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024년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새로 찾아온 한 해에는 몸과 마음이 풍요로운 한 해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게 다소 무겁고, 차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도 작년 연말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잇달아 일어난 영향인 듯 합니다.
산뜻한 새 출발을 즐기기엔 다소 무거운 마음이기에 이번 레터는 구독자님에게 가벼운 바람으로 느껴질 만한 편지를 들고 왔어요. 숨 돌릴 틈도 있어야 하니까요.
전 세계 각국에서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는지 '세계 각국의 새해맞이 풍습'을 알아보려 합니다. 우리의 글로벌 친구들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봐요.
한국 - 제야(除夜)의 종(鍾) 타종 행사
전 세계의 새해맞이 풍습을 알아보기 전에 당연히 우리 나라의 풍습부터 알아봐야겠죠?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제야의 종 행사가 가장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예요. 제야는 한자어로 除夜를 뜻하는데요. '섣달 그믐날'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12월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을 뜻하죠. 그래서 제야의 종을 직역하면 '12월 31일의 종'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대표적인 제야의 종 행사는 서울 보신각에서 이뤄지는 행사이지만, 앞서 제야의 종의 뜻에 대해 설명드렸듯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는 타종 행사가 모두 제야의 종 행사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불교에서 유래되었는데요. 조선시대부터 섣달 그믐날에 사찰에서 108번의 종을 울리며 지난 해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쳐 1953년에 공식적으로 제야의 종 행사가 오늘날의 새해맞이 풍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야의 종 행사에는 불교적 종교관이 많이 묻어 있어요. 구독자님은 제야의 종을 몇 번 울리는 지 알고 계시나요?
정답은 33번입니다.
이는 '불교의 도리천'과 관련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이 도리천이라는 곳에 계신다고 믿고 있는데요. 여기서 '도리'는 인도말로 33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불교에서는 우주만물이 33천(삼십삼천)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33번의 종을 치며 부처님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열겠다는 불교적 종교관을 반영한 것이죠.
불과 일주일 전에는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렸는데, 일주일이 지나 제야의 종 행사로 불교적인 의미를 되새긴다는 걸 생각해보면 참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미국 - 볼 드롭(Ball Drop)
새해 맞이하면 타임스퀘어(Time Square)의 카운트다운 행사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과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환호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가슴 벅찬 순간이죠. 저도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저는 이 타임스퀘어에서 카운트다운을 하고, 그냥 환호만 하며 즐기는 줄 알았는데 대표적인 행사가 있더라고요. 바로 '볼 드롭(Ball Drop)' 행사입니다.
12월 31일 오후 6시가 되면 뉴욕 타임 스퀘어 빌딩(Time Square Building)에 타임 볼(Time Ball)이 43m 기둥 높이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새해 맞이 축제가 시작돼요.
11시 59분 0초가 되면 이 타임 볼은 기둥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는데요. 60초 동안 타임 볼이 내려오면서(Ball Drop) 카운트다운을 하게 되고, 1월 1일 0분 0초를 딱 맞춰 지상에 도달한다고 해요.
이 볼 드롭 행사는 1907년 뉴욕타임스의 소유자였던 애돌프 옥스(Adolph Ochs)가 25W 백열전구 100개로 둘러싸인 타임 볼을 만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타임 스퀘어 본사를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고, 지금의 이 엄청난 규모의 새해맞이 행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우리나라 제야의 종 행사처럼 특별한 내재적 의미를 갖진 않지만, 상징적인 행사로 자리잡아 많은 이들에게 가슴 벅찬 새 출발을 알리고 있어요.
루마니아 - 곰 분장(Bear Dance)
이번에는 다소 이색적인 새해 맞이 풍습에 대해 소개드려 볼게요. 바로 루마니아로 떠나봅니다.
루마니아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며 '곰 분장(Bear Dance)'을 합니다. 이 곰 분장은 고대부터 유래되었어요.
곰은 겨울잠을 자는 대표적인 동물이에요. 그래서 곰 분장을 함으로써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곰은 루마니아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데요. 루마니아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럽에서 가장 많은 불곰의 서식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곰은 루마니아 민속에서 행운을 가진 영적인 동물로 여겨지기도 해요.
그래서 20세기 중반까지는 40kg에 달하는 실제 곰 가죽을 입고 전통 민족 의상을 입고 축제를 즐겼다고 해요. 요즘에는 실물과 똑같은 털옷을 착용하고요. (참 재미난 풍습 같은데, 개인적으로 곰은 너무 무서운 동물이라.. 해보고 싶진 않네요)
사실상 곰의 의미보다는 저런 분장을 하고 마을에서 사람들과 놀고 있노라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신년을 루마니아에서 맞이하신다면 이런 축제에 꼭 한 번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스페인 - 포도 열두 알 먹기
이번에는 남유럽으로 가볼게요. 스페인에서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열두 알의 포도를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맛있는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인만큼 포도가 이런 풍습에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꽤나 흥미로운데요.
한 알도 아니고, 열 알도 아니고 열두 알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열두 알은 열두 달을 의미해요.
그래서 1월 1일 0시가 되면, 12번의 종을 울리게 됩니다. 그리고 1번의 종소리에 맞춰 한 알씩 그 달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며 먹는 거에요.
열두 알을 먹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입에 욱여넣는 친구나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웃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열두 알을 마침내 다 먹고 나면 외칩니다. ¡Feliz Año Nuevo!(펠리즈 아뇨 누에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재밌는 풍습이 자리잡기 시작한 건 180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부르주아들이 12월 31일에 샴페인과 포도를 먹는 모습을 일반 시민들이 포도알을 먹으면서 풍자했고, 이 모습이 신문을 타면서 유행처럼 퍼져나갔다고 해요.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 유행을 뒤따르기 시작했고, 지금의 이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일본 -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먹기
마지막으로, 이웃나라 일본으로 가볼게요. 일본에서는 마지막 날 소바를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것도 새해로 넘어가는 늦은 시각에요. 이것을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라고 하는데, 토시코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이라는 뜻이고, 소바는 아시다시피 메밀면이에요.
그런데, 늦은 밤에 소바를 먹는다니 꽤 이상한 풍습 같은데요. 이 소바를 먹는 것이 새해맞이 풍습으로 자리잡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로, 국수나 우동과는 다르게 메밀면은 뚝뚝 잘 끊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의 불길했던 액운들을 다 끊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둘째로, 가늘고 긴 메밀면이 장수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첫 번째 이유로는 뚝뚝 잘 끊어낸다고 하면서,,, 둘째 이유는 면이 길어서 장수를 의미한다,,, 음,, 그 장수를 뚝뚝 끊어내면...?(그만 할게요..) 네. 여하튼 꿈보다 해몽이니까요.
셋째 이유는 둘째와 비슷한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생명력에 비유하며, 새해에도 잘 살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새해에 떡국을 먹는 풍습과 굉장히 닮아 있다고 보이는데, 일본은 소바를 늦은 밤에, 우리나라는 아침에 먹는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보장해준 합법적 야식(?)이라는 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HAPPY NEW YEAR
오늘은 여러 나라의 새해맞이 풍습에 대해 구독자님께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전 세계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새해에는 지난 날의 아쉬움과 불운을 떨쳐내고 새로운 기회의 시간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하는 듯 합니다.
새해를 맞이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구독자님만의 새해맞이 의식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종을 치고, 곰 분장을 하고, 소바를 먹는 일이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어쩌면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선물할지도 모르잖아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온 마음 다해 무엇을 기원할 것이고, 그 기원하는 마음은 말이 되고, 말은 힘이 있으니까요.
그럼 구독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올해는 다 잘될 거에요. 우리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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