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핵폐기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 진짜로 '생각'하셨나요?

2025.12.18 | 조회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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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벤자민

브런치북 《벤자민의 매일에세이》 연재중

  

  불편함을 해결하며 돈을 버는 자본주의가 이제 '생각'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을 불편하다고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AI와 추천 알고리즘을 달고 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을 외주화한다.

  그 결과 개인의 사고력이 약해지고, 뇌빼고 보는 질낮은 콘텐츠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 삼류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그 플랫폼은 우리의 생각을 빨아먹으며 돈을 벌어들인다. 더 뽑아먹기 힘들어진 뇌는 핵폐기물처럼 버려진다. 점점 온세상을 방사선으로 오염시킨다.

 

 

생각의 경제성

  국어시간에 '언어의 경제성'을 배웠다. 본래 글자와 달리, 발음하기 쉬운 방식으로 말하는 경향이다. 힘을 덜들이면서 많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점점 심화되어서 이른바 '별다줄' 화법이 일상이 되었다. 언어의 경제성이 극대화되면서 동시에 문해력 저하, 의사소통 오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생각의 경제성'이다. 언어의 경제성이 말과 단어를 줄였듯, 생각의 경제성은 생각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생각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생각의 경제성이 극에 치달으면 문해력 저하는 물론, 집단적 사고력 마비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인류가 편리함과 맞바꾼 것들

  산업혁명 이전, 가내수공업의 시대가 있었다. 집에서 옷을 만들고, 먹을 것을 직접 기르고, 땔감도 직접 베어왔다. 옷 만드는 공장이 생기고, 외식문화가 발달하고, 보일러 기술이 생기면서 이 일은 모두 사라졌다. 모든 걸 시간들여 직접하는 대신 돈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했다.

  서비스 제공자는 돈을 벌었고 사람들은 편리함을 얻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재봉틀 쓰는 법, 밭을 가는 법, 도끼질 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더이상 쓸모있는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달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치를 앗아갔다. 세탁기의 발명으로, 냇가에서 하루종일 손빨래 할 필요가 없어졌고, 냉장고의 발명으로 김치를 저장하기 위해 땅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 무언가 편리해졌다는 건 더이상 그 일을 할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고, 그 능력과 기술이 쓸모없어졌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직업과 기술이 사라지고 생기기를 반복했다. 이 근간에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없애는 상품의 판매와, 편리함을 취하기 위한 소비자의 구매가 짝을 이루고 있다. 생산자는 불편함을 해결한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구매한다. 인류 문명은 이러한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너무나도 편한 세상에 살고있다.

 

 

생각은 불편해

  진짜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하다 못해 '생각하기'를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이 불편함을 지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말했듯, 불편함의 해결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세일즈, UX의 발전은 사람들이 생각을 덜 할 수 있게 도왔다. 보다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화면과 버튼을 설계했다. 유저가 생각의 불편함을 겪지 않고도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체동의' 버튼 하나만으로 복잡한 약관을 다 읽게 해주고, 휴대폰 하단만 연타하면 모든 프로세스가 진행되도록 만들어주었다. 넷플릭스는 10초만 망설이면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재생해준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는 무한 스크롤로 생각할 틈 조차 주지 않는다.

  이를 기업의 못된 계략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기업은 생각하기를 불편해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 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도끼질 하는 법을 잃어버렸듯, 생각하는 법도 잃어가고 있다.

 

 

돈, 시간, 데이터 그리고 생각까지 빨아먹는다

  문제는 생각의 힘이 약해지는 것 뿐만 아니다. 생각은 핵폐기물 처럼 변질되고 있다.

  오늘 날의 일부 매체는 굳이 사람들의 생각 수준을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생각 수준에 맞는 콘텐츠와 광고를 내보낸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이 악랄해서가 아니다, 소비자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질낮은 양산형 콘텐츠에 기꺼이 시간을 써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부 매체들에게 돈과, 시간, 데이터, 생각까지 다 떠넘겨주고 있다. 소비자가 지불한 구독료는 수익이 된다. 소비자에게서 빼앗은 시간에는 광고를 넣는다. 그리고 소비자에게서 빼내온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더욱 고도화 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까지 빨아먹힌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여기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페이스북 담벼락을 넘어 탈출 할 수 있는 근력이 없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 서핑할 수 없게 되었다. 페이스북 담벼락을 넘어 탈출 할 수 있는 근력이 없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 서핑할 힘도 없다. 무빙워크에 몸을 맡긴채 내게 오는 정보만 편식한다. 알고리즘은 더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사람들에게 대령한다.

  빨아 먹을대로 빨아 먹힌 생각은 마치 핵폐기물과 같다. 자극적인 후킹과 선정적인 광고의 파편이 우리 뇌 속 깊이 박혀서 생각을 갉아먹고 마음을 썩힌다.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비판적 사고는 무뎌진다. 생각의 빈 자리에는 자극, 분노, 혐오가 채워진다. 사회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퍼뜨린다.

 

 

 

지금 생각하고 있나요?

  사회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생산자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소비자는 편리함을 구매한다. 이 순환은 마치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 같다. 불편한 얼룩을 집어넣으면 말끔히 지워준다.

  옷감짜기, 장작패기 그다음으로 소비자는 '생각하기'란 먹잇감을 제공했다. 자본주의 아래에 있는 모든 기업과 플랫폼은 '생각하기'라는 불편한 얼룩을 지우기 위해 쌩쌩 돌아가고 있다. 희미해진 생각의 틈새를 파고들어 우리의 뇌에 침투할 전략도 궁리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힘이 남아있을 지금, 이 질문을 던져보았으면 한다.

"나는 오늘 진짜로 생각했는가?"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을 무작정 시청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보고 싶은 것을 선택했는가? AI가 작성한 문장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내 언어로 다시 썼는가? 남들이 분노하는 뉴스에 무작정 동참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내 의견을 가졌는가?

  아무리 남들이 해주는게 편하다고 해도, 생각만큼은 내가 했으면 한다. 우리가 그토록 편리함을 찾았던 이유는 바로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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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완독 인증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마음

솔직한 글 잘 읽었습니다. 추운 겨울 혹혹거리며 출근하는 모습 그려지네요. 목도리 하라는 할머니, 참 고마운 어른입니다. 울림을 주는 말 한마디는 그 사람을 생각하는 진정성입니다. 벤자민님의 글 속에도 그런 마음이 있어요. 겨울은 조금 쉬어가는 계절 아닐까요. 누구에게나 멀리 뛰기위한 움크림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사람이 최고로 현명하지 않을까요. 겨울은 조용히 쉬고 있는 것 같지만 더 단단해지는 시기. 몸을 만들고 봄을 계획하는 중요한 계절입니다. 좋은 글로 화이팅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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