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느슨한 연대 4회차 모임 공지입니다.

느슨한 연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직장에 붙으면, 그 대학에 가면, 그 남자를 만나면 행복할 것 같아?

2024.04.10 | 조회 93 |
0
|

느슨한 연대

글쓰기 좋은 질문과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그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아?

질문을 바꿔볼게.

그 직업이 아니라면, 불행할 것 같아?

<느슨한 연대, 진로 편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직 못 찾았어.

그런데 이제라도 찾고 싶어.

그 동안 내가 돈을 못 벌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을까?"

 

남편은 바로 대답했다.

 

"응 괜찮아. 자기가 어떤 직업을 갖는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아.

내가 여보랑 결혼한 건 우리 둘이 보내는 시간이 좋아서인거지, 얼마를 벌어오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거든.

 본인이 더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하는데, 내가 말릴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는 늘 몽상가 기질이 있었다. 배곯는 건 걱정하지 않고 일단은 질러보고 마는 것이다.

연애할 때 그의 직업은 직업 배우였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동기들이 양복을 입고 월스트리트로 출근할 때, 그는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압구정에서 프로필 사진을 돌렸다.

나는 그의 그런 점이 좋았다. 현실 감각이라고 쥐똥 만큼도 없는 바로 그 지점이.

 

많은 사람들은 배우로 몇 년간 한달에 백만원도 벌지 못하는 상대를 보면서 결혼까지 할 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 입장이었다. 리오가 꿈을 좇아가는 모습이 대단히 사치스러워 보였다.

 백화점에서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하나뿐인 젊음을 날카로운 신념을 위해 쓰는 게 훨씬 갖추기 힘든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배우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유명 드라마에 여러 번 출연했다.

고작 단역 배우의 그가 멋있게 느껴졌던 건 아마 그건 내가 그 꿈을 향해 뛰어드는 능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었다.

 

"공기업을 퇴사하고 나서 뭐가 가장 힘들었는지 알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거야.

 

좋은 대학 가래서 서울대 갔고,

좋은 직장 가지라고 해서 취업도 했어.

 

경쟁률이 몇이었더라, 몇백 대 일의 경쟁률에서 매년 승리했지.

그런데 회사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뚝 떨어져 나오고 나니까,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모르겠는거야.

 

퇴사하고 누구는 유튜브로 대박이 났다는 말이 들려왔어. 누군가는 더 좋은 직장에 취직했고. 

하지만 나는 어떤 선택도 못하겠더라.

글은 쓰고 싶었어. 하지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건 무서웠어. 

그만큼 예술가 정신이 투철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결정을 보류하는 만큼 점점 스스로가 싫어졌어."

 

리오는 내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는 언제나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나를 위로한다.

 

"그래도 몇 개 선택지를 지운 거 아니야?

공기업 싫고, 의사나 약사 싫고, 공무원도 싫고. 그것만 해도 상당한 진보야.

 

글을 쓰는 걸 좋아하잖아. 그건 하나의 선택지가 된 거고.

블로그를 통해서 맛있는 식당에 협찬도 받지. 그것도 꾸준히 해 온 일이네.

얼마나 대단해?

굳이 진로가 직업이라는 형태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

 

그는 내가 이십 대 후반에 여러가지 진로에 대한 선택지를 지워나가는 걸 함께 지켜봐 주었다. 특히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내가 좋아한다는 점을 짚어 주었다.

나는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떠올렸다.

 

"만약 작가라는 직업을 내가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까?

모르지. 아직 해보지 않았으니까.

질문을 바꿔볼게.

그 직업이 아니라면, 불행할까? 그것도 아마 아닐거야.

사실 나는 자기랑 결혼해서 살아가면서 하루 하루가 이미 행복하거든.

회사를 다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뭐가 불만이라는 말인가.

현재가 불행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아니다. 돈을 포기하고 꿈을 쫓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급여를 받으면서 근근이 대출금을 갚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만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설사 그것이 파랑새라 할지라도, 무지개를 찾아 길을 떠나고 싶다.

 

무언가, 달라 지고 싶다.

 

직업의 뜻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번다면, 직업은 그 자체로 목적을 만족한 것이다.돈을 버는 일은 그 자체로 이미 고결한 일이다. 생계를 꾸리고 가정을 건사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진로는 직업과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진로는 '앞으로 살아갈 길'을 말한다. 그러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직업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의 또 다른 형태의 질문으로 <진로>를 꺼내든 것 뿐이었다.

 

 

다시 질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구독자 의견 보내기(간편 구글 폼)

 

이번 주 일요일 오전, 논현역에서 <진로>에 대한 글쓰기 모임이 있어요.

초대장은 아래의 링크로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blog.naver.com/pp_earthworm/223410087518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느슨한 연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느슨한 연대

글쓰기 좋은 질문과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 : pp_earthworm@naver.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