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금까지 많은 짧은 소설을 쓰셨는데, 창작을 할 때 어떤 환경을 조성하시나요?
따로 환경을 조성하진 않습니다. 때때로 카페에 가서 쓴 글을 읽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노트북 컴퓨터로 하며, 수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환경 조성 없이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글을 쓸 수 있는 편입니다. 물론 노트북이 무거워서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기 때문에 주로 방에서 글을 쓰긴 합니다만.
환경보다는 글쓰기 루틴이 더 중요하여 지키고자 합니다. 우선 글을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쓰고, 그 다음에 전체를 프린트해서 첨삭해가며 읽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몇 회 정도 읽고, 몇 회 정도 다시 쓰자고 정해놓고 전체를 한번에 다듬는 편입니다. 꼭 한번에 모두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내심 장편은 못 쓰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짧은 소설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짧은 소설은 긴 시일수도 있을까요? 혹은 긴 이야기의 트리트먼트? 짧은 소설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때로 구분이 불명확해지긴 하지만, 짧은 소설은 짧은 ‘소설’이지 시나 트리트먼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편 소설이 단편 영화의 트리트먼트가 아니듯이요.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소설의 특유한 재미가 살아있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트리트먼트라고하기엔 줄거리의 나열뿐인 것이 아니고, 시라고하기엔 서사성이 강한 그런 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와 같은 짧은 소설이나, 트리트먼트 같은 짧은 소설은 가능할 것 같아요.
3. 257의 소설에는 명확하게 설정되거나 묘사된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자신의 시선에서 서술할 때에도 어딘가 멀리 보는 듯한 느낌을 주죠. 그렇다면 주인공 혹은 화자를 설정할 때에 어떤 존재를 상상하고 쓰시나요? 이전 소설보다 미래에 쓸 소설에 화자가 더 구체적으로 설정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제가 상상하는 등장인물은 우선적으로 저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그나마 잘 알 수 있는 스스로를 모델로 삼아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고, 그 다음에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채로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사람들의 특성이 명확하다 느껴지지 않으며, 누구든지 간에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인물들이 등장하면 사실적이지 못하다 생각해 매력을 못 느끼기도 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인물들이 모호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엄청난 개성을 지니면서도 그 속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생각을 바꿔 구체적인 인물을 설정하겠지만 그럴 일은 없겠죠.
4. 최근에 본 책이나 다른 매체(시/영화/공연 등)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최근에는 최미래 작가의 단편집 『모양새』를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던 감정인 삶의 막연함을 다시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브루노 뒤몽의 영화 『꽥꽥과 잉여인간』을 기대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인간과 장면이 가득한, 요소요소가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블루레이와 블루레이 디스크를 샀으니 재밌어야만 해요.
5. 앞으로의 창작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선 공모전에 계속 투고를 하며 단편 소설을 계속 쓸 생각이에요. 기회가 되면 짧은 소설도 계속 쓰고요. 현재 저의 글쓰기는 원고지 80에서 100매 사이의 단편 소설에 맞춰져 있고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처럼 계속 써나가고자 합니다.
최근에 ‘누구나 한때가 있고, 한때가 지나면 한때의 힘으로 살아간다’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들었는데요. 원하는 만큼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저의 한때는 지금 같으니, 최대한 늘려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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