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마음

나의 온기 지키기, 나의 온기 나누기

2025.12.11 | 조회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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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벤자민

브런치북 《벤자민의 매일에세이》 연재중

 

몸은 춥고 마음은 시려워

  춥다. 바람이 쌩하고 불어 코가 시렵다. 마음도 시리다. 건조한 공기가 입술 주변을 하얗게 태운다. 내 머릿속도 새하얘진다. 몸만 추운게 아니라, 마음도 덩달아 메말라 간다.

  태양의 기운이 꺾였다. 괜히 나도 한풀 꺾인 기분이다. 따뜻했던 온기는 밀려나고, 냉랭한 한기가 마음 한 켠을 차지했다. '이게 무슨 소용인가', '결국 다 돈 아닌가', '쟤는 왜 저럴까' 텅 빈 생각의 낙엽이 온 몸을 뒤덮었다.

  울창했던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것처럼, 여태 잘 갖춰놓았던 습관들도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늦잠 자서 출근이 늦어졌고, 버스안에서 영어앱 대신 유튜브를 켰다. 멍한 동태 눈깔로 일과를 보냈고, 운동도 이따금 빼먹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정성스레 가꿔놓은 마음의 정원을 다 망쳐버렸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지도 못했다. 무기력과 초조함이 뒤엉켜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게걸스럽게 과자를 쿰척이고, 새벽까지 SNS를 보며 키득댔다. 책상에는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의자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옷이 걸려있었다. 집이 어질러지는 만큼 마음도 어지러워졌다. 일부러 어질러진 쪽은 눈길도 주지 않다보니, 점점 눈을 둘데가 없어졌다. 이내 눈을 감고 마른 세수를 했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매년 반복되는 겨울

  작년 겨울도 이랬다. 재작년도, 10년 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빙하기의 매머드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차가운 계절은 매년 나를 못살게 굴었다.

  일기장을 뒤적여봤다. 작년 11월의 나도 "요즘 너무 무기력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적어놨다. 재작년 12월의 나는 "이번 겨울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웃긴건 매년 봄이되면 다시 생기가 돋는다는 거다. 나는 봄볕과 함께 살아나고 가을 낙엽과 함께 졌다. 이번 해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다.

  매년 이렇게 살기는 싫다. 계절의 변화를 탓하며 곰이 겨울잠 자듯 몇 달을 동굴 속에만 틀어박혀 있고 싶지 않다. 겨울의 차가운 추위에도 봄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손난로처럼 건네는 따뜻한 말

  어느 월요일 아침에 버스 정류장에서 찬 공기를 들이 쉬며 기다리는데, 옆에 서 있던 낯선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애, 추운데 목도리도 안 했네. 감기 걸려."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 며칠째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누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최소한의 말만 하며 나만의 얼음 동굴에 갇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껴야겠어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더니 버스가 오자 올라타셨다. 그게 다였다. 딱 10초의 교감. 하지만 그날 하루가 조금 달랐다. 회사에서 동료가 커피 마시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고 함께 갔다. 점심시간에 혼자 먹으려던 걸, 동기들에게 먼저 먹자고 연락했다. "같이 먹을래?"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밥을 먹은 후에는 자연스레 산책길을 나섰다.

  

 

 

따뜻한 온기 지키기

  추울수록 따뜻한 온기를 챙기자. 이게 내가 이번 겨울에 택한 방법이다. 목도리를 꺼내 두르고, 혼자 먹던 점심을 동기들과 함께 먹는다. 헬스장에 가서 억지로 몸을 데운다. 차갑고 건조한 말 대신, 따뜻하고 포근한 말을 건네려고 노력한다.

  산책할 때도 해를 찾아다닌다. 헨젤과 그레텔 처럼 햇볕이 비추는 길목을 따라간다.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으면, 나이먹은 햇빛에 측은해진다. 너도 멀어진 길 오느라 힘들었겠구나. 얼굴을 힘겹게 두드리는 햇빛 알갱이가 느껴진다. 나는 햇살에 목마른 해바라기가 된다.

  차가운 바람은 항상 따뜻한 마음을 앗아간다. 하지만 나는 숯불처럼 은은하게 불꽃을 머금고 있기로 한다. 온기를 잃지 않기로 한다. 바람이 세게 불수록 숯불이 더 크게 일듯, 나를 치고가는 찬바람에 내 안의 불씨를 더 강하게 태운다.

  추운 겨울이더라도 온기를 잃지 않아야겠다. 나보다도 추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온정을 건네야겠다. 따뜻한 미소, 따뜻한 말, 따뜻한 마음은 빙하도 뚫고 사람에게 닿는다. 이번 겨울에는 따뜻한 책을 땔감 삼아 잘 살아 보련다. 뜨거운 글을 써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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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만 아니었다면 서울대에 갈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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