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의 품격
요즘 나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다음날 교회학교에서 귀여운 유치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한바탕 에너지를 쏟고 나면 한 시간쯤은 아무 것도 못한 채 누워 있어야 하지만, 그 기분 좋은 탈진마저 기다려질 만큼 그들이 주는 기쁨은 압도적이다. 반짝이는 눈,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이 조그마한 얼굴에 오목조목 모여 있는 모습은 볼 때마다 신기하기만 하다. 반가움에 두 팔과 다리를 파닥거리며 뛰어올 때면, 마치 아기 천사가 내려와 춤을 추는 듯하다.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사랑스러움에 방점을 찍는 것은 아이들이 하는 예쁜 말이다. 그것들은 세상을 뒤바꿀 만큼 거창하지 않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동생이 예뻐요”, “친구랑 놀아서 좋아요.” 이토록 평범하고 단순한 문장들이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안 보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앞니 빠진 친구의 입속을 들여다보며, 아프지는 않았는지, 이빨 요정에게 선물은 받았는지 묻는 다정함에서 아이들의 예쁜 말은 타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관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들의 솔직한 말들은 거절조차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번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친구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 같아, 영어 유치원에 다닐 법한 아이에게 다가가 그 외국 친구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고 슬쩍 부탁해 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잠시 당황하더니 “선생님, 저는 영어 사람 아니에요. 한국 사람이라서 영어 말 못 해요.”라고 했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그 맑고 정직한 거절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사실 어른의 세계는 그다지 단순하지 않다. 관계가 복잡해지고 쓰라린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의 언어는 어느덧 방어적으로 변하고 날이 선다. 진심을 전하기보다 체면과 계산 뒤로 숨어버리고, 그렇게 한 치도 손해 보지 않으려 애쓰는 사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방치되어 덧나버린 마음의 응어리는 서툰 대화법으로 표출되어, 나 자신과 소중한 이들을 동시에 아프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뒤늦게야 타인을 비난하지 않고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 법을 힘겹게 연습하곤 한다. 나의 감정을 건강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서툴지만 진실한 사랑의 언어’를 일상 속에서 되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다가 오히려 인생을 배우고 온다. 나의 ‘꼬마 선생님’들은 그 어떤 교과서보다 큰 가르침을 준다. 오늘도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간절히 기도한다. ‘부디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품격 있는 언어를 잃지 않기를... 이들의 예쁜 말이 꺾이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조비온
📖감상 한마디
이 글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해주는구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조그마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담겨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나, 아이들이 반가움에 뛰어오는 모습을 아기천사로 표현한 부분 덕분에 아이들의 귀여움이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왠지 간질간질한 느낌으로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런 기분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아이들처럼 예쁜 말을 하고 싶다고, 또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마음속이 흙탕물처럼 탁해져 아무 말이나 내뱉고 싶어질 때면 이 글을 떠올려야겠습니다.
-안나
아이들의 말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금 깨우침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글의 구성이 간단하면서 분명하게 드러나서 읽기에 아주 편했습니다. 적절한 예시와 표현으로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모습과 그렇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없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아이들의 말이 너무나도 예뻐 보인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다시 한번 저도 그들의 언어를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오광락
아이들의 예쁜 말에 대한 예문과 그 표현이 좋아서 더 크게 와닿고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다정함이 세심한 관심과 관찰에서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단어 선택과 생생한 묘사 역시 그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고 글쓰기를 배워가는 과정이 결국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익히며 ‘예쁜 말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훈련과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SSY
아이들 사이에 저도 함께 있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직접 한 말을 인용한 부분은 글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줘서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승'에서 '전'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읽는 사람에게 곁을 내주는 느낌이라 그 잔상이 더 크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내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진심과 다른 말을 전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글 속의 꼬마 선생님들을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현경
잊고 지내던 순수함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글이었습니다. ‘나도 한 때는 이랬었지’라는 왠지 쓸쓸한 기분에 빠지다가도, 어쩌면 그 시절의 모습이 단지 덮여있는 건 아닐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반짝이는 눈, 오똑한 코, 앵두같은 입술’, 이 한 줄에서 저절로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생김새가 연상되어, 읽는 이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좋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티없는 맑음과 귀여움이 생생하게 다가와 글을 읽을 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세상의 때가 묻어 털어내고 싶을 때 다시 한번 읽게 될 것 같습니다.
-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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