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얼마나 크냐고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꿉꿉한 장마철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운이 좋게도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어요. 매일 흐린 하늘만 보다가 맑은 하늘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더라고요! 얼른 장마가 끝나고 하늘이 파란 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가 구독자님과 나눌 이야기는 다름 아닌 '우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최근에 신기하게도 제가 우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어요. 매월 진행하는 독서모임에서 칼 세이건의 'COSMOS'를 읽고 있고, 최근에는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낸 '아폴로 11호' 프로젝트를 다룬 'Fly Me to the Moon'이라는 영화를 보기도 했고요.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추천!!)

 광활한 우주의 크기만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면, 정말 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인류가 만들어낸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 - '보이저(Voyager) 탐사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광활한 우주와 그것에 도전하는 인류의 위대한 항해에 함께해보시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 - 보이저(Voyager) 탐사선

 구독자님 '보이저 탐사선'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솔직히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처음으로 우주에 인간을 보낸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 유리 가가린의 '보스토크 1호',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 프로젝트는 들어봤지만, 이 보이저 탐사선 내용은 처음이었어요.

달에서 행성으로 - 그랜드 투어(Grand Tour) 프로젝트

 미국과 소련의 자존심을 건 우주/항공 기술 대결의 결과로 1969년 미국은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냈어요. 그리고, 그 위대한 업적을 이을 만한 또 다른 미션이 필요하게 되었죠.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그랜드 투어(Grand Tour)' 프로젝트에요. 말 그대로 우주로 위대한 항해를 떠나겠다는 것이죠. 미국은 달을 넘어 더 광활한 곳. 다른 행성을 탐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구체적으로 태양계 외행성(태양계에서 지구보다 바깥쪽을 도는 행성들)을 탐사하겠다는 원대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175년 만에 오는 기회를 놓치겠습니까?

 당시 지구에서 해왕성까지는 30년 정도의 비행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 기나긴 항해가 가능하긴 할까요?

 보이저 탐사선이 이를 해결하고자 이용한 것은 바로 '중력도움(Swing-by)'입니다.

 중력도움이란 탐사선이 움직이는 행성을 돌아 나가면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방법이에요. 쉽게 말해,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줄을 매달아 트럭의 중력과 속도를 이용하는 방법이죠. 트럭과 방향이 다르더라도 언제든 줄을 놓아 방향 전환도 할 수 있어요.

 이런 '중력도움'을 이용한다면 30년의 비행 시간이 걸리는 해왕성까지의 시간을 단 10년으로 줄일 있다는 것을 칼텍의 Flandro 교수가 밝혀냈어요. 중력 도움을 통해 방향 전환과 가속을 이뤄낸다면, 태양계 외행성들을 직선 거리로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 황금시기는 약 175년마다 찾아오는 기회였고, 1970년대가 바로 그 최고의 타이밍이었습니다.

 ※ 목성을 찍고, 직선 거리에 토성이 도착해야 가장 최단 거리가 된다.(모든 태양계 행성은 태양을 공전하기에...)  이런 식으로 외행성들의 궤도를 탐사하기 최적의 시기가 바로 1970년대였다. 

 이런 황금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NASA의 과학자들은 프로젝트 예산을 따기 위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 대통령에게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고 해요.

 '"175년 전 토머스제퍼슨 대통령은 이 엄청난 기회를 날렸는데, 당신도 역사에 기록될 이 기회를 놓치시겠습니까?"

 과학자들의 귀엽고, 은밀한 계획 

 어렵게 승인 받은 그랜드 투어(Grand Tour)였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늘어가는 예산과 다른 우주 프로젝트들의 등장으로 예산 할당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결국 1972년 줄어든 예산으로 인해 해왕성까지 탐사 예정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매리너(Mariner) 목성-토성 프로젝트'로 축소되었어요. 목성-토성 2개 행성을 탐사하는 것으로 줄어든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75년 만에 온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과학자들은 은밀하게 해왕성까지의 탐사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이 탐사선이 해왕성까지 충분히 갈 기술이 됨에도 그 내용을 알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산을 더 줄일 수도 있으니까요.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동자를 가진 이들은 정부 몰래 위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해 갔습니다.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을 가진 낭만의 과학자들.. 좀 귀엽기도 하지 않나요?)

외계 생명체와 최초의 소통 시도? 골든 레코드 (Golden Record)

 이 보이저 탐사 프로젝트에 특별함을 더해준 것이 있는데요. 바로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입니다.

 현재 코스모스(COSMOS)의 저자로 알려진 칼 세이건(Carl Sagan)은 이 보이저 탐사 프로젝트에 '지구상에 인간이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요.

 인류가 이 광활한 우주에 가장 멀리 보내는 물체에 우리가 누군지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일 아닌가요?

골든 레코드는 지구와 인류를 소개하는 메시지로 구성된 LP 디스크인데요. 제목부터가 'THE SOUNDS OF EARTH'에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 골든 레코드의 뒷면에는 이 레코드를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도식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해요. 정확히는 우주 만물의 과학인 수와 원소 등의 과학적 법칙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 골든 레코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요?

 먼저 총 118 장의 이미지가 들어 있습니다. 홍해, 태양의 빛 스펙트럼, 아버지와 아이, 버섯이 있는 숲, 낙엽, 눈송이, UN 빌딩 등 지구와 인류를 소개하는 여러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해요.

 또한, 우리의 음성도 들어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국어를 비롯한 55개국의 음성 인사가 들어 있어요. 우리나라는 비교적 싱거운(?) '안녕하세요?'라는 인삿말만 포함되어 있는데요. 다른 나라의 멋진 말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것 같아요.🤣 

 이외에도 베토벤의 '운명',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 등 명곡 등도 들어 있다고 해요.

▼ 인상적인 다른 나라의 인삿말

보이저 탐사, 그 결과는?

 예산 문제로 고초를 겪기도 하고, 골든 레코드라는 신선한 발상으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보이저 탐사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을까요?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프로젝트는 태양계의 내행성을 탐사했던 마리너(Mariner) 계획의 일부로 진행됐었는데요. 발사를 몇 개월 앞둔 1977년 3월 NASA는 이름 공모를 통해 보이저(Voyager:항해사) 프로젝트로 그 이름을 변경했다고 해요. 기존과는 다른 업적을 세울 것이란 자신감이었죠.

 큰 기대를 안고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에,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됐습니다. (경로상 1호가 2호보다 빠르게 목성, 토성에 도착하기 때문에 2호를 먼저 발사했다고 해요.)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할 임무를, 보이저 2호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탐사 임무를 받았어요. 

 그리고 1979년 1월 마침내 보이저 1호는 목성에 도달했고, 그 후 토성 탐사 임무를 거친 후에 2012년 8월 태양계를 벗어나 현재도 위대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어요.

 보이저 2호는 1979년 3월 1호에 이어 목성에 도달한 후,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 지금의 태양계 외행성으로 알려진 행성들을 모두 도달하는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현재까지도 천왕성과 해왕성을 모두 탐사한 탐사선은 '보이저 2호'가 유일하며, 우리가 과학 책에서 배운 태양계 외행성에 대한 내용이 이 프로젝트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하니 정말 위대한 일 아닌가요?

보이저 친구들 현황 확인하기

 보이저 탐사선은 지금도 그 위대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어요. 위에 사진에서 보듯이 현재 NASA에서는 실시간으로 보이저 탐사선의 상태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보이저 1호는 약 163.5AU(1AU : 지구와 태양의 거리), 보이저 2호는 136.3AU의 거리만큼 멀리 나아가고 있어요. 

 우주 공간은 중력과 마찰력이 거의 0에 수렴하는 상태이므로, 한 번의 가속으로도 관성을 이용한 지속 항해가 가능하지만, 탑재된 장비를 구동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해요. 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플루토늄인데, 발사 후 만 48년째가 되는 2025년 이후에는 이 플루토늄이 고갈되어 지구와의 교신이 불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보이저와 작별을 고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보이저 탐사 프로젝트는 정말 많은 과학적 업적을 남겼습니다. 수많은 과학적 가치를 남긴 프로젝트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일이 없을 거에요. 그렇다면, 인류에게 있어 인문학적으로는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우주는 정말 광활하고, 우리는 정말 보잘 것 없이 작은 존재다.'는 깨달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식상한 깨달음일지는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추론과 상상보다는 그것을 실제로 보았을 때 느껴지는 확신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위에 보시는 사진은 1990년 지구에서부터 61억km 떨어진 명왕성 궤도에서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인데요. 좀 특별한 게 숨어있어요. 바로 지구를 촬영했다는 거에요. 앞서 소개한대로 보이저 탐사는 지구 밖의 행성을 탐사하는 프로젝트인데, 왜 카메라가 지구를 향해 있을까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칼 세이건은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고 해요. 가장 먼 거리에서 찍은 '지구의 셀카'인 것이죠. 이 천문학자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얼마나 보잘 것 없이 작은 존재인지를 보이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하찮은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 광활한 우주 속 현재까지 유일하게 생명을 품은 지구라는 고향에 태어난 존재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더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죠.

 흔히 인간을 먼지같이 작은 존재라고 말하잖아요. 물리적으로 보면 응당 맞는 말임을 보이저 탐사선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작은 지구라는 곳에 먼지로 태어나 구독자님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꽤나 특별한 일 같기도 합니다.

 칼 세이건의 문장을 끝으로 이번 레터를 마칩니다! (다음 주는 마지막 주로 쉬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