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만의 제텔카스텐과 소통
알려진 제텔카스텐은 독일의 사회학자 루만의 방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루만은 이 메모시스템을 만들어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것이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루만은 소통의 근간이 정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럼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 원할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과의 소통은 정보의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좀처럼 원활히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혼자있을때 혼자 자기자신과 대화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죠. 우리 자아가 기본적으로 통합되어있는 이상, 특정 시점에서의 나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정보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나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떠한 견해나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 명백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아니라 굳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체나 마음의 고정되지 않은 상태가 존재하며 이 상태에 따라 우리의 인지촛점이 확연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플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음식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발생하는게 당연하겠죠. 이런 인지촛점은 신체 상태 뿐만아니라 직관을 구성하는 자아관이나 구성된 지식체계의 상태에 따라 정보의 민감도가 변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의 변화무쌍함을 루만은 임의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상태에 따라 변해가는 정보의 민감도를 기반으로 나 스스로에게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차이를 기반으로 한 관심사를 가진 나와 다른 관심사를 가진 내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메모시스템을 만들고자 한것이 루만의 메모시스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루만의 방식으로 우리가 노트테이킹하는 방법의 구조를 그려본다면 위 구조도처럼 축약시킬수가 있습니다. 루만은 이와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획으로 <메모상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루만은 노트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애초에 두가지 갈래로 보고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고도로 기술적인 전문화의 길
- 임시로 생성된 무작위성과 정보를 통합하는 방법
그 중 '임시로 생성된 무작위성'과 정보를 통합하는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이는 현대 제텔카스텐의 메모기법의 핵심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가 제텔카스텐의 메모법을 실천할때는,
1. 책이나 아티클을 읽고 원본문서를 링크참조하며
2. 해당 글의 핵심을 요약하고
3. 다른 요약된 메모와 연결하여 전혀 다른 관점들 사이에서 정보의 차이로 인해 소통을 트리거하며
4. 이로인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생각을 확장시켜나가고
5.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메모들을 클러스터링 하기위해 moc(map of content) 파일로 묶어내어 카테고리화 시키고, 너무나도 많은 관심사를 분리시키기 위해 티아고 포르테는 PARA(project, area, resource, archive) 실천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루만이 말한 소통을 위해 다른 메모와 연결을 링크를 통해 이루지만, 루만은 아날로그기법을 통해 넘버링으로 인덱스된 메모들을 찾아내어 연관된 여러 관심사들을 한 캔버스 위에 펼쳐놓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조를 상상하며 메모를 참조하여 글을 작성한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연관메모를 통한 창의적 사고활동은 브레인스토밍의 기본적인 방법으로 독일에서는 루만을 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고활동의 기본적인 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이미 자신만의 메모파일을 작성하며, 생각을 정리할때 특정 메모들을 나열해놓고 아이디에이션 한다고 하죠. 그래서 아이디에이션의 기본재료, 자기자신과 소통의 근간들이 바로 메모와의 연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혀 다른 정보를 융합해 나가는 과정으로 2중 추상화를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전혀 다른영역의 메모들이 융합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추상화이기 때문입니다.
추상화는 우리가 어쩐 사태, 정보, 사례, 데이터들간의 공통점을 묶어 그들사이의 본질이라 부르는 핵심을 찾아내는 활동으로 한 개체의 비본질을 제거하여 만들어집니다.
추상화의 근본적인 한계점은 본질과 비본질의 선택이 개체들의 집단이라는 임의성에 의해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사과들을 나열해놓고, 분류하게 되는 순간 분류된 집합의 본질은 집합간의 차이에 의해 이미 정해지며, 그 순간 집단에 포착된 개별 개체들은 본질을 중심으로 해석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인간의 군상을 나이에 따라 분류하면 노인과 청년 청소년 유년 등의 집단으로 분류가능하며, 분류함과 동시에 집단이 가지는 이미지가 추상화됩니다. 우리는 집단의 특정 개체를 단 한번도 만난적도 대화해본적도 경험해본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해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제텔카스텐의 메모 또한 1차적으로 분류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요약된 메모를 만들어내어 촛점을 맞추고, 태깅 및 연결을 통해 메모들의 집합을 만들어냅니다. 집합이 만들어진다는것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맥락이 만들어진다는것과 동일하며, 맥락 사이에서 우리의 추상적 사고는 그들을 아우르는 인사이트를 촉발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더더욱 추상화된 형이상학적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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