, 한 글자씩 끊어 말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안. 녕. 하. 세. 요'와 같이요.

 그래서 이 아이에게는 글자를 읽을 때와 소리 내어 말할 때 달라지는 규칙을 알려줬어요. '얼음'을 '어름'과 같이 발음하는 방법이요. 우리가 지금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방식을 쪼개어 하나하나 알려주는거죠.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아이를 1년 간 가르쳤고, 저에겐 처음이었기에 매우 힘들었지만, 끝날 때는 아이에게 편지도 받은 매우 소중하고, 뿌듯한 경험이었죠.

Q. 아이들을 대부분 치료하고, 가르치셨다고 하니 아이들을 잘 대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역할일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처음 담당했던 다른 아이는 그림카드만 꺼내면 울던 아이었어요. 치료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니 아이에겐 그 카드가 스트레스였던 거죠.

 그때, 동기 선생님께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이 아이가 헬로카봇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헬로카봇의 장면들을 캡쳐해서 그것들을 그림카드로 만들어 치료를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엄청난 열정이네요. 사실, 사람인지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적은 없나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그런 부분들이 감정적으로 힘든 직업일 순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진 모르지만, 저는 감히 그런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언어치료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흔히, 요즘 '금쪽이'라고도 표현하는 그런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언어치료사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슬프게도 자폐 스펙트럼 등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특수교육 뿐만 아니라, 일반교육 현장에 계신 교사 분들에게도 장애에 대한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에 대한 부분이 발견되지 않은 아이들이 정말 많거든요. 

 말이 길었지만, 치료사와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하기 보단 치료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고 있어요.

직업으로서의 언어치료사

Q. 언어치료사라는 특이한 직업이 갖는 여러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특히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이 궁금한데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언어치료사는 대부분 회당 치료비로 받고 있어요. 수도권과 지방이 다른데, 수도권은 회당 7만원 / 지방은 4~5만원 정도에 비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1회는 보통 40분 치료, 10분 상담이고요.

 저의 경력과 실력이 올라간다면, 당연히 더 높은 급여도 받을 수 있고요.

Q. 그룹으로도 수업을 진행하시는 것 같은데, 꽤나 비전이 좋군요?^^ (밥 사주세요)

 ㅎㅎㅎ... 앞으로 언어치료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생각해요. 슬픈 현실이지만, 자폐 스펙트럼 등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비중은 늘고 있거든요.

 물론,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수요는 계속 있을 거라 생각해요.

 1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아이들이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한 게 첫 이유였지만, 현실적인 부분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런 현실적/경제적 관점에서도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고 보기에 이 직업에 만족하고 있어요.

Q. 이외에 언어치료사의 또 다른 장단점은 없나요?

 음... 우선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있던 사설업체에도 원장님이 계셨지만, 수업의 준비부터 상담까지 전부 제가 도맡아 해야 하거든요. 그런 것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만, 제가 하는 만큼 Output이 나온다는 것은 또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어려움으로는, 말씀드렸듯이 아이들이 주 대상이다 보니 학부모님을 대하는 것이 어려움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많은 학부모님들이 어머니께서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남자 치료사이다 보니 아이들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요.

 언어치료사로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주고 싶은데, 아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는 것이 조금 어려워지는 거죠. 제가 해결해 나가야하는 문제입니다🤣

Q. 언어 치료사로서 직업병 같은 건 없을까요?

 있어요ㅋㅋㅋㅋ. 젊은 여성분들 음성이 갈라지거나 끊기는 소리 들리면 '아…이 분 발성법 잘 못 됐구나. 근긴장성 발성장애 일수도…?'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본인이다 싶으면 검색해보세요 ㅎㅎ)

 그리고, 이건 제가 느끼는 직업병은 아니지만, 제 직업이 언어 치료사라고 하면 저를 만나는 분들이 갑자기 목소리와 문장에 신경을 쓰시더라고요. (마치 환승연애3에서 서경씨가 치위생사라고 하시니 다른 분들이 치아를 가리는 것처럼요😝)

언어치료사 김동원

Q. 지금까지 언어치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인간 김동원'으로서 이 직업을 선택하고 생긴 변화가 있나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솔직히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너무 제 중심으로 살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에게 타인과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면서도 제가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아왔더라고요. 

 구독자님도 공감하시겠지만, 무언가 말을 뱉고 후회하는 순간 있잖아요.

 '나 왜 이렇게 이야기했지?'

 우리는 홀로 태어나지 않았잖아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죠.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어를 빼놓을 수 없고요. 그래서 언어는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이나 언어치료사인 저에게나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일 거에요.

 제가 늘 저의 언어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이유에요. 매일 자책과 자부를 동시에 느끼며 살고 있어요.

Q. 자부는 어떤 걸까요? 제일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요?

 뿌듯한 순간이야 정말 많죠. 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소통하고 놀고 싶어도 다가가기 어렵고 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그룹치료를 통해 대화기술과 사회적 언어들을 배우고 친구와 친해지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제일 뿌듯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어는 정말 중요하잖아요. 저의 노력을 통해 한 사람의 언어 능력이 향상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엄청난 자부를 느낍니다.

Q. 앞으로 어떤 언어치료사로서 살아가고 싶나요?

 첫 번째로는 즐거운 치료사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도 즐겁고, 저도 즐겁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도전해야 할 것 같아요. '헬로카봇' 그림카드를 만든 것 처럼요😁

 두 번째로는, 양심 있는 치료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 인맥이 그리 넓진 않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공장처럼 센터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치료사는 충분히 종료할 수 있는 치료 케이스임에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도 한다고 들었고요. 늘 초심을 생각하며 양심 있는 치료사로 살아가고 싶어요.

 초심을 잃을 때마다 이 레터를 찾아오도록 할게요!

Q. 마지막으로 구독자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인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면서 느낀 것인데, 우리 사회가 요즘 참 극단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죠. 

 언어치료사로서 일하면서 저에겐 당연한 그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을 지켜보고, 누군가를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았어요. 

 내 머리와 마음이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이해'에요. 그러나 이것은 참 쉽지 않죠. 그래서 인정이 중요해요.

 온전히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요즘 사회에 '인정'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쩌면 타인과 소통하는 진짜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제 이야길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동원님을 만나 나눠본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렸는데요. 구독자님은 어떠셨나요?

 저에겐 참 많은 울림이 있는 대화였습니다. 저와 참 달랐거든요. 하는 일도, 고용의 형태도, 일의 가치관, 앞으로의 계획도요. 

 10년 전 저희는 점심시간을 손 꼽아 기다리고, 얼굴이 발갛게 될 때까지 축구나 하던 고등학생이었어요. 달라 보일 게 없는 친구들이었죠.

 그런데 10년이 지나 언어 치료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친구는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느끼며, 양심 있는 치료사로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더라고요. 제가 요즘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일의 가치와는 참 달랐습니다.

 매일 함께하고 있는 '언어'라는 존재와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 동원님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번 레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