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지만 피트입니다?! 벤로막(Benromach) 이야기

은은한 피트향이 매력적인 위스키, 벤로막 위스키 이야기

2025.09.07 | 조회 4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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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술장

위스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하는 주간 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다들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정말이지 무지막지하게 더웠던 여름이었는데 9월이 되니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느낌도 들고 낮에도 무더운 느낌보다는 숨통이 트이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아 한결 지내기가 편해진 듯 합니다. 저는 간만에 여유가 있는 한 주를 보냈는데요, 강원도로 워크샵도 다녀오고 바빴던 일들도 조금은 내려 놓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저는 요즘 별 의미 없는 복잡한 생각이나 걱정들은 좀 비우고 저에게 도움이 될 법한 생각들로 머리와 마음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생각을 비우는 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은 좀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ㅎㅎ 이렇게 좀 지내다 보면 또 새롭게 채울 준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잘 쉬고 잘 비우고 더 재밌는 일들을 또 해보려는 에너지를 충만하게 가져가는 것이 이번 가을의 목표 입니다. 여러분께도 이번 가을은 뭔가 원하는 바를 이루거나 에너지를 얻는 그런 가을이 되시길 바라며, 서론을 마치고ㅎㅎ 오늘의 뉴스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오늘 뉴스레터의 주인공은 요 몇 년 사이 알음알음 가성비 좋은 괜찮은 위스키를 평을 듣고 있는 위스키, 벤로막(Benromach) 입니다. 

벤로막 10년 신형 보틀
벤로막 10년 신형 보틀

벤로막 위스키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사실 벤로막 위스키는 그리 유명한 위스키는 아닌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요 몇 년 사이에 여러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볼 수 있어서 오며 가며 한번쯤은 보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벤로막은 스페이사이드 지역 위스키이긴 하지만 약한 피트향이 나는 것이 특징인 위스키 입니다. 피트향이 나긴 하지만 스페이사이드 위스키들의 보편적인 특징처럼 쉐리향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균형 있게 다양한 맛과 향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벤로막 위스키 증류소는 1898년에 캠벨타운 증류소 출신인 Duncan McCallum와 F.W. Brickman에 의해 설립된 것이 그 시작입니다. 벤로막에서 약피트의 향이 느껴지는 것이 캠벨타운 위스키의 특징과 뭔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벤로막 증류소의 설립자가 캠벨타운 출신이라 그런 것이었나 하는 합리적인 추정을 해보게 됩니다. ㅎㅎ 

이렇게 설립된 벤로막 증류소는 설립되자마자 스카치 위스키의 불황을 맞닥드리게 되어서 시제품 생산까지는 어찌어찌 했지만 그 이후 대량 생산과 판매에는 실패하였고,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1900년대 초 문을 닫게 됩니다. 이후 여러 차례 생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여러 소유주를 거쳐갔지만 제대로 운영 되지 못하고 결국 1983년에는 모든 생산이 전면 중단 되고 공식적으로 증류소 문을 닫게 되며, 방치된 증류소로 역사 속에 사라질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요. 

그러다가 1993년 아주 유명한 독립 병입 업자인 Gordon & MacPhail(고든앤맥페일)이 벤로막을 다시 인수하게 되었고 무려 5년간의 복구 작업 끝에 1998년 다시 벤로막 증류소는 정식 재개장을 하게 됩니다. 

1998년 벤로막 증류소 재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찰스 왕세자 (왼쪽)
1998년 벤로막 증류소 재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찰스 왕세자 (왼쪽)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게된 벤로막 증류소는 지금까지도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증류소로 유명합니다.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생산 과정에 있어 자동화 시스템도 거의 도입하지 않고 대부분 수기로 운영하고 있으며, 위스키의 숙성 관리도 모두 수기로 진행하고 용량 측정도 모두 나무로 된 자로 직접 측정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증류도 모두 수작업 중심이고 기계보다는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진행하는 것이지요. 증류소 내에 컴퓨터도 단 1대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사실상 이 컴퓨터의 역할이 증류소 내에는 크게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시스템을 현대화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의 맛을 지키는 것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ㅎㅎ 벤로막 증류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과거의 방법을 유지하는 것이 전통을 지키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벤로막 위스키에서 또 유명한 포인트가 바로 First Fill 캐스크만 고집하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증류소에서는 캐스크를 2~3번 정도 재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벤로막은 다른 위스키를 숙성한 적이 없는 오크통만을 사용하여 캐스크의 특징을 확실하게 담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 방식과 first fill을 고집하는 덕분에 벤로막의 생산량은 많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페이사이드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증류소라고도 하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벤로막은 가볍게 피트 처리한 보리를 사용하여 약간의 피트향을 살려두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트향이라고는 하지만 아일라 위스키 같은 강한 피트향 느낌은 아니고 살짝 나는 피트향이 특징인데요, 이에 대해서 벤로막 증류소는 "whisper of peat smoke"라고 표현합니다. 여담이지만 1950년대 이전까지는 스페이사이드 위스키들은 대부분 이런 약한 피트향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에서는 이 특징을 없애버렸는데, 벤로막은 이 것을 유지하고 계승하고 있는 셈이지요. 

벤로막의 피트향은 부담스럽지 않아서 셰리향이나 과실향과 무난하게 잘 어울립니다. 오히려 잘 어우러진즌 이 느낌이 더 독특함을 살려주기도 하고요. 이러한 특징이 가장 메인 라인업인 벤로막 10년에서 잘 드러납니다. first fill 셰리, 버번 캐스크로 숙성된 벤로막 10년은 셰리 캐스크 특유의 녹진한 달달함과 버번캐스크 특유의 카라멜 느낌의 단향이 가벼운 피트향을 만나 복잡하고 재미있는 맛을 냅니다. 기본적으로 단맛에 피트 한스푼의 느낌이라 부담스럽지 않고 그래서 위스키 입문자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5년 전쯤에 벤로막 캐스크스트렝스 2008 배치 1을 마셔본 것이 강렬한 벤로막에 대한 기억인데요, 캐스크스트렝스 답게 도수도 57도가 훌쩍 넘고 첫 향부터 강렬한 쉐리향이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한 쉐리향에 플로럴한 향긋한 향이 함께 올라오는데 이러한 향이 끝나기도 전에 바닐라 같은 묵직한 달달한 맛이 혀끝에 맴돌아서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고선 막판에 느껴지는 스파이시함이 묘한 조화를 느끼게 해줬었는데요, 꽤 오래전이지만 맛있었어서 한모금 마시고선 핸드폰 메모장에 감상을 남겨두었던 기억과 기록이 있습니다.ㅎㅎ 

벤로막 10년 CS 2008 배치 1
벤로막 10년 CS 2008 배치 1

저는 개인적으로 위 사진처럼 벤로막 구형 보틀이 좀 더 이뻤다고 생각합니다.ㅎㅎ 뭔가 손글씨 느낌의 글자들이 있는 것이 느낌이 더 좋았다고나 할까요. 요즘 나오는 신형 보틀은 깔끔하긴 하지만 뭔가 벤로막만의 느낌적인 느낌이 좀 없어진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로막의 인기는 예전보다 요즘 좀 더 좋은 것 같긴 하지만요.ㅎㅎ

사실 오늘 주인공인 벤로막은 저도 자주 마시는 위스키는 아니지만 오래전에 마셔본 좋은 기억이 있어 한번 다뤄보고 싶었답니다. 위스키가 마시다 보면 늘 마시던 것, 익숙한 것만 마시게 되는데요, 세상에는 아주 많은 좋은 위스키들이 있으니 바에 방문하신다면 새로운 위스키에 많이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내가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 지를 더 잘 찾아갈 수 있거든요. 시원한 맥주나 하이볼 보다 위스키 한 잔이 더 어울리는 선선한 시기가 오고 있으니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쉬는 날 가까운 바에 가서 새로운 위스키를 한번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한 주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시고 저는 다음주에 더 재미있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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