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레터🏐 시즌2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인디 음악가의 성장 친구 윌슨레터입니다. 시즌 2를 시작하며 어떤 마음으로 이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피의 게임2> 보셨나요? 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해 국내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가능한 놓치지 않고 다 보는 편인데요. '생존'이라는 가치를 두고 사람마다 어떤 가치관과 전략을 갖고 게임에 임하는지 관찰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재밌잖아요? 자극적이기도 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보통 최후의 1인이 살아남지만, 그 과정에서 연합이 필요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솔로 플레이를 하는 순간 모두의 적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게임도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유리하거든요. <피의 게임2>에서는 '야생팀'이라 불리는, 저택에 들어가 서바이벌하는 대신 야생에서 팀워크를 다지다 이후 서바이벌에 투입된 이들의 연합이 계속 승기를 가져갔습니다. 

모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그렇듯, 여기서도 어느 순간 이후 끈끈해 보이던 연합은 깨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연합을 깬 플레이어들의 열등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연합은 보통 게임 실력이 우수한 이를 중심으로 리더가 생깁니다. 그가 전략을 짜고 롤을 정한 후 이에 따라 팀플레이가 진행되죠. <피의 게임2>에서 리더를 차지한 여러 차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수한 실력을 보여준 홍진호였습니다. 팀 내 최연장자이기도 했고요. 홍진호는 좋은 전략과 리더로서 팀원을 챙기고 필요할 때는 자신이 희생해 가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근데 일부 플레이어가 여기에 불만을 가졌습니다.

이유는- 1. 어차피 서바이벌인데, 저들의 우수한 능력을 놔두면 나중에 적이 될 거다 2. 저들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은 어차피 서바이벌이니까 납득하려면 할 수 있는데, 2는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솔직히 이해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며 이런 경우를 너무 많이 보고 겪었거든요. 고백하자면 저 역시 열등감을 가진 플레이어이기도 했고요. 인간 세상은 서바이벌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한 생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에게 감사함 보다 시기 질투의 감정을 먼저 느끼곤 합니다. 괜히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있는 게 아니예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이 '감사함'을 강조합니다. 이미 성공했으니까 쉽게 여유로운 말을 할 수 있는 거라 삐딱하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정말 그런 마음이 들 만큼의 감사한 일을 겪지 못했거나 또는 감사한 일이 겪었음에도 그런 감정을 가질 만큼 그걸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전자는 제쳐두고 후자의 경우, 일이 잘된 원인은 자신이 유능해서고 주변 사람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혼자만 잘한다고 일이 잘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음악으로 성공한다는 건 수많은 관계의 사슬을 지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중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음악은 청자를 만날 수 없습니다. 

저는 최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감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며 자신이 받은 게 무엇인지 모르고, 거기에 감사하지 않는다는 건 자기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감사를 표현하는 건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보상입니다. 여러분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역할을 맡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요. 여러분에게 베풀고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못한 이는 전만큼 여러분을 도와주지 않게 될 겁니다. 또는 괘씸해 할 수도 있겠죠. 결과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이라면 그릇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에 전처럼 도움을 줄 이도 남지 않았다면? 일이 제대로 풀릴 리 없죠. 저는 이 일을 하며 그렇게 커리어를 망치는 음악가를 수없이 봐왔습니다. 저 역시 감사함을 모르고 오만하게 굴다 몇 차례 큰 실패를 맛보기도 했고요. ('흥망성쇠 영기획 10년 - 하박국이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것' 온라인 클래스를 들었던 분은 어떤 일인지 아실 겁니다.)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미리 개척한 음악가들과, 음악가의 곁에서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하는 관계자들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의 음악을 듣고 소비하고 전파하는 청자와 팬 때문입니다. 정말 그런 마음이 들 만큼의 감사한 일을 겪지 못한 경우는 존재할 수 없어요.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음악 일을 이어가고 있고 여기에 고마움을 가지는 게 마땅합니다.

<내면 소통>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김주환 교수의 저서 <내면 소통>에 적힌 내용을 보면, 창의성은 전전두피질에서 두정엽까지 펼쳐지는 네트워크에서 발휘된다고 합니다.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긍정, 타인 긍정이라고 해요. 여기서 타인 긍정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깅경일 심리학과 교수 역시 마음 건강법을 다룬 인터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우연히 나올 수 있지만, 저 혼자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훈수도 필요하고 협동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부적응적이거나 이기적인 인간은 단 한 두번의 ‘창의’는 가능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심리실험에서도 같은 문제를 내주고, ‘창조적으로 해결하라’고 했을 때보다 ‘친한 친구를 도와주라’고 했을 때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것으로 나온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윌슨레터 시즌2는 오래 활동한 음악가,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음악가, 음악 콘텐츠 제작자, 프로듀서, 그래픽 디자이너, 투어 에이전시, 레이블 대표, 인디 음악 팬 등 우리가 이 일을 하며 한 번쯤은 만나게 될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로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서로를 이해하고, 어떻게 함께 일하면 좋을지 이야기합니다. 모쪼록 이번 시즌을 통해 전보다 감사함을 느끼고 함께 성장하며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그럼, 윌슨레터 시즌2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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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

영기획과 함께 일하는 Room306의 신곡 'Dinner (Feat. KLANG)'이 세 번째 앨범 <술과 꽃>을 발매한 후 약 1년 8개월 만에 발매됐습니다. 최근에는 공연도 몇 차례 했는데요. 그때마다 팬분들이 선물과 편지를 전해 주셔 멤버들이 많이 감동받았습니다. 오래 활동을 하지 않아 찾는 분이 계시기는 한 건지, 새 음악을 내놓아도 좋아할 사람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여전히 음악을 듣고 좋아하고 긴 감상글을 남겨주는 분들이 계신 덕분에 Room306 멤버들의 의욕수치가 높아져 요즘은 매일 새작업으로 단체 채팅방이 시끄럽습니다. 부디 구독자님과도 오래 음악 만들고 오래 인사 나눌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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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기적으로 발송됩니다. 너무 텀이 길어지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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