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중여행기] 아이슬란드 편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완연한 여름이 찾아왔고, 내일 모레 21일은 하지(夏至)인 거 알고 계시나요? 하지는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에요. 쉽게 말해 우리가 태양을 가장 오래 보고 있는 날이죠 ㅎㅎ

 그래서 하지에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다는 사실!

 덥지만, 늘어난 낮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완중여행기 2탄으로 이름만 들어도 시원함을 선사할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들고 왔어요. 이 레터가 구독자님에게도 조금의 시원함을 선물하길 바랍니다🥶

1. 아이슬란드 간 새끼들

 나에게는 '독서모임'이라는 구실로 매달 만나 술잔을 부딪치며 인생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나의 대학교 친구들인데, 2022년 카타르 월드컵도 같이 다녀온 찐친들이다. 

 우리에겐 서로를 설득하는 마법의 단어가 있는데, 바로 '쫄?'이다.

 이 '쫄?'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가슴 속 저 구석부터 엄청난 승부욕이 올라오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진다. 

 그렇다. 아이슬란드 여행도 이 한 글자에서 시작되었다. 2023년 가을 추석 연휴는 휴가를 단 몇 일만 내면 장기여행이 가능했는데, 카타르 여행 이후 보다 더 강력한 도파민을 원하는 한 친구의 제안과 '쫄?' 덕분에 우리는 아이슬란드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쫄?'이라는 글자와 엄청난 실행력으로 우리는 위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짜게 되었다. (정말 저렇게 가게 될 줄은 몰랐다.)

 MBTI가 모두 'J'로 끝나는 5명의 남자 공대생들에게 아이슬란드는 안성맞춤이었다. 아이슬란드는 패키지로 가지 않는 이상 엄청난 계획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의 여행은 보통 'Ring road'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위의 사진에서 원처럼 생긴 한 바퀴의 경로를 'Ring road'라고 한다.(반지처럼 생김.) 여행자들의 일정에 따라 이 Ring road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반으로 잘라 남쪽만 돌기도 한다. 

 우리는 Ring road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계획했고,(왜? 반 바퀴 돌면 남자가 아니니까.. 우린 남자기 때문에... 쫄??) 그에 맞춰 숙소를 예약해야 했다. 

 아이슬란드의 면적은 1,030만 ㏊'로 1,004만 ha'수준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인구는 38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니 숙소 예약을 미리 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얼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 이동할 수 있는 거리와 들러야 할 여행지를 모두 고려하여 숙소를 예약했고, 색깔 별로 단체 바람막이까지 맞춘 우리는 '아이슬란드 간 새끼들'을 찍을 준비를 마쳤다.

2. 탐험가의 본능을 일깨우는 순간들

 미지의 땅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느낌을 누군가 묻노라면, 항상 이렇게 답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온 느낌이 아니라, 다른 행성을 여행하고 온 것 같았어요." 

 이것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잘 설명하는 소감이 있을까?

 아이슬란드는 서유럽의 북쪽 및 그린란드 바로 밑에 위치해있다. 고위도의 추운 지역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오늘날 '본토'로 규정되는 나라들 중 가장 오랫동안 무인도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9세기 후반 노르웨이인들이 최초로 정착하며 역사가 시작되었다.)

 인간의 손이 가장 적게 묻어서일까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정말 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어느 관광지를 가도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아이슬란드의 노력이 보였다.

 이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대자연은 그야말로 '탐험 본능'을 일깨우기 바빴는데, 그 중에서도 나의 원픽은 바로 피야쓰라르글리우푸르(Fjaðrárgljúfur)다.

 이곳은 우리 말로 하면 협곡인데, 말도 안 되는 풍경을 자랑한다. 협곡이 생긴 것은 약 1만 년 전이지만, 이곳의 기반암은 약 200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한다. 200만 년 전이라니 가늠도 안 되는 숫자다.

 내가 이곳이 좋았던 이유는 모든 것이 조화로웠기 때문이다. 물과 바람에 수없이 침식되어 굽디 굽은 굴곡을 만들어내는 협곡의 수많은 선, 면이 조화로웠고, 그 배경을 칠하는 차분하고 듬직한 녹색과 암석의 색깔이 푸른 유수의 색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다. 360도 고개를 한 바퀴 돌려도 눈에 걸리는 것이 없는 이 자연스러움. 아! 자연스럽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거구나?

 '이 외에도'라는 말로 소개하기 아까운 대자연의 모습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탐험가의 본능을 일깨워줬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웬만한 풍경에는 점점 감동하기 어려워지는데(예를 들면, 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렇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보법이 달랐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빙하와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빙하에 누워 있는 물개를 도대체 어디서 보겠는가?  

  이것이 내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른 행성에 다녀온 것 같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고요하고,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자질구레한 고민과 상념들은 없어지고, 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만 집중할 수 있던 순간들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구독자님도 이 호기심을 건강한 두 다리로 즐길 수 있도록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슬란드 여행길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3.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대자연을 품은 아이슬란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기도 한다.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핀란드, 덴마크에 이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행복의 비결이 뭘까?

'자식과 친구, 나라가 평생 지켜주리라 믿는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슬란드인들은 '공동체 의식'을 그 대표 이유로 꼽는다. 빙하로 뒤덮인 지평선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는 고작 38만의 공동체는 '뭉쳐야 산다'라는 말이 입에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죽음의 위협이 공존하는 곳에서 이웃에게 건넨 따뜻한 관심은 살기 위한 생존 수단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여행하면서 만난 아이슬란드인들은 대부분 친절했고, 나이스했다. 이 '끈끈한 유대감'이라는 평범함은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특별함을 안겨주었다. 

 '그 때가 더 정 있고, 행복했어~'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온정을 베풀 때 인간은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 

평등과 포용

아이슬란드의 높은 행복지수에 한 몫을 하는 것이 바로 '평등과 포용'이다.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성 평등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2009년 이후 계속 1위)여성의 소득도 남성 대비 91% 수준으로 그 격차가 가장 적다고 한다. 

 출산 휴가는 남녀 모두에게 주어지며, 국정을 이끌어가는 의원 수는 2021년 48% 비율까지 여성 비율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남녀 간 성 평등 이외에도 성 자체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굉장히 포용적인데, 이는 여행 중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 Church) 앞에는 무지개가 그려져 있는 거리가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무려 1999년부터 게이 퍼레이드(Gay Parade)가 열렸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5년에 바닥에 무지개를 그린 것이다. 이 곳에서 열리는 게이 퍼레이드에 단 한 번도 국민들의 불만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 하니 '평등과 포용'이 국민성으로 자리잡은 나라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문화, 예술성 ▲낮은 범죄율 ▲질 좋은 공교육 등의 이유로 아이슬란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대자연을 품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이유가 있을까? 

 (광화문 한복판에 빙하를 탄 물개가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Last T.M.I] 아이슬란드 물가는 왜 비쌀까? 

 아이슬란드 여행하면 떠오르는 한 가지가 또 있다. 바로 '살인적인 물가'인데, 우리도 여행하면서 여실히 느꼈다. 일단 높은 물가에 모든 식사는 장을 봐서 해결했는데, 마지막에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이라도 외식을 해보자 하고 시켰던 피쉬앤 칩스가 2인분 정도에 5만원이 넘었다.

 이렇게 물가가 비싼 이유는 예상 가능하겠지만 ▲척박한 환경으로 인한 높은 수입 의존도 ▲높은 관광객 비중 ▲높은 최저임금 (2023년 기준 35,000원 수준) 등의 이유라고 한다. 

 피쉬 앤 칩스를 5만원 주고 사먹으면서 아이슬란드인들은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높은 소득이더라도 높은 물가와 40%에 육박하는 세금 체계로 인해 고소득자 비율보다는 중산층 비율(72%)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높은 세율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고, 이로부터 높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는 마지막 주로 쉬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