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이 들려주는 반도체이야기2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중국의 패권 전쟁

2025.07.23 | 조회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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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중일기

흘려보내기엔 아쉬운 것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지요? 어느덧 7월도 일주일 남았네요. 건강관리 잘 하시고, 여름휴가 안전히 즐겁게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작년에 나눠봤던 반도체 이야기 1편에 이어 2편을 준비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이고, 이제는 단순히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적 경쟁력을 나타내는 정치적인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요.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 역시 이 반도체 산업을 아주 중요한 핵심 Key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몇 가지 나눠볼게요.

 

 

미-중 반도체의 현 주소


 먼저 미-중 반도체 전략에 대해 말하기 전에 현재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현황부터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중국 -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반도체 자립화' 가속화


창신 메모리의 LPDDR5 <클릭 시 원문 이동>
창신 메모리의 LPDDR5 <클릭 시 원문 이동>

 중국은 지금, 사활을 걸고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첨단 반도체를 사오기 어려워지자, 아예 자국 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CXMT(창신메모리)입니다. CXMT는 스마트폰·태블릿 등에 쓰이는 DRAM(휘발성 메모리), 특히 LPDDR5 같은 메모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CXMT는 2020년 사실상 0% 점유율에 불과하던 회사였지만, 올해 4분기 예측 전망으로는 글로벌 디램 점유율 약 12%로 두 자리수 달성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많아요.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정부의 기하급수적인 재정적 지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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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EP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투자 기금은 24년 1조 5천억 위안(누적 기준) 우리 돈으로 약 290조원 규모에 달합니다.

 전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기금이어서 CXMT에 정확히 어느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최소 수 조원의 재정적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반도체 산업이란 것이 워낙 최첨단 기술이기에 돈을 무작정 쏟아 붓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기술수준이 낮은 구형 반도체(Legacy)에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 실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구형 반도체 매출 중 큰 비중을 중국이 뺏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국 - ‘기술 초격차’ 지키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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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미국의 전략은 어떨까요? 미국은 이미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반도체 시장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NVIDIA)입니다. 최근,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5,500조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혹시 엔비디아가 낯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 우리가 사용하는 AI의 두뇌를 만드는 회사
  • AI가 학습하고 계산할 때 필요한 AI 가속기(반도체)를 설계
  • GPU, AI 칩 설계에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음.

 

 앞서 1편에서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제조-조립'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설계를 꽉 쥐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엔비디아뿐 아니라 퀄컴, AMD, 인텔 등 미국의 ‘설계 기업’들은 전 세계 반도체의 머릿속을 책임지고 있죠.

 그래서 시장을 주도하는 이 기업들의 기술력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국은 지키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최근 H20 수출 통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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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고성능 AI 반도체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엔비디아의 H100 등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막았었는데요. 이런 규제를 피해 엔비디아가 중국향으로 성능을 낮춰 만든 H20이란 제품이 있었습니다.

 중국 기업들도 AI개발을 위해 이 H20을 도입하려고 했었죠. 그러나, 미국 정부가 H20마저 수출을 제한하였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중국이 AI 경쟁력을 키우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죠.

 결국 엔비디아의 H20의 중국 수출은 한동안 막혀있었지만, 최근 H20 수출 규제는 해제되었습니다. 이유는 4월에 발생한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한 협상카드로 H20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항하여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었고, 미국은 희토류를 얻는 대신 H20 판매를 승인해준 것이죠.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한 발 물러선 미국이지만,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AI 칩을 필두로 한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미국은 엔비디아를 대표로 AI 반도체 부분에서 승기를 잡고, 전체 글로벌 시장 전체에 막대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


 앞선 미국 중국의 반도체 산업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반도체 기술력, 자원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더 이상 반도체는 산업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그래서 중국과 미국은 모두 공급망 재편을 통해 반도체 오너십을 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급망 전략 - 치사해서 내가 다 만든다.(내재화/자립화)


 중국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의 모든 분야를 국산화하는 전략적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원대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비/소재 국산화가 아주 중요한 과제인데요. 그 이유는 반도체가 장비산업이기 때문이에요. 제조 기술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공정을 진행하는 설비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죠.

 이런 이유로 중국 역시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 여러 공정에서 성공적인 국산화를 이뤘지만 중국에게 가장 큰 도전과제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노광장비 국산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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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노광장비의 자타공인 1등은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회사입니다. 아마 EUV라는 설비를 들어보셨을 거에요. 1대에 무려 1천 억이 넘는 설비입니다. ASML은 EUV 등 반도체 공정에서 꼭 필요한 포토 공정 설비를 만드는 회사로 '슈퍼 을'이라는 별명을 가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ASML의 중국 수출을 미국이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중국은 노광장비 국산화에 대한 큰 도전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ASML이 네덜란드 기업임에도 미국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ASML의 설비를 만들 때, 미국의 첨단 기술 라이센스가 활용되고, 또한 전략적인 미국과의 동맹을 생각할 때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에요. 

 미국의 이런 강경책에 ASML의 중국 시장 사업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이런 예측 속에 ASML의 주가는 지난 16일 무려 11%나 급락했습니다.

 ASML사례 이외에도 여러 장비/소재 측면에서 자립화를 이루는 것이 중국의 가장 큰 도전 과제이며, 앞서 소개해드렸던 CXMT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도 이 소재/장비 국산화에 따라 달렸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의 공급망 전략 - A도 내팀, B도 내팀(전략적 동맹)


 중국이 모든 것을 내재화하려는 반면, 미국은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 내 플레이어들과 동맹을 맺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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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으로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TSMC, 삼성 등 외국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을 짓게 될 경우 세액공제와 보조금 지원을 해주는 제도인데요. 바이든 정부 때 시행되어 텍사스에 공장을 지은 삼성전자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트럼프의 감세법안(OBBBA) 역시 통과되면서 반도체 투자세액공제가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되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좋은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과도 결을 같이 하는데, 쉽게 말해 너네 나라에서 만들지 말고 우리 나라 와서 만들면 관세도 안내고 세제혜택도 주겠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반도체 기업들을 미국의 품 안으로 들여오려는 전략인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구애를 하는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 '설계-제조-조립'의 공급망에서 제조 측면에서 미국이 다소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중국은 이것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미국은 이런 기업들과의 동맹 전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죠.

 

 동맹국들의 반도체 기업을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노력하는 한편, 중국으로의 유출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미국 공급망 전략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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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엔비디아와 ASML사례에서도 다뤘었지만,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어요.

 VEU(Verified End User)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는 미국이 전략물자(반도체 장비, 첨단 기술 등)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특정 기업에는 일부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VEU 제도를 활용해 중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중국 견제 기조로 인해 이런 VEU 제도가 취소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량 40%를 책임지는 우시 공장과 삼성전자의 NAND 40%를 책임지는 시안 공장의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1,2등 기업의 크나큰 비중의 생산이 미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죠.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과 SK인 만큼 중국 사업을 철수시키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긴한데요. 미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걸 보면서 다시 한 번 천조국의 위엄을 느껴봅니다...

 

눈치 빠른 일본의 움직임


 이런 미국 중국의 반도체 갈등 속에서 눈치 빠르게 움직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이런 공급망 재편 정세 속에서 본인들의 역할을 명확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어요.

 사실 일본은 도시바, 히타치 등 1980~90년대에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의 50%를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이 마찰을 빚으면서 메모리 주도권을 상실했고, 그동안 반도체 시장에서 몰락하고 말았었죠.

 그러나, 이번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일본은 다시금 경쟁력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을 바탕으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의 소재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고요.

 정부 차원에서 지난 날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

2021년부터 정부는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 TSMC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였고, 키옥시아 등 자국기업도 지원하여 생산 기반을 빠르게 복원하고 있어요.

 또한 2022년 라피더스(Rapidus)라는 파운드리 기업을 국책 프로젝트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일본 정부가 주도해 차세대 2nm 이하 첨단 반도체를 자국에서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IBM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TSMC/삼성과 경쟁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정부에서 지원한 돈만 약 8조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미-중 반도체 갈등 시대에 있어 가장 발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일본이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에 있어 어떤 역할과 능력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 중국의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지만 반도체라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상품이 아닌 전략적, 정치적, 군사적 존재가 되어버려 수많은 담론을 담아내기에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아주 가볍게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대해 다뤄봤는데,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이런 시대를 잘 준비하고 있는 일본과는 다르게 반도체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궁금한 반도체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는 8월 6일(수)에 다시 편지하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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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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