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너의 지식의 구조와 제텔카스텐의 한계
루만은 창안한 노트시스템을 제텔카스텐, 메모상자라고 불렀습니다. 이를 토대로 티아고 포르테는 책 세컨드브레인을 통해 '제텔카스텐 = 세컨브레인'이라는 새로운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제텔카스텐시스템의 소통이 마치 신체 외부의 누적된 브레인과의 소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브레인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운점이 없지 않습니다. 인간의 브레인은 제텔카스텐 즉 세컨브레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고도화된 미지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학자들은 브레인의 활동에서 특히 학습활동을 모든 발생가능한 모든 역량의 뿌리라고 보았으며, 학습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수많은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왔습니다.
교육과정 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브루너의 지식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브루너는 학습을 해나가는것이 지식의 구조를 배워나가는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브루너는 지식의 구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지만 지식의 구조는 곧 학문을 특징짓는 사물을 보는 안목 또는 각 학문의 기본적인 아이디어, 지식의 기본 개념, 지식의 기본원리 그리고 지식의 탐구과정 등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학문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수학입니다. 수학은 수학사를 통틀어 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그 답을 이어나갔는데, 현대에 수학은 논리의 합리성을 믿는 논리주의도, 직관에 의지하는 직관주의도, 형식이 모든것이라 말하는 형식주의도 넘어서서 구조의 탐구를 뜻하는 구조주의에 머물러 있습니다. 수학의 연구는 새로운 구조의 실험과 탐구라고 말할 수 있는 셈이죠.
학창시절에 수학을 공부할 때를 떠올려 보실 수 있을겁니다. 수학의 교과서는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기본개념과 원리, 정리와 응용이 구조적으로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수학을 공부하기 위한 학습전략으로 다음의 구조도를 볼 수 있습니다.
수학학습의 첫번째 단계는 시연단계입니다. 선생님이 기본적인 개념설명이 끝나면 개념을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예제문제를 풀어주고 학생들에게 준비된 유제나 바로풀기, 기초연습문제 등을 권유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시범적으로 보여준 그방식 그대로를 답습해나가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를 시연단계라고 부릅니다.
시연단계가 잘 되면 응용단계를 통해 보다 개념들이 다양한 맥락을 거쳐 다양한 적용사례를 탐구해나가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개념의 다양한 활용성을 익히게 되고 보다 세세한 상황에서 적용시킬 수 있는 정교화된 개념적 지식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 작업이 다양한 맥락 사이에서 반복학습되면, 학습자는 무수히 많은 상황과 활용성을 개념을 기준으로 개념들의 관계도를 조금씩 조정해나가며 전체 개념들의 관계를 구조화하며 내면화할 수 있게 됩니다. 전체 구조를 보는 힘은 내가 경험했던 상황들을 바탕으로 조금만 다른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을 호기심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주며, 전체 구조를 재평가할 수 있는 구조적 깨달음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때 학습자들은 전체를 아우르는 통제감을 맛보며 학문의 학습의 희열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구조적으로 사고가 가능해진 학습자는 책을 펼쳐보지 않고도 전체 개념간의 구조를 머리속에서 파악할 수 있으며, 부분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는 말은 언제나 포함 배재의 원리, 귀류법적 논리전개를 통한 사고실험이 가능해진다는것과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판단가능한 요소를 개념적으로 고립시키고 그 요소들 사이에서 가능한 액션을 개념의 활용을 개념 관계를 기반으로 리스트업하는것만으로도 실천가능한 문제해결전략이 수립되는것입니다.
아마추어, 준전문가, 전문가의 지식의 구조는 그 직접도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입니다.
하이라키구조와 네트워크 구조는 그 나름대로의 유용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이 성숙해갈수록 특정 체계의 하이라키는 늘 생성됩니다. 이 하이라키를 기반으로 빠르게 직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색에도 논리적 사고에도 근간이 됩니다. 이는 자료구조의 큰 두가지 축으로 컴퓨터공학적 알고리즘의 빠르기로 따져보면 네트워크구조는 결코 하이라키구조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하이라키가 부재한 순간, 하이라키 특유의 전체를 꿰뚫는 직관력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게됩니다.
이제 다시 루만이 생각했던 노트시스템의 방향성 두가지로 돌아가 볼 수 있습니다.
- 고도로 기술적인 전문화의 길
- 임시로 생성된 무작위성과 정보를 통합하는 방법
'고도로 기술적인 전문화의 길'과 '임시로 생성된 무작위성과 정보를 통합하는 방법'이 만들어내는 두가지 메모구조가 보이실겁니다.
하이라키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느린 변화속도를 가지고 있다면 네트워크는 어떤것과도 연결될 수 있기에 매우 빠른 변화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의 메모가 아닌,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전제할수 있는 기반들은 대체로 하이라키적 개념, 원리, 정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하나의 하이라키를 벗어나는 순간 소통의 맥락이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바뀐다면 아무리 같은 용어를 말한다고 한들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힘들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만의 방식은 자기자신과의 소통을 위해 착안되었으나, 타인과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서는 오히려 제한점이 생기는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제텔카스텐은 공유되지 않고 오로지 개인에게서만 유의미하게 사용될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는 셈이죠.
현대사회의 주류이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기반의 철학들이 모든 개체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온전히 획득하기 힘든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로컬에서 작동할 뿐이죠. 그래서 집단과 집단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트관리시스템의 개념지도 방법론은 이같은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학들의 학습이론을 토대로 프로그래머들이 열어낸 협업가능한 컨벤션, 관리방법론, 코드작성의 패러다임과 철학등을 제텔카스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으로 녹여내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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