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 덕질로 인생이 바뀐 실리카겔 팬 '멍주'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윌슨레터 시즌2는 하박국의 음이온 라디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함께 하는 마음, 성장하는 관계'라는 주제로 서울라이브와 차우진의 tmi.fm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인디 음악 신 구성원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이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는 덕질로 인생이 바귄 실리카겔 팬 멍주 님 편입니다. 제가 스토리프로듀서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도 첫 화를 '덕질'이라는 제목으로 팬문화를 다뤘거든요. 이 기획도 첫 에피소드는 팬의 이야기를 듣는 걸로 시작해야 한다 생각해, 오랫동안 실리카겔 팬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멍주 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함께 하는 마음, 성장하는 관계'의 모든 에피소드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풀 버전 오디오 콘텐츠로, 다음날인 화요일 오전 9시에 윌슨레터에서 축약된 텍스트 콘텐츠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팟캐스트 플랫폼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 팟캐스트는 아직 심사중입니다.) 

스포티파이 (삽입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팟빵

💬 "어쩌다 보니 실리카겔이 제 인생을 설계 해줬어요"

🕵🏻‍♂️ 하박국

저희가 음반을 제작하고 음악을 하면서도 막상 그걸 소비하는 팬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잘 없는 편이에요. 근데 그분들이 없으면 저희는 이 일을 할 수가 없거든요. 인디 음악 신 팬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 덕질로 인생이 바뀐 실리카겔 팬 👩🏻‍🎨 멍주 님을 모셨습니다.

👩🏻‍🎨 멍주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부터 인디 신의 팬으로 있었고, 보통은 디자이너, 가끔은 디렉터, 가끔은 밴드의 협력자로 일하는 멍주고요. 실리카겔을 좋아한 건 2016년부터입니다.

🕵🏻‍♂️  하박국

저희가 인터뷰를 실리카겔 단독 공연과 앵콜 공연이 연이어 있고 난 직후에 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공연을 보셨는지 궁금해요.

👩🏻‍🎨 멍주

'Machine Boy' 발매 기념 공연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했는데요. 그렇게 큰 규모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건 실리카겔 역사상 처음이었잖아요. 근데 2016년 헬로루키 대상을 받은 곳도 같은 공연장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생각도 나고 제가 무대가 잘 보이는 중앙에서 공연을 봤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1년, 1년 사이에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요. 제가 밴드를 하는 건 아니지만 뿌듯함도 느껴지고요. 정말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Machine Boy' 앨범에 피아노 연주하는 곡들이 있는데, 그랜드 피아노까지 가져오고.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금액은 공연을 보고 나서 집에 와 느끼는 것들이 삶의 원동력이 돼서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  하박국

멍주 님은 언제부터 인디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 멍주

초등학교 때부터 인디 음악을 들었어요. 5살 터울 언니가 있는데, 2010년대 초반만 해도 mp3로 음악을 많이 들었잖아요. 언니가 스윗소로우가 하던 라디오 애청자였는데, 라디오에서 들었던 좋은 노래를 메모했다가 다운받아 들어 저도 같이 듣게 됐어요. 에픽 하이, 넬, 오지은 씨 음악을 많이 들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디 음악을 조금 일찍 접하게 됐죠. 중학교 때부터는 언니 방에 있는 앨범 중 커버가 마음에 드는 팀들의 음악을 듣게 됐는데, 밴드 음악이 많았어요. 그때 마침 <탑 밴드2>가 방영을 할 때였거든요. TV를 틀면 밴드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 찾아 듣게 됐어요.

🕵🏻‍♂️  하박국

음악을 좋아해도 공연장에 가는 건 결심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어떻게 처음 공연장에 가게 되셨나요?

👩🏻‍🎨 멍주

2013년 중학생일 때 처음 공연장에 갔어요. 좋아하는 밴드가 있어 유튜브로 공연 영상을 많이 찾아봤거든요. 보면서 항상 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집에서 홍대까지 거리도 있고 금액도 부담되고 공연이 늦게 끝나기도 하잖아요. 그런 이유로 못 가고 있다가 방학 때 부모님이 공연 가는 걸 허락하고 예매까지 해주셔서 당시 시간 맞는 밴드의 공연을 처음 보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홍대를 혼자 가본 적이 없어, 조금 무섭게 느꼈는데 막상 가보니 무섭지도 않고. 미성년자가 갈 수 있는 클럽 공연도 있잖아요. 그런 거 위주로 찾게 됐어요.

🕵🏻‍♂️  하박국

공연을 보고 싶은 음악가와 그렇지 않은 음악가를 가르는 기준이 있나요?

👩🏻‍🎨 멍주

오랫동안 공연을 보며 저만의 기준이 생겼어요. 이제 듣기 좋고 편한 음악은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 공연을 보고 싶은 팀은 따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팬으로서 좋아하고 싶은 사람은 보컬이나 사운드, 본인 스타일이나 개성이 뚜렷하고, 본인 세계관이 있다고 해야 하나. 본인이 추구하는 게 있고, 퍼포먼스나 뮤직비디오를 압도적으로 만든다거나 스타일링을 잘한다거나, 거기에 종합적으로 끌리는 것 같아요.

🕵🏻‍♂️  하박국

팬으로 에너지를 쏟다가 어느 순간 관심이 사그라드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그 이유는 뭔가요?

👩🏻‍🎨 멍주

정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주변 사람을 보면 그냥 좋아하는 온도가 식고 예전 같지 않아 그러는 경우도 있고. 인디 신에 정이 좀 떨어질 수도 있고, 다른 취미가 생겼거나 취업했거나 연애하거나. 제 주변에는 이런 케이스가 많았어요. 저 같은 경우도 실리카겔 공연을 한 1년 정도 단독 말고는 잘 안가던 때도 있었고요. 그러다 다시 계속 보러 가게 된 건데 그땐 바쁘고 다른 거 신경 쓸게 많이 생겨 그렇게 된 것 같아요.

🕵🏻‍♂️  하박국

음악가를 덕질한다는 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멍주 님 같은 경우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하고 계신 것 같아요?

👩🏻‍🎨 멍주

1단계- 음악을 듣는다. 2단계- SNS를 팔로우한다. 3단계. 여기로 넘어가면 공연도 찾아가게 되겠죠. 다른 팀은 3단계에서 멈추는 편이 많은데, 실리카겔은 공연도 보러 가고 인터뷰도 보이면 읽어 보이는 편이고요. 뮤직비디오를 잘 만드는 팀이다 보니 나오면 항상 챙겨 보는 것 같아요. 한 번 보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챙겨 보고. 저는 디자인 작업을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팬 굿즈를 만들기도 하고요. 

🕵🏻‍♂️  하박국

덕질을 하다 보면 팬들끼리 커뮤니티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주로 어떻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나요?

👩🏻‍🎨 멍주

저는 들어가 있진 않은데, 고독방, 안고독방 같은 게 있다고 알고 있고요. 보통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모이는 것 같아요. 어떤 공연은 밴드 공식 SNS보다 팬들 사이에서 좀 더 빨리 돌 때가 있어요. 단독 공연 말고, 기획 공연이나 행사 같은 해시태그로 검색하는 나오는 공연이요. 공식에서는 직전에 올리는 공연도 팬들이 좀 더 빨리 발견해서 공유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본인 나름대로 해석해 올리는 친구들도 있고요. 공연이 있던 날에는 집에 돌아가면서 오늘 찍었던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고 감상평을 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각자 자리가 다르니까 보이는 게 또 다르잖아요. 

🕵🏻‍♂️  하박국

지금까지 덕질하며 진짜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봤다 싶은 게 있나요?

👩🏻‍🎨 멍주

제가 3D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픽스필즈라는 비주얼 아티스트 플랫폼의 멤버로 들어가 있거든요. 거기서 작년 연말에 성수 무신사 테라스에서 아티스트의 최애곡 이런 걸 주제로 전시를 열었어요. 제가 마침 'No Pain' 발매쯤에 가사로 캐릭터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게 있어서 그때 만든 캐릭터 아트워크를 디벨롭해 아트워크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전시했거든요. 그게 무신사 테라스 전광판에도 나왔어요. 그게 유일무이한 경험인 것 같아요.

🕵🏻‍♂️ 하박국

실리카겔 멤버들도 좋아했을 것 같아요.

👩🏻‍🎨 멍주

제가 전시를 하기로 결정되고 나서 한주 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말씀을 드렸는데 많이 관심 있어 하시더라고요. 

🕵🏻‍♂️ 하박국

덕질이라는 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그게 부담되는 경우는 없나요?

👩🏻‍🎨 멍주

팬으로 처음 좋아하게 됐을 때는 하는 공연 모두 가고 싶은데, 그게 물리적으로 안 되잖아요. 그때는 학생이니까 금액도, 시간도 안 되고 그래서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확실하게 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큰 공연을 못 가면 좀 속상하겠지만, 자잘한 공연 같은 건 제가 일이 있거나 할 때 안 가도 크게 속상하지는 않고요. 금액은 공연을 보고 나서 집에 와 느끼는 것들이 삶의 원동력이 돼서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 그들이 멀어진다는 건 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들이 성장하면 저 역시 열심히 따라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하박국

덕질을 하다 현타가 찾아온 적도 있나요?

👩🏻‍🎨 멍주

예전에 좋아하던 팀들이 갑자기 해체된다거나, 멤버가 갑자기 나간다거나 이런 일이 꽤 흔해 그럴 때 좀 현타가 왔어요. 

🕵🏻‍♂️ 하박국

일반인(일명 머글)은 잘 모르는 팬들만의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 멍주

제가 너무 오래 덕질해 이제는 일반인의 시선을 잘 이해 못할 수 있는데. 라이브 방송을 밴드 멤버들이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나 아티스트가 만드는 콘텐츠 같은 걸 보면서 저희끼리 생각나는 게 있으면 공유하고 그러거든요. 어떤 캐릭터를 닮았다거나, 라이브나 공연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거나 그러면 팬들끼리는 그걸 밈처럼 쓰기도 해요.

🕵🏻‍♂️ 하박국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밴드가 있잖아요. 그 많은 밴드 중에 실리카겔을 좋아하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요?

👩🏻‍🎨 멍주

새로움의 끝이 없다. 그걸 꼽겠습니다. 제가 좀 빨리 질려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실리카겔은 뮤직비디오나 앨범 모두 나올 때마다 새롭게 받아들일만한 게 많아서 계속 좋아하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실리카겔 활동을 지켜보며 가장 감동받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 멍주

아무래도 성장 서사인 것 같아요. 페스테벌 같은 데 가도 확실히 보러 오는 사람들의 규모가 확 달라진 게 보이고요. 최근 들어 정말 작년 다르고 지난 달이 다른 느낌이에요. 그들도 이제 10년 차 밴드잖아요. 누구보다 자기들 색깔로 한 길만 계속 파다가 이미 그들은 열심히 잘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드디어 알아봐 준 거로 생각해요. 실리카겔은 좋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성장해 고척돔에서 만났으면 하고요. 너무 밴드가 커져서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멀어지고 싶지 않은 건, 저도 작업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들이 멀어진다는 건 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들이 성장하면 저 역시 열심히 따라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언젠가 같이 작업도 하고 싶고요.

🕵🏻‍♂️ 하박국

실리카겔 덕분에 자신의 세계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나요?

👩🏻‍🎨 멍주

멤버들이 각자 솔로 프로젝트를 하잖아요. 웅희 님은 영상을 찍고, 춘추 님은 놀이도감을 하고. 건재님, 한주 님은 에마논도 하시는데. 저는 에마논 때문에 처음으로 안 가봤던 클럽 공연장을 가보기도 하고, 디제잉이나 전자 음악을 에마논 때문에 처음 눈을 뜨게 됐어요. 앰비언트 음악도 잘 몰랐는데, SNS에 한주 씨가 공유하는 거 들으며 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다 보니 저도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게 되고 새로운 장르를 많이 듣게 됐어요.

💬 팬도 한 명 한 명 인격체니까 거기에 대해 의식을 좀 하면 좋겠어요. 

🕵🏻‍♂️ 하박국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요?

👩🏻‍🎨 멍주

서로 어쩔 수 없이 거대한 영향을 주고 받아야 되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실리카겔이 활동을 안 하면 저희도 매주 하던 취미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근데 단독 공연이나 페스티벌, 앨범 발매 등의 활동을 하면 팬도 그 스케줄에 맞춰 활동하게 되고요. 꼭 직접 마주 보고 대화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감정과 추억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실리카겔이 제 인생에 외계인처럼 갑자기 등장했는데, 그들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도 많이 만들어줬고, 새로운 취향도 알게 해줬고요. 저를 많이 바꾸게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긴 시간 동안 좋아하다 보니 제 세계관도 함께 확장된 것 같아요. 

🕵🏻‍♂️ 하박국

음악가 중에는 팬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분도 계셔요. 그런 음악가도 좋아할 수 있을까요?

👩🏻‍🎨 멍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예의를 차리는 선에서는 괜찮을 것 같아요. 보면 인사 정도 해주시고. 팬을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 정도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들이 내 음악을 보러 온다. 

🕵🏻‍♂️ 하박국

음악가가 팬에게 지켜야 할 예의? 매너는 어떤 게 있을까요?

👩🏻‍🎨 멍주

저는 음악가가 자신의 몸과 정신을 잘 케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멘탈이 흔들리면 곡에도 표현이 되고 공연장에서도 티가 나거든요. 그걸 보면 속상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신을 잘 돌보는 게 먼저. 그리고 서로 적당한 선을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팬도 한 명 한 명 인격체니까 거기에 대해 의식을 좀 하면 좋겠어요. 

🕵🏻‍♂️ 하박국

같은 팬이지만 팬들도 음악가에게 지켜 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 멍주

저는 실리카겔을 오래 좋아한 팬이고, 새로운 팬분들이 입덕을 할 때마다 둥글게 대하려고 하는 편이예요. 실리카겔 공연 때 프리미엄 티켓 일명 플미라 불리는 불법 양도를 하기 위해 표를 구입한 업자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팬들이 모여 그걸 왜 파시냐고 해서 글을 내리게 하고, 저희끼리도 사지 말자고 해서 업자들도 취소하는 분위기였거든요. 확실히 최근 새로운 팬의 유입이 많아지고 공연의 규모도 커지다 보니 그런 업자도 많이 생기고 이제 그걸 양도받아 가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근데 그분들이 플미 티켓을 구입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잖아요. 그런 경우가 생기면 이제 업자도 더 많이 붙고, 악순환의 시작이죠. 그걸 보며 좀 속상하더라고요. 

💬 진짜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였는데,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게 생긴 거예요. 

🕵🏻‍♂️ 하박국

덕질이 멍주 님의 인생을 많이 바꾼 것 같아요.

👩🏻‍🎨 멍주

중학생 때부터 밴드를 좋아했는데, 고등학생 때까지 관심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였거든요. 유일하게 좋아하던 게 공연 보러 놀러 다닌 거여서 입시 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더 빛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3 때 실리카겔을 좋아하게 됐거든요. 그때는 VJ 하는 멤버도 있을 때라 그 때문에 VJ나 라이브 영상에 관심을 갖고 이런 식으로 음악가를 서포트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영상과에 갑자기 진학하게 됐습니다. 

🕵🏻‍♂️ 하박국

진로 결정을 실리카겔 덕분에 하게 된 거군요?

👩🏻‍🎨 멍주

진짜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였는데,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게 생긴 거예요. 학교에 다니며 툴을 다루거나 그래픽 쪽에 관심이 생겨 독학으로 공부하고 지인 밴드 공연에 VJ로 도와주기도 했어요. 그러다 브이제잉할 때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3D를 배우게 됐는데, 실리카겔 때문에 영상을 하게 된 걸 알고 계셨던 당시 VJ였던 대희 님께 더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나 물어봤거든요. 그때 대희 님이 추천해 주신 학원에 갔습니다.

🕵🏻‍♂️ 하박국

진로 결정 이후 진로 상담까지 해주셨네요.

👩🏻‍🎨 멍주

어쩌다 보니 실리카겔이 제 인생을 설계 해줬어요. 이후 3D 공부하고, 독학하면서 아트워크를 만들다 보니 외주도 들어오게 되고. 제일 먼저 제가 했다고 할 수 있는 건 작년 FNC 엔터테인먼트의 P1Harmony라는 팀이 있거든요. 핑크 스웨츠(pink sweat$)와 함께 한 작업이었는데 제 첫 앨범 커버 외주였어요. 그게 반응이 괜찮아 이후로도 작업을 하다 최근 부산에 야자수라는 밴드가 있는데 그분들이 EP를 발매하며 새로운 로고를 만들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로고와 무대에서 프로젝션 되는 용도의 3D 비주얼라이저를 만들었는데, 제가 직접 공연에 가진 못했어요. 근데 제가 만든 비주얼이 밴드 멤버와 함께 무대에 있는 사진을 보니 결국 VJ는 아니지만 비슷한 일을 하게 된 것 같아 재밌었어요. 

🕵🏻‍♂️ 하박국

멍주 님의 인생에서 덕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 퍼센트 정도 되나요?

👩🏻‍🎨 멍주

제가 지금 작업하는 것도 덕질로부터 비롯된 거니까요. 한 85% 90% 정도 되지 않을까요?

🕵🏻‍♂️ 하박국

지금까지 덕질을 하며 좋았던 순간 하나, 실망스러웠던 순간 하나를 꼽는다면요?

👩🏻‍🎨 멍주

실망스러웠던 순간은 제가 최애 밴드의 해체를 여러 번 겪었는데요. 가장 처음에 좋아했던 밴드도 나쁜 일로 해체된 경우가 있고. 팀 내 불화로 해체됐다거나, 공론화가 됐다거나. 그런게 두고두고 좀 기억에 남아 있어 새로운 밴드를 좋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았던 순간은, 제가 좋아하던 사람들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성장하는 게 딱 눈에 보였을 때. 실리카겔 앵콜 콘서트 때 한주 님이 멘트로 팬들을 생각하고 거기에 힘을 받아 자기가 곡을 쓴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좋은 사랑을 받고 잘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좀 뿌듯했어요. 

🕵🏻‍♂️ 하박국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멍주

지치지 않고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저도 작업을 하며 밴드 하는 지인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본인 색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게 너무 힘든 게 보이거든요. 보인 색을 표현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을 때도 있고, 밴드를 굴리는 게 금전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이걸 듣는 음악가분들도 힘내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을 굉장히 좋아해 주는 팬이 생기고 그들이 또 새로운 팬을 데려올 거로 생각해요. 다들 화이팅! 혹시 앨범 커버나 외주가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멍주 님의 작업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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