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판매를 시작하고부터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온라인 서점 앱을 엽니다. 그리고 제 책 제목을 검색합니다. 혹시나 지난 밤 서평이 올라왔거나 판매지수가 1이라도 변동이 있을까 확인하는 것이죠. 가볍게, 작게 시작하기로 해놓고는 자꾸만 크게 기다리고, 기대하는 마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예인들이 왜 매일 아침 자기 이름을 포털에 검색해보는지 알 것도 같다고요.
지난 1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에서 인쇄소 미팅 후기를 남기며 2월 말에 책을 내겠다고 다짐했었죠. 그렇게 공표하고 나니 스스로를 달리게 하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정말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요. (직전 레터에서 부유하는 유부가 먼저 출간 소식을 전해주었죠.)

공식 출간일은 2월 26일 목요일. 이번 레터 발행일 기준으로 어제인데요. 책 판매는 설 연휴 전부터 이미 시작이 되었어요. 설 연휴가 낀 2월 중순, 택배 접수가 일찍 마감될 것을 고려해 이른 배본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배본’은 출판물을 예약자나 서점에 배부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출판사가 서점과 거래를 맺지만, 실제로 책을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서점으로 발송하는 곳은 별도의 물류창고, 즉 ‘배본사’인 것이죠. 저의 배본일은 2월 12일었고, 온라인 서점은 그날 도서 정보(도서 보도자료, 표지 이미지, 상세 페이지, 카드뉴스 등)를 받자마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날 주문 건수가 제게 문자와 카톡으로 도착했습니다. 저는 배본사가 알려준 ERP 시스템에 접속해 서점 출고 입력을 했습니다. 누가 주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건의 주문이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처음 받아보는 숫자는 놀랍고 꽤 근사했습니다. 물론 전부 가족과 지인의 구매였을 테지만요. ‘숫자’는 생각보다 사람을 들뜨게 하더라고요. (도파민 중독처럼)
그러다 연휴 시작 직전, 우연히 만난 이웃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온라인 서점은 그냥 출고해도 되지만, 교보문고는 MD와 협의하기 전에 절대로 온라인 출고 주문 건을 먼저 내보내지 말라는 것. 그러면 그걸로 초도 물량이 끝날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 깔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그럼 전국 영업점마다 직접 따로 협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밤늦게 교보문고 MD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초도물량 협의 건으로 미팅을 하고 싶다고요. 연휴가 시작됐으니 메일은 ‘읽지 않음’의 상태.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빨간 날짜가 끝나고 돌아온 목요일 아침, 그동안 예약판매로 묶여있던 교보문고 온라인 주문 출고 문자가 도착했어요. 곧바로 교보문고 MD에게 전화를 걸었고, 미팅에 앞서 초도 물량을 당일 출고하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미팅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고요.
정말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죠? 이웃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아직도 아찔합니다. 🤣😂🤣😂🤣😂🤣😂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서평단에 선정된 분들에게 보낼 책 포장을 했어요. 우체국 소포 사전 접수도 해두고요. 출판사를 다닐 적에는 당연히, 아주 편히 누렸던 시스템이 혼자 일하니 모두 제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디고 느렸지만 이상하게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과 봄방학(가정보육 기간)이 겹쳤지만요. 육아에 변수는 상수니까 당황하진 않았어요. 대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마치 뉴스 모니터링하던 홍보대행사 AE처럼, 매일 아침 포털, 온라인 서점, 인스타그램에 책 제목을 검색했습니다. 하나 더 추가된 건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매장 재고 현황까지 클릭해본다는 것이었죠. 그럴 만큼 책이 빠르게 판매될 리 없는 데도요.
화요일엔 파주, 수요일엔 여의도에서 서점 MD 미팅을 했습니다. 출판사 다닐 때 (홍보팀 소속이라)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MD 미팅이라 좀 떨렸어요. 첫 미팅은 10분도 안 돼 끝났습니다. 아쉽더라고요. “초도 물량 깔렸으니 판매추이 보면서 이후 논의해보자”는 마지막 말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이어볼 걸 그랬나 싶을 만큼.
파주에서 합정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생각해보니 제가 만든 PPT가 메리트가 없었겠더라고요. “향후 마케팅 계획은 있나요? 뭐 준비하는 게 있나요?” 책상에 앉아 인사를 나누자마자 MD가 건넨 첫 질문. 그게 듣고 싶은 답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늦은 밤, 다시 PPT를 수정했습니다. 두 번째 미팅 때는 조금 더 잘 해보기 위해서요. 일찍 여의도에 도착해 미팅룸에 앉아 MD를 기다리는데, 저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덟 명쯤 있었습니다. 출판시장은 어렵다는데 책을 만들고 판매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습니다.(저 또한 그렇고요)
오후 두시 정각, 미팅룸에 온 MD가 “솔솔솔 출판사.”를 불렀습니다. 명함을 건네 인사를 나누고,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PPT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번엔 본론부터. 자사채널과 외부채널에 현재 하고 있는 홍보와 마케팅 활동,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이 책을 장기 프로젝트처럼 이어가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장기 프로젝트 장표를 보면서) 이거 콘셉트 좋은데요. 의미도 있고, 재밌을 거 같아요. 에세이 독자들은 외부에서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열심히 움직여주시고, 궁금한 것, 도움 필요한 것 생기심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구좌 노출은 바로 해둘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힘이 솟아 책을 만들게 된 취지, 타깃독자까지 빠르게 덧붙이고 헤어졌습니다. 여의도 공원을 걷는데 아주 홀가분하고 후련하더라고요. 헤어질 때 MD가 두 주먹 불끈 쥐며 건넨 “파이팅, 파이팅”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뱉어둔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해보겠다고 적어둔 계획들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완선이 성시경 유튜브에 나와서 한 말을 우연히 봤어요. “생각이 인생이 되는 건 아니더라. 내 행동이 인생이 되는 거야. 생각만 해봤자 그냥 제자리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검색은 그만하고, 이제 움직이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매일 오던 주문 문자는 조용해졌습니다. 지인 찬스는 끝났다는 뜻이죠. 어쩌면 책팔이의 진짜 시도는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면 “첫 책은 ‘완성’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책 만들기 수업을 이끌어준 작가 선생님들의 말을 되새기며 올해의 진짜 시도를 해볼게요. 무엇이든 가볍고, 재미있게. 이것이 시도가 될지, 실패가 될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죠?


📍 어쩌면 TMI 같을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님 중에도 저처럼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어하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해볼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의 많은 도움과 응원이 있었으니까요. 최근 만난 이웃의 이야기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직접 얼굴 보지 않더라도 저의 이야기를 레퍼런스처럼 삼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조금은 자세하게, 친절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부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게요. 오늘 못 전한 [산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다음에 이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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