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중여행기] 중국 칭다오 편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요. 참 혼란한 상황 속에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진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어서 빨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완중여행기를 들고 왔습니다. 바로 2주 전에 다녀온 따끈한 중국 칭다오 여행기에요. 

 사실 중국이란 나라가 참 가까운 나라인데,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여행지가 아니라 꽤나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제가 중국에 가게 된 계기는 중국은 원래 여행을 위해서는 비자 발급이 필요한 나라였는데, 이번에 중국 정부에서 내년 말까지 15일 내 체류 시 비자 발급을 면제해주는 조치를 한시적으로 시행했어요. 그 참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구독자님도 이번 기회에 중국 여행을 고려해보시면 어떨까 추천 드려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칭다오 여행기 시작할게요😊

프롤로그 - 주사위 여행을 떠나보세요🎲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서 이번 여행이 조금 독특했었는데요. 도파민에 중독된 친구들과 제가 특이한 컨셉으로 여행을 시작했어요.

 바로 '주사위 여행'입니다.

 저를 포함해 3명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여행지를 각자 2곳씩 선정하고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죠. '지구마불 세계여행' 프로그램처럼요. 

 친구들과 최종 후보지 5곳을 선정했고(중복 가능으로 5곳이 선정됨.), 그 후보는 시안, 칭다오, 상하이, 하얼빈, 연변이었어요.

 주사위는 던져졌고, 여행을 떠나지 않는 친구가 비행기 결제를 대신해주고 여행 직전 날 여행지가 어디인지 메일로 보내주었어요 ㅋㅋㅋ

 그렇게 저희는 칭다오로 급 떠나게 되었습니다. 함께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던 친구들인데, 성격이 다 대문자 J라서 이런 무계획 여행은 처음 떠나게 되니 되게 색다르고 재밌었어요.

 흔히들 여행은 여행하는 순간보다 여행 가기 전의 설렘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굉장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설레고 재밌더라고요.

 철저한 계획이 필요한 곳은 어렵겠지만, 동남아시아나 중국, 일본 등 비교적 가벼운 여행지에는 이렇게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꽤나 괜찮을 것 같아요.

 다음에도 주사위 여행을 갈거냐고요? 

 아니요...ㅎㅎ

양꼬치엔 칭다오! - 칭다오 맥주의 유래

 중국 산둥 성에 위치하고 있는 칭다오는 우리나라에서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아주 가까운 곳인데요. 이 칭다오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바로 맥주가 떠오르죠? 칭다오하면 칭다오 맥주! 칭다오(Qingdao)하면 칭다오(Tsingtao)! 양꼬치엔 칭다오!

 그런데 이 칭다오 맥주가 유명한 배경을 살펴보면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칭다오 맥주가 독일 식민 지배 시절 탄생했다는 사실이에요.

 저도 이번 여행을 통해 칭다오 맥주 박물관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요. 1800년대에 서구의 열강 세력들이 너도나도 아시아 침략을 진행하며 식민지를 넓혀가고 있을 때(영국의 홍콩 점령도 이 시기), 독일 역시 1897년 중국의 산둥 반도 자오저우만(膠州灣/교주만)을 침략했고, 이듬해인 1898년에 조약을 체결하여 조계지로 칭다오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칭다오의 지하수 질이 매우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독일은 1903년 영국과 함께 칭다오 공사를 설립하여 맥주를 만들기 시작해요. 그리고 불과 3년 만인 1906년에 독일은 독일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칭다오 맥주 수준을 높여 뮌헨 국제 맥주 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제국이 독일과의 칭다오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독일이 물러나고, 일본이 이 칭다오를 지배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대일본맥주가 칭다오 맥주공장을 소유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한참이 지난 2차 세계대전 일본의 항복 후, 칭다오 맥주는 중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중국에 돌아왔다고 해도 완전한 중국 기업은 아니었어요. 글로벌 맥주 기업인 AB InBev가 2009년까지 칭다오 맥주의 지분을 26.9%나 들고 있었고, 이를 같은 해 아사히 맥주에 19.99%를 매각하고, 남은 7%도 중국의 거물에게 팔았다고 해요.

 2017년 아사히 맥주의 칭다오 지분을 중국의 포선 그룹이 가져오면서, 칭다오가 설립된 지 100여 년 만에 온전히 중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칭다오 맥주에는 다소 슬픈 역사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품이 만들어진 배경이 일제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역사가 있는 셈입니다.

 슬픈 역사와는 별개로 현지에서 먹는 칭다오 맥주는 정말 맛있긴 하더라고요. 일단 정말 싸서 가격부담이 전혀 없었고요. (대부분의 식당에서 1병에 10위안 = 2천원 정도로 판매) 그리고, 주로 칭다오 라거만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양한 맥주 종류가 있었어요. 맥주 박물관에서는 필스너, 흑맥주 등 여러 종류의 칭다오 맥주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국민 맥주 칭다오 맥주는 '칭다오 맥주 축제'로도 매우 유명한데요.

 칭다오 국제 맥주 축제는 매년 7월~8월 사이에 진행이 된다고 해요. 중국의 옥토버페스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아시아 최대 맥주 축제로 평가 받고 있어 나중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가 없는 중국... 영어 표기는 어떻게?

 제가 올해 5월에 일본 도쿄를 다녀오고, 완중여행기로 남겼었는데요. 일본인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어요.

 사실, 중국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외국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모습으로만 판단해서 중국이 영어와 동떨어져 있는지 몰랐었는데, 직접 가보니 일본 이상으로 영어와 동떨어져 있는 나라였어요. 여행 4일째가 되던 날 친구와 공항에서 영어를 보고 반갑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중국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마저도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표현합니다. 근데 이게 참 재밌어요.

 한글은 '표음문자'입니다. 표음문자는 말 그대로 문자가 음으로서 기능하는 거에요. 예를 들어 '우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우'와 '리'가 각각 한 글자로서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두 글자가 합쳐져서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반면에 한자는 '표의문자'에요. 즉, 한 글자 하나 하나가 의미를 갖는 것이죠. 예를 들어, 향수(香水)는 향기 향(香), 물 수(水)를 써서 그 뜻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표의문자인 중국어가 영어를 그대로 가져올 때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중국은 3가지 방식을 통해 영어를 표현하고 있어요.

① 음역 - 소리나는대로 표기 

 치즈(Cheese)는 芝士[zhīshì] (쯰싀)로 표현되는데, 芝(지초 지)에 士(선비 사)자를 써요. 지초 지는 버섯류의 풀을 뜻하니 버섯선비??와 같이 말도 안 되는 뜻이 되는거죠. 그러니까 치즈와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써서 표기하는 방식이에요.

② 의역 - 소리는 고려하지 않고, 의미만 고려해 표기 

 어벤져스(The avengers)는 复仇者联盟(복수자연맹)으로 표현합니다. 이건 중국어로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혀 어벤져스를 떠올릴 수 없는 발음이에요. 그러니까, 복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Avengers의 의미를 떠올리는 한자어로 표기하는 것이죠. 발음과는 상관없이요.

③ 음역+의역 - 소리와 의미를 모두 고려해 표기 

 이 표기 방식이 압권인데요. 중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可口可乐 [kěkǒu kělè] '크코우클러'로 발음하는데, '맛이 좋고 입이 즐거워진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발음도 영어와 비슷하게 하면서, 뜻도 식음료의 긍정적 의미를 담아낸 것이죠. 

 이외에도 KFC(Kentucky Fried Chicken)는 肯德基[kěndéjī] '컨더지'로 발음하면서 Kentucky를 나타내고, '닭고기를 판매하는 곳'이라는 한자 뜻을 표현합니다.

현금이 필요 없는 중국, 간편결제 선진국

 중국 여행을 다니면서 놀란 또 한 가지는 바로 간편결제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다는 것이에요. 현금을 여행 내내 한 번도 안 썼거든요. 그래서 중국 지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현금을 사용할 일이 많이 없지만, 시장이라던지 거리에 있는 노점상에서는 카드 결제 대신 계좌이체 등을 활용하고 있어요. 은행 어플을 켜고, 계좌번호를 누르는 일은 어려윤 일은 아니죠. 그러나, 중국에 와서 보니 여긴 진짜 결제가 너무 간단하더라고요.

 일반 가게는 물론이고, 시장에 있는 노점상에서도 아래 사진과 같이 QR코드를 스캔하면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중에 알리페이를 설치해서 갔는데, 저기 보이는 QR을 알리페이로 스캔한 후에 금액을 입력하면 사장님에게 알림이 가고 주문이 완료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간편했어요. 유일한 단점이라면, 인터넷이 잘 안 터지면 좀 난감해진다는 부분?.. 돈을 보내기 전에 음식을 주셔서 먹으면서 보내는데, 인터넷이 갑자기 안 되면 참 난감하더라고요... 사장님도 흘깃흘깃 제가 도망가진 않는지 쳐다보시는게 느껴졌답니다. 중국 여행 시에는 꼭 휴대폰을 풀 충전하고 데이터도 빵빵한 걸로 준비하는게 좋겠어요.

간편결제 선진국이 된 이유

 이렇게 중국이 간편결제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이렇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잘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첫째로, 만연했던 위조지폐 이슈가 있습니다. 2015년 공안당국에서는 한 조직이 우리 돈 380억 규모에 달하는 위조지폐를 유통하고 있는 걸 알아냈어요. 그만큼 위조지폐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고, 중국 국민들과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간편결제 방식이 나타난 후에 정부에서도 급속도로 이런 시스템을 확충하였고, 중국 국민 역시 이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로, 14억 인구를 감당할 유선 전화 인프라가 없다는 이슈가 있습니다. 반대로 말해서 무선망을 확충하는 정책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삼성/애플이 아닌 중국 내수용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된 것이죠. 이러한 확보된 스마트폰 시스템을 통해 간편결제는 급부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불충전시스템의 빠른 확대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기하급수적인 인구로 인해 중국 국민들의 신상 및 신용 정보 부족으로 후불 결제 시스템보다는 선불 결제 시스템이 발달했다고 해요. 개인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신용카드 등의 보급이 적은 것이죠.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이미 알리페이등의 선불 충전 시스템은 너무 익숙한 방식이었고, 선불 결제 방식은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여행 필수 어플 TIP

마지막으로 중국 여행에서 많이 도움이 되었던 어플을 몇 가지 소개하며 이번 레터를 마칠게요.

□ 파파고 : 다들 알겠지만, 한국어↔중국어 번역 어플이다. 중국 여행의 입이 되어준다. 번역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표현하거나, 완곡하게 표현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번역이 잘 된다.  

□ 고덕지도(高德地图) : 중국은 구글맵이 사실상 안 된다고 봐야 한다. 중국인들이 쓰는 고덕지도 어플은 필수다. 어렵고 긴 한자를 다 외우려고 하지 말고, 메모장 기능을 통해 한국어로 노트해두면 훨씬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쓰다보면 익숙해져서 주변 맛집 등도 검색할 수 있다.

□ 알리페이(支付宝) : 앞서 말했듯이 중국은 간편결제 시스템의 나라다. 한국에서 미리 한국 번호로 인증 받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트래블월렛 등 계좌와 연동해두면 된다. 중국어 발음으로 '지푸바오'이니 결제할 때 직원이 이렇게 말하면 푸바오 닮았다는 뜻이 아니고 알리페이로 하겠냐는 뜻이니 어플 열어서 보여주면 된다.

□ 디디추싱(滴滴出行) : 중국판 카카오택시다. 알리페이에서 연동되니 알리페이 내부에서 사용해도 되고, 디디추싱 어플을 받아서 한국에서 인증 후 사용해도 된다. 

□ 메이투안(美团): 중국판 배달의 민족이다. 개인적으로 이거 인증 못해서 이용 못한 게 정말 아쉬웠다. 중국은 음식도 싸고, 배달도 싸서 늦은 밤이나 나가서 먹기 싫을 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번호 인증이 필요한데, 중국 내에서 인증해야 하는 것 같으니 관련 내용을 검색해서 현지에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