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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4회차 모임 공지입니다.

느슨한 연대

변화는 짠!하고 오지 않아

11주차, 의도치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2024.04.29 | 조회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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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글쓰기 좋은 질문과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블로그로 난잡하게 쓰던 글을 정리해서 연재글로 보낸 지 어느덧 11주차다. 다음주면 12주차, 완결을 맞이한다. 생각보다 별 변화가 없다는 점이 놀랍고, 결국 이 많은 글자들을 써낸 게 신기하다.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이면 달리기를 한다. 글은 계속 썼지만 아직도 책을 내지 못했다. 지난 2월의 나와 오늘의 나를 멀리서 두고 비교하면 답보상태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중요한 변화는 짠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결혼한 남자는 잠깐 연애나 해볼까 했던 잘생긴 무명 배우였고, 글쓰기라는 취미는 너절한 일기장에서 시작했다. 내게 필요한 변화는 아주 잘 오고 있다. 그 움직임은 아주 미묘해서 오로지 나만 알아챌 수 있을 뿐이다. 부모의 압력도, 사회의 기준도, 돈도 아니다. 오늘은 이 사소한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11주간 메일리에 36개의 글을 발행했다. 블로그로 매주 2개의 탄자니아 신혼여행기를 연재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2500자의 글을 썼고, 나머지 요일은 짧은 글을 발행하며 다음 주에 올릴 글의 초고를 썼다. 메일링 서비스의 구독자는 40명에서 92명이, 블로그 이웃은 2000명에서 3600명이 되었다. '짠!'하고 유명인이 된건 아니지만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읽어주는 사람이 늘었다.

 

 

 릴스를 시작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 하지만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건 또 다른 일이었다. 대략 열개의 릴스를 올렸고 꽤 할만하다는 깨달았다. 행동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다. (Insta @homi_onthe_road)

 블로그 제목을 가독성있게 바꾸고, 유튜브 계정도 만들었다. 드디어 인스타그램도 공개로 전환했다. 영상의 영역에서 촬영보다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임팩트있는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지만, 조금만 공을 들이면 순식간에 수천명이 내가 만든 허접한 영상을 시청했다.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짠!'하고 변신하는 상상을 했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것 처럼, 내 삶도 그런 식으로 변곡점을 맞이할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거나 직장에 취직하는 게 변화의 지점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명한 형태를 가지고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올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서른이 다 되어도, 아무런 계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꿈이라는건 어떤 알맹이로 오는게 아니라 흐릿한 구름같은 형태로 온다. 머리 속에는 뚜렷히 가야할 길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안내하는 길이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는 일. 그러나 어느 순간 흐린 안개가 낀다. 그리곤 이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반대쪽 길로 걸어갈수밖에 없다.

꿈이라는건 형상이 아니라 동력원이다.

어떤 행동을 하게끔 나아가게 한다.

 

 지난 세달간의 연재를 통해서 어떤 주간에는 쓰레기같은 글을 썼고 어떤 주간에는 오래된 블로그의 글들을 엮어서 다시 재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나아가고 있었다. 무언가 모를 방향으로 계속. 어둠속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도 걸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계속 가고 있었다. 작은 동력들로 나는 서서히 밀어올려진다. 비슷한 오솔길을 계속 걷고 있는 것만 같은데 어느순간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글을 쓴다는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다른사람의 시간을 사로잡는 일이다. 무한히 상상할 수 있는 재료를 내어주는 일이다. 내 마음과 남의 마음을 연결하는 일이다. 11주간의 글을 쓰고나니 앞으로 한동안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재글은 쓰지 않아야겠다는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이끌렸다. 한참동안 나팔수처럼 휘둘렀으니 이제 다시 침잠의 시간이다. 가슴속에 쌓아야 할 시간.

 

몇가지 결정을 내렸다. 주말마다 했던 독서토론논술 수업에 사직서를 냈다. 지난 3년간 즐겁게 가르쳤지만, 이제는 내뿜기 보다는 다시 습득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작년부터 꼭 듣고 싶었던, 등단한 사람들이 듣는다는 소설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의도치 않은 결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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