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사업을 2.8조 원에 매각한 사업가

복통과 ‘맛 없는 건강음료’에 대한 반항

엘리슨 엘즈워스는 원래 음료 업계 출신이 아니었습니다.
텍사스 및 미국 내 여러 지역을 출장하며 석유·가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토지 관리자로 일했습니다. 반복되는 출장, 낯선 식습관, 장시간 이동이 엘리슨의 몸을 지치게 했고, 결국 만성적인 소화불량 및 피로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경험이 엘리슨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엘리슨은 반복되는 출장과 불규칙한 식습관, 장시간 이동으로 돌아다닐 때 웰빙 음식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고, 항상 배가 아팠습니다. 그 과정에서 엘리슨은 식사를 통해 자신의 몸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됩니다.

특히 ‘사과 사이다 식초(Apple Cider Vinegar, 이하 애사비)’가 장 건강과 전신 컨디션에 긍정적이라는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그러나 엘리슨은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엘리슨이 택한 건강에 좋은 음식들은 대부분이 맛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엘리슨이 먹었던 애사비는 특히나 맛없었습니다.

“이걸 매일 마실 수 있을까?”, “맛이 너무 역겨운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지점에서 엘리슨은 맛보다 건강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처럼 되는 게 싫어, 맛있는 애사비 음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주방에서 시작한 실험이, 사업성을 보기까지

엘리슨은 남편인 스티븐 엘즈워스(Stephen Ellsworth)와 함께 집 부엌을 실험실로 바꿉니다. 처음에는 오직 ‘맛’을 맞추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엘리슨은 직접 탄산수와 애사비, 과일 펄프 등을 섞어 맛을 보고, 남편과 친구들에게 테스트를 요청했습니다. 그때 엘리슨의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건 진짜 음료 같아”라는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부엌에서 해본 실험이 친구·가족 중심으로 맛보고, 효과를 느껴, 직접 구매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순간을 엘리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만든 음료이지만, 이걸 남이 좋아한다면 사업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실제로 엘리슨은 주말마다 지역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에 출점하며 직접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판매 박스, 아이스박스, 라벨 스티커 등 모든 것이 수제였고, 시작은 미미했지만 이게 곧 한화 약 2조 8천억 원대에 펩시에 인수된 브랜드의 초기가 되었습니다.

“창업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맞춰보는 작은 실행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실행의 반복이 브랜드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엘리슨의 실험적인 브랜드의 초기 이름은 “Mother Beverage”였습니다. 이는 애사비의 ‘모체(mother)’ 성분에서 따온 네이밍이었습니다.

Whole Foods 바이어의 등장과 전 재산 투자

파머스 마켓 출점 이후, 판매 호응이 이어졌고 어느 날 3주쯤 지나자 우연히 대형 유통 채널의 바이어가 “이런 제품은 여기(Whole Foods)에 없다”고 말하며 사업 제안을 했습니다.
이 순간이 엘리슨과 스티븐이 전 재산을 이 아이디어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모든 걸 여기에 걸자. 전 재산을 투입하고 생산시설을 만들자.”
이때 당시 엘리슨은 임신 3개월 차였고, 부부는 약 9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본격적인 제조시설을 구축했습니다.

초기 제작 시설은 규모가 작았고, 엄격한 시스템도 없었으며 “나는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샤크탱크(Shark Tank) 출연과 새로운 결심

브랜드가 점차 성장하자 엘리슨은 더 큰 도전을 마주합니다.

미국 대표 창업 피칭 프로그램인 Shark Tank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여러 번의 신청과 인터뷰, 촬영 준비를 거쳤고 마침내 2018년 녹화 스튜디오에 섰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엘리슨이 임신 9개월의 상태로 무대에 섰다는 점입니다. 엘리슨은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피칭에 임했다고 합니다.

피칭 과정에서 투자자 중 한 명인 Rohan Oza는 제품에 대해 칭찬하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r liquid is good, but your branding is crap.”
(너희의 음료는 좋아, 그런데 너의 브랜딩은 최악이야)

이 말이 브랜드를 재정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제품이 시장에서 인식되는 방식의 총체로, 제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브랜딩이 약하면 시장에서 ‘선택’ 받기 어렵다는 걸 엘리슨은 깨달았습니다.

샤크탱크 출연 당시의 엘리슨

이름 변경과 리브랜딩: Mother → Poppi

샤크탱크 출연 이후 엘리슨과 팀은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결정합니다.
세부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브랜드명 변경: Mother Beverage → Poppi / ‘Pop’ (탄산) + ‘pi’ (positive, playful) 느낌의 조합으로, 쉽고 기억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기 위함.
시각 아이덴티티 전환: 기존 건강음료처럼 하얀 캔 위주였던 것을 ‘컬러풀한 캔’으로 변경. 재미와 즐거움에 방점.
브랜드 미션 재정립: 단순히 ‘사과식초 음료’가 아니라 ‘건강도 맛도 있는 신형 소다(soda) 카테고리’를 만든다는 포지션으로 확장.

리브랜딩 후 Poppi는 2020년 3월 ‘새로운 모습’으로 시장에 다시 나왔으나, 이때 마침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환경이 급변했습니다.
엘리슨에게 이 전환은 위기이자 기회였고, 향후 폭발적 성장을 위한 준비 단계가 됩니다.

Poppi의 리브랜딩 사례

디지털 전략의 승부수: TikTok과 팬데믹 시대의 역발상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시음, 이벤트, 파머스마켓 출점 등이 사실상 멈췄습니다. 엘리슨은 이를 위기로 보기보다는 기회로 봤고, 디지털 전략에 집중합니다.

구체적으로는:

Poppi 공식 TikTok 계정에서 엘리슨 자신이 등장해 진솔한 이야기와 제품을 소개
“창업자를 보여주자”는 접근: 완벽하지 않은 모습, 실패와 좌절, 일상의 순간까지
그 결과, 한 영상이 하루 만에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Amazon 등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미디어 플랫폼이 바뀌면 브랜드도 그 플랫폼에 맞춰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즉, 톤, 메시지, 콘텐츠 형식까지 플랫폼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전략 덕분에 Poppi는 급격히 성장했고, “가장 빠르게 성장한 음료 브랜드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업의 통증: 조직 확대와 리더십 변화

브랜드가 빠르게 커지면 그에 따르는 성장통이 반드시 옵니다.

엘리슨이 언급한 여러 도전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 수가 단출했던 초기에서 수백명 규모로 급증 → 조직문화, 시스템, 리더십이 모두 달라져야 했습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재무, 조직관리)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을 위임하는 용기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지나치게 ‘귀엽고 예쁜’ 것에 집착하다 포장재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후회 → 슬리브 캔을 고집한 결과 원가 상승 및 손실이 있었다는 언급

“성장은 단지 매출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리더가 변화하는 것이다.”
리더로서 내가 바뀌지 않으면 브랜드는 속도만 낼 뿐 지속가능한 체계는 되지 않습니다.

사업 매각(Exit) 그리고 새로운 자유

몇 년 간의 고속 성장과 브랜딩 성공을 거친 Poppi에게는 결국 큰 기회가 찾아옵니다.
미국의 대형 음료회사 펩시코(PepsiCo)가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고 인수 제안을 했고, 그 규모는 약 19억 달러(한화 약 2.8조 원대)에 이릅니다.
엘리슨은 이후 “Poppi가 Poppi답도록 두자(Let Poppi be Poppi)”라는 말을 인수 협상에서 강조했다고 합니다.

인수 이후 엘리슨은 창업자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