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는 연휴를 끝내고 3일을 일하니 다시 주말이 온 행복한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봄이 오는 듯 하더니 꽤나 쌀쌀한 기운이 맴돌던 주말이었는데요, 저는 쌀쌀한 봄의 기운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일정이 꽉찬 주말을 보냈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은 주말마다 주로 푹 쉬면서 책을 읽거나 여유롭게 보냈었는데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스크린 골프도 치고 밤늦게까지 수다도 떨고 친한 동생의 결혼식도 다녀오며 일정을 빡빡하게 채워 보내니 왠지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괜한 뿌듯함이 드는 주말 이었답니다.ㅎㅎ 내일부터는 다시 주 5일을 꼬박 일해야 하지만 간만에 신나게 보낸 주말로 얻은 에너지로 또 한 주를 열심히 잘 보내야겠다는 다짐이 드는 일요일 밤 입니다.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좋은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주말이셨기를 바라며, 오늘의 위스키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 레터 주제는 상당히 유명하고 또 인기가 있는 위스키 입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고 또 마셔보셨을 법한 위스키인데요, 오늘의 주인공 셰리 명가 글렌파클라스의 대표 위스키, 글렌파클라스 105 입니다.
글렌파클라스는 1836년에 면허를 받은 증류소이긴 하지만 사실상 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865년 6월, John Grant라는 사람이 글렌파클라스 증류소를 매입한 이후, Grant 가문이 5대에 걸쳐 이 증류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입니다. 글렌파클라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가문이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증류소 중 하나입니다.
글렌파클라스는 셰리로 유명한 위스키 증류소 인데요, 셰리 명가, 셰리 몬스터 등의 별명처럼 셰리향 기반의 위스키 중에서도 특히 사랑을 받는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여기서 "셰리"라고 하는 것은 발효 중인 와인에 증류주를 첨가해서 만드는 주정 강화 와인의 한 종류 입니다. 셰리라고 불리는 것은 주로 스페인에서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의 일종을 셰리라고 하는데요, 셰리 와인은 도수가 높고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셰리 와인을 담았던 캐스크(오크통)을 활용하여 숙성을 시키는 위스키들을 셰리 위스키라고 이야기하는데요, 다른 뉴스레터에서 소개드렸던 글렌드로낙이나 맥켈란도 글렌파클라스와 함께 셰리 위스키로 유명한 위스키 증류소 입니다.
글렌파클라스 위스키는 다른 여타 증류소와 다르게 블렌디드 위스키 원액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실 많은 증류소들이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곳에 원액을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곤 하는데요, 글렌파클라스는 블렌디드 위스키용 원액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고 모두 싱글몰트로 병입하여 판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실 이 배경에는 아픈 경험이 있기도 한데요, 글렌파클라스는 1890년대에 유명한 블렌딩 업체였던 곳과 파트너십을 맺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1898년에 파산하면서 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물론이고 글렌파클라스도 엄청나게 큰 손해를 입게 되었지요. 이 때 입은 재무적인 손해를 메우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렌파클라스는 매우 힘든 시간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글렌파클라스는 외부 업체와의 원액 거래나 협업에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글렌파클라스는 블렌디드 위스키 업체에 원액을 판매하거나 하지 않고 오직 글렌파클라스 그 자체의 위스키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자신들의 브랜드만을 위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지요.
글렌파클라스의 여러 위스키 중에서도 딱! "글렌파클라스 105" 위스키를 골라 오늘의 위스키로 선정한 이유는 이 글렌파클라스 105가 세계 최초로 정식 출시 된 캐스크 스트렝스 싱글 몰트 위스키이기 때문입니다.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에 대해서는 초반 뉴스레터(아래 #16 뉴스레터 참조)에서 한번 설명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캐스크에서 숙성 시킨 위스키 원액에 물을 전혀 타지 않고 병입을 한 위스키를 말합니다. 즉 물 안탄 위스키 원액을 담은 위스키라는 의미지요.
그래서 캐스크 스트렝스는 보통 도수가 높고 향이 화려한 것이 특징입니다. 위스키를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캐스크 스트렝스를 주로 마시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캐스크 스크렝스를 아주 좋아하고 선호하는 편인데요, 도수가 높은 만큼 강렬해서 더 마시는 재미가 있는 것이 바로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CS) 위스키 입니다.
이렇게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곳이 바로 이 글렌파클라스 그중에서도 글렌파클라스 105라고 합니다.
1968년에 글렌파클라스 증류소를 운영하는 Grant 가문의 Geroge Grant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캐스크에 있는 위스키 원액을 그대로 담아 병입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글렌파클라스 105 입니다. 이렇게 소소하게 먹으려고 준비했던 위스키가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정식으로 출시를 하게 되면서 글렌파클라스 105가 세계 최초 캐스크스트렝스 싱글몰트로 출시 되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105"라는 의미는 영국 기준의 도수 기준 즉, 브리티시 프루프 기준으로 60도의 위스키라는 의미에서 글렌파클라스 105가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도 프루프를 도수 단위로 쓰고 있는데 재밌는 것이 나라별로 이 프루프 단위가 조금씩 다릅니다. 가령 미국 같은 경우에는 지금이 알콜 도수의 2배를 하면 미국 기준 프루프 단위가 되는데요, 영국 같은 경우에는 그 기준이 달라서 60도를 브리티시 프루프로 환산하면 105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수 60도의 캐스크 스크렝스 글렌파클라스 위스키를 "글렌파클라스 105"로 명명하게 된 것입니다.
글렌파클라스 105는 NAS 즉, 숙성연수를 표기하지 않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맛과 향의 수준은 상당한 제품입니다.
글렌파클라스 105의 맛과 향은 우선 캐스크스트렝스 답게 첫 시작은 상당히 강렬합니다. 도수가 60도이기 때문에 잔을 가까이 했을 때 코에 흘러 들어오는 향부터가 훨씬 화려하고 강렬하지요. 코를 찌르는 듯 강렬하지만 강렬함 가운데서 셰리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모금 마시면 첫 시작은 도수가 높은 위스키 특유의 강렬함과 스파이시함이 혀에 감돌지만 그 이후에 셰리향과 과실향이 어우러지는 향이 매력적입니다. 이 후 달달한 맛이 이어지면서 긴 피니시에 쌉싸름함과 따뜻한 느낌이 쭉 남는 잔향이 또 한번 더 글렌파클라스 105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마시고 나면 정작 그리 독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이 글렌파클라스 105의 장점입니다. 뭔가 도수가 높은 것 같았는데 막상 마시고 보면 셰리향이나 달콤한 느낌들이 어우러지면서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를 입문할 때 처음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위스키가 바로 이 글렌파클라스 105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주기적으로 마셔주는 위스키 중 하나 입니다. 만만하게 언제 마셔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일부러 찾아 마시기도 하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번도 캐스크 스트렝스를 마셔보지 않았다면 이 위스키로 CS 위스키를 시작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이 글렌파클라스 105를 시작으로 다양한 캐스크 스트렝스를 마셔보는 것도 위스키의 재미를 한 폭 더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위스키를 좋아하기 전에는 독한 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어 무작정 싫어했던 저였는데요, 아마 독한 술은 알콜 냄새만 강하고 맛이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그랬던 제가 우연히 위스키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면서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독한 캐스크 스트렝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참 재밌고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때 내가 싫었던 것들도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경험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생각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요. 싫어도 다시 한번 미워도 다시 한번 더 바라보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보며,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를 마무리 해보려 합니다.
내일부터는 또 다시 긴 일주일이 시작됩니다. 휴일 없는 일주일이지만 그래도 청량한 봄바람과 따뜻한 봄 기운을 받아 에너지 넘치는 한 주가 되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주에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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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캐스크 스트렝스 마셔보고 싶었는데, 글랜파클래스105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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