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레터🏐 제작, 홍보 비하인드 - 김새녘 <고민(demo)>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인디 음악가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콘텐츠를 전하는 윌슨레터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에서 발매한 김새녘의 디지털 싱글 <고민(demo)> 제작 과정을 통해 어떻게 곡을 다각도로 홍보하고 수익을 내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봅니다. 👀

🏐 먼저 발매할 곡을 골랐습니다.

작년 6월 정규 앨범 김새녘의 첫 EP <새빛깔> 발매 후, 새 앨범을 준비하며 활동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리소스가 적게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음원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새빛깔>의 수록곡을 최근 틱톡에서 유행하는 스페드 업(Sped Up) 버전으로 만든 <새빛깔(Sped Up)>을 발매했고요.

올해 2월에는 신곡 <고민(demo)>을 발매했습니다. (demo)는 작업 중인 데모 중 (1) 조금만 손 보면 어느 정도 완성도가 생길 것 같고 (2) 구상 중인 정식 음원과 차이가 있어 듣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곡을 주로 발매하는데요. 영기획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demo) 전략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각잡고 이야기해 보죠.

작년 말, 유통사와 2023년도 음원 발매 일정을 잡으며 김새녘에게 데모를 요청해 10곡이 조금 넘는 곡을 받았습니다. 그중에는 거의 완성이 된 것도 있고, 스케치 단계의 음원도 있습니다. 음악가가 레이블과 함께 일해 좋은 점 중 하나는, 혼자 모든 걸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모든 걸 단독적으로 결정하고 싶은 음악가에게는 레이블과 함께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요. 받은 곡은 함께 의논해 완성하고 발매 계획을 잡게 되는데요. 데모 중 비교적 완성이 되어 있던 '고민'을 (demo)로 2월의 싱글로 발매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라이브에서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곡이기도 했고, 업떤라이브에 출연해 '고민'을 부른 영상이 1월 말에 공개돼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발매한 곡보다 끈적한(?) 곡이라 김새녘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 발매하기 전 뾰족하게 보일 전략을 짰습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던 곡이라 김새녘에게 특별히 의견을 내진 않았습니다. 그냥 사운드적으로 좀 더 러프해도 괜찮다는 주문만 했어요. 저는 청자가 (demo) 라는 라벨이 붙은 음원에서 기대하는 건 정식 음원에서는 들을 수 없는 풋풋함이라 생각합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완성되지 않은 미숙한 모습이 담긴 음원이 기록으로 남는 게 꺼려지기도 하겠죠. 결국 완성된 음원은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러프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김새녘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러프하게 완성됐을 수도 있겠죠. 둘이 생각하는 러프함과 완성도 사이의 어느 지점에 곡이 놓였습니다.

<고민(demo)>를 발매하며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쓴 건 커버 디자인입니다. 영기획에서 기존에 제작한 음반은 대부분 외부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작업해 만들었어요. 모두 자신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처음에 커뮤니케이션한 후에는 모두 작업자에게 일임하는 형태였죠. 작업으로서 모두 훌륭했지만, 간혹 음악과 어울리지 않거나 음반 커버로는 적절하지 않아 아쉬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의도대로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자를 찾아 처음부터 의도를 명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요구한 건 다음과 같아요.

(1) 고양이 얼굴을 소재로 삼을 것

(2) 표정에서 곡의 묘한 감정이 최대한 드러날 것

(3) 눈에 잘 띌 것

고양이 얼굴을 소재로 삼은 건 단순한 이유입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정말입니다 😹) 노래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동물이라고도 생각했고요. 이번 커버의 목표는 사실 (3)에 있어요. 이미지 사이즈가 줄어들더라도 가능한 눈에 잘 띌 것. 음반점에서 시디나 LP 레코드를 고를 때와 달리,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원을 고를 때 우리가 판단 내릴 수 있는 이미지 정보는 아주 작고 적습니다. 거기서 선택받기 위해서 가능한 사람들이 선호하고 눈에 잘 띄는 커버를 만들고 싶었어요. 유튜브 채널 성장 팁을 보다 보면 많은 이가 클릭하게 만드는 '섬네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디지털 음원에서는 커버가 섬네일의 역할을 하잖아요. 그에 맞는 커버가 완성되길 바랐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후 녘냥이라 부르게 되는 고양이 얼굴 커버가 탄생하게 됩니다.

🏐 다양한 프로모션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1️⃣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모션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모션 콘텐츠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는 효과가 있기에 어떻게든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곡 제목이 '고민'이라 음원 발매 전 김새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팬분들의 고민을 받고 김새녘이 직접 대답하는 '고민 상담소'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나눈 고민과 답변을 팬분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콘텐츠로 만들었어요. 김새녘의 답변이 오래 고민한 듯 진중하고 예뻐 저도 보면서 뭉클했네요. 🥹

김새녘 <고민(demo)> 지니 프로모션 콘텐츠 보기

2️⃣ 리릭 비디오

요즘 곡 프로모션하는데 비디오는 한 편 정도 있어야죠? 데모라 비디오는 따로 준비하지 않고 있었는데, 고양이 얼굴 커버를 보고 갑자기 고양이 얼굴이 움직여 '고민'을 부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페이스 모션 캡쳐를 이용한 비디오는 많이 만들어졌죠? 아이폰 광고로 쓰였던 혁오의 'Taxi Driver' 같은 영상도 있고. 

이미 완성도 높은 영상이 많았기에, 그걸 따라하기 보다는 그냥 아이디어에 충실한 비디오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고민'의 가사가 너무 좋은 포인트가 많아 오히려 모션이 복잡하면 가사를 음미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했고요.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직접 방법을 찾아 보며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헤매다 싱글 발매 직전에 겨우 비디오를 만들었네요. 😅 요즘 대세인 릴스와 쇼츠 콘텐츠로도 활용할 것을 고려해 세로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모션 비디오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의 페이스 트래킹 기능을 이용하고 'AE Face Tools'라는 플러그인을 구입해 활용했고요.

3️⃣ 녘냥이 머천다이즈

디지털 싱글의 가장 아쉬운 점은 손에 쥐고 만지며 곡과의 추억을 기념할 수 있는 피지컬이 없다는 거겠죠. 하지만 아직 팬이 많지 않으면 섣불리 머천다이즈를 제작했다가 추억보다 큰 재고만 남을 겁니다. 🥺 그 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플샵을 이용했습니다. 많이들 아실 테지만, 마플샵은 커스텀으로 다양한 디자인 용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렇게 커스텀한 상품을 샵을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는데, 주문 제작 형태라 재고의 부담 없이 머천다이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작비도 안 들고, 배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요. 팬의 수가 많아져 직접 제작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적극 활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커스텀 주문 제작 상품 외에, 직접 제작한 상품도 판매할 수 있으니 스마트스토어가 부담스러운 분은 이 역시 체크해두면 좋겠고요. (마플샵은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는 전자상거래 소매업 코드 등록 없이 샵 운영이 가능합니다)

김새녘 고민 녘냥이 티셔츠 마플샵에서 보기 

🏐 발매 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고양이 커버에 대한 반응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플레이리스트에 다른 커버와 함께 놓여 있을 때 눈에 잘 띄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양이에게 녘냥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팬이 있어 머천다이즈를 판매할 때는 그 이름을 붙여 판매했습니다. 멜론 메인에 커버가 떠 있고, 최신곡 플레이리스트에 떠 있는 기간 정말 많은 이가 곡에 '좋아요'를 눌러 발매된 지 24시간이 되기 전 좋아요 수가 100개를 넘겼고요. 서서히 오르던 팬의 수 역시 싱글 발매 직후에 급격히 늘어나 새로운 팬이 상당수 유입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매한 음원 중 가장 빠르게 큰 성과를 거뒀어요.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아직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새녘에게는 의미있는 성과일 겁니다. 

제게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커버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데이터를 얻고, 머천다이즈 판매로 연결해 미약하게나마 새로운 수익구조를 발견한 게 의미 있었습니다. 발매일이 밸런타인 데이였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아쉽고요. 음악 비즈니스에서 성과의 전제는 곡이 얼마나 좋은지 일 겁니다. '고민'은 좋은 멜로디와 가사를 가진 좋은 곡입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곡이 좋다고 해서 항상 좋은 성과가 따라오진 않습니다. 다양하게 고민하고 실험하고 자신만의 뾰족한 전략을 세워야 할 이유입니다. 😼

이 외에도 이야기할 게 한보따리지만 나중에 다른 레터로 풀어볼게요. 혹시 윌슨레터를 통해 여러분의 경험을 나누고 싶나요? 아니면 윌슨레터에서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나요? 인스타그램 @havaqquq 계정으로 DM 보내거나, ceo@naverdaumnate.com 으로 메일 주시면 윌슨레터를 통해 잘 다뤄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도 윌슨윌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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