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나는 화장실에 자주 갑니다. 돌연히 어깻죽지가 무겁고 몸이 찌뿌둥할 때 그럽니다. 이를테면 회사에서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다가 화장실에 갑니다. 한편 건물 안에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화장실에 가기도 합니다. 서점에서 책 표지를 훑어보는 사람들을 훔쳐보다가 화장실에 간 일도 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돌연히 어깻죽지가 무겁고 몸이 찌뿌둥해서 아무 건물에나 들어가 화장실을 찾습니다. 간혹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면 나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 찾아갑니다. 어떤 지하철역에는 화장실이 개찰구 안쪽에 있습니다. 조금 난감한 순간이지만 그러면 나는 1350원을 지불하고 개찰구를 지나 화장실에 갑니다. 그리고 나는 볼일을 봐야 하는 사람처럼 칸 하나에 들어가 문을 잠급니다. 칸 하나에서 이제 정말로 내가 혼자가 될 때, 나는 내가 보려는 볼일을 준비합니다. 우선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치워 두고 양손을 허리 뒤로 깍지를 낍니다. 그리고 깍지를 낀 양손을 그대로 뒤로 쭉 들어 올립니다. 몸은 저절로 아래로 수그러집니다. 피가 얼굴로 확 쏠리려고 합니다. 나는 어깻죽지에 집중합니다. 어깻죽지가 얼얼하게 아파오는 것에 집중하며 1초, 2초, 3초… 시간을 셉니다.
아,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나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몸을 일으키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피가 흘러 내려가는 것을 느낍니다. 어깻죽지도 어느새 조금 더 가벼워집니다. 화장실 칸 하나에서 이렇게 몸을 움직이려고 나는 요즘 화장실에 자주 갑니다. 웬일인지 모르게 하루에도 몇 번씩 돌연히 어깻죽지가 무겁고 몸이 찌뿌둥해서 그럽니다. 이러다가는 내가 사는 동네 건물 건물마다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화장실이 있다면 문이 상시로 열려 있는지 따로 비밀번호가 있지는 않은지, 화장실 칸은 몇 개가 있는지, 화장실 칸 안에는 어떤 스티커가 붙어 있는지 또 어떤 문구가 사람들을 위로하려 하는지, 얼마큼 내가 아름다운 사람인지를 시험하는지 이걸 내가 전부 다 알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입니다. 여기는 내가 처음으로 와보는 화장실입니다. 난생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멀찍이 떠나온 것입니다. 평소처럼 어깻죽지가 무겁고 몸이 찌뿌둥해서 나는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처음 보는 스티커가 있습니다. 평소처럼 깍지를 낀 양손을 들어 올려 몸을 수그리려고 할 때 나는 스티커를 보았습니다. “솜 텁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스티커였습니다.
솜 텁니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봅니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나는 궁금해집니다. 솜을 턴다는 게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 나는 대략적으로 유추를 해봅니다. 이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옥상 한 켠에 빨랫줄이 기다랗게 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커다랗고 납작한 이불 하나가 널려 있습니다. 커버가 벗겨져 있는 이불은 새하얗고 하얘서 솜입니다. 이제 옥상에는 스티커를 화장실에 붙였을 거라 추측되는 한 아낙네가 등장합니다. 아낙네는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기다란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낙네는 몽둥이로 납작한 이불을 탁, 탁, 탁 내려칩니다. 하나, 둘, 셋… 횟수가 더해질수록 하얀 솜이 부풀고 부풉니다. 그렇게 납작했던 이불이 점점 부풀어 아까보다 커집니다. 놀라우리만치 더욱 솜이 되어 가벼워집니다. 나는 솜을 턴다는 게 이런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나의 어깻죽지도 내 몸도 놀라우리만치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로부터입니다. 나는 이제 어디에서나 그 스티커가 붙어 있는 그 화장실 칸을 생각합니다. 납작한 이불을 몽둥이로 탁, 탁, 탁 내려치며 솜을 터는 아낙네와 함께 점점 부풀어 오르는 이불과 나를, 놀라우리만치 가벼워지는 기분과 함께 나는 온통 솜이 되어 화장실 칸 안을 가득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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