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답청의 계절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2026.04.06 | 조회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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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매년 느끼지만, 벚꽃이 피고 지는 속도가 무섭게 빨라요. 얼마 전만 해도 봉오리였는데 오늘은 활짝, 내일은 우수수. 붙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계절이에요. 그래서 봄에는 더 부지런해지고 싶어져요.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한 번이라도 더 올려다보고, 한 번이라도 더 "좋다"라고 중얼거리고 싶어요. 

봄을 얼마나 누리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도 화창한 날씨처럼 맑고 다정한 순간들로 가득 채우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구독자님.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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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답청'을 사용한 글을 소개합니다.

불친절하기로 알려진 프랑스인을 녹이는 마법의 주문이 세 개 있다. ‘봉쥬(Bonjour)’, ‘메씨 보꾸(Merci beaucoup)’, ‘실부플레(S'il vous plaît)’

서툰 프랑스어로 인사하고, 감사함을 표현하고, 공손하게 부탁하니 차갑게만 느껴졌던 프랑스인들은 언 강물이 갈라지듯 숨겨둔 다정함을 꺼내주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나와 남편은 프랑스 여행 중 눈이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봉쥬"를 외쳤다. 공항 보안요원의 굳은 얼굴도, 니스의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친 지친 직장인도, "봉쥬" 한 마디에 슬쩍 미소를 내어주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우리의 주변음은 다시 고요해졌다. 자주 들르는 편의점이나 엘리베이터에서 훨씬 더 가까운 이웃들을 만나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마법을 잊어가다가 봄이 왔다. 봄이 되니 프랑스에서 배운 인사의 감각이 떠오른다. 바람이 느슨해지고, 햇빛이 한 톤 밝아지는 날에 답청하면 사람뿐 아니라 세상 만물에 인사를 건네고 싶어진다. 푸르게 열린 하늘에도, 막 피기 시작한 벚꽃에도, 얄궂게 나뭇가지를 톡톡 떨어뜨리는 참새에도. 겨우내 말없이 버티다 이제야 제 색을 드러내는 예쁨들에게, 괜히 말을 붙여보고 싶다.

두 살짜리 아이도 비슷한 마음인지 길을 걷다가 자꾸 멈춰 선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인데 봄 필터가 입혀져 더 아름답게 보이는 모양이다. 길가에 세워진 주차 금지 표지판과 행인의 눈길을 빼앗으려 조잡하게 쌓인 풍선을 갑자기 끌어안더니 “사랑해”를 외친다. 경비원을 발견하면 인사하고 싶어 멀리서부터 몸을 들썩인다. 온 세상이 인사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듯하다. 아이의 순수한 활기 앞에, 굳어있던 얼굴들에 환한 봄꽃 같은 미소가 피어난다. 요즘처럼 하늘이 푸르고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날이면, 나도 아이같은 답청객이 되어보고 싶다. 조금 더 과감하게 사람에게도, 계절에도 인사를 건네는 쪽이 되고 싶다. 만나는 모든 풍경을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은 봄날이다.

 

 

 

 

 

청명엔 답청이 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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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없는 제가 인생의 바이블처럼 두고 읽는 책이 있어요. 김신지 작가님의 《제철 행복》입니다. 각 절기의 풍경과 그때 꼭 해야 하는 작은 숙제를 소개하는 책을 머리맡에 두고, 매 절기가 되면 꼭 읽어봐요. 

이 뉴스레터가 발송된 전 날인 4월 5일은 이십사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이었어요. '푸를・청' 자와 '밝을・명' 자가 합쳐진 청명은 이름 그대로 하늘이 점차 푸르고 밝아진다는 뜻이죠. 제가 사는 지역은 마침, 오랜만에 미세먼지 하나 없어 티 없이 맑아 설레는 마음으로 벚꽃을 구경했어요. 저는 아직도 봄이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들으며 답청을 나가는데, 들을 때마다 붕붕 뜨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벚꽃 옆에 돋아나는 초록 잎을 보면 벚꽃과의 이별이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이 풍경을 다시 보려면 찌는 더위, 매서운 추위와 씨름을 오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득해져요.

아름다운 날에는 24시간을 48시간처럼, 하루에 몇 번이고 외출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책 제철 행복에서 소개하는 청명의 제철 숙제를 구독자님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붙잡을 수 없으니, 부지런을 떨며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봐요!

  • 골목길이나 산책로에서 앞으로 1년간 지켜볼 '내 나무' 정해보기
  • 꽃달임 나갈 날짜와 장소를 정해 미리 약속 만들어두기
  • 청명주와 진달래 화전을 대신할 나만의 꽃놀이 페어링 메뉴 찾기

 

 

 

 


지난주 낯선 단어: 명지바람

구독자님의 글을 소개해 드려요.
[참여 방법] 하단 > '이번 주 낯선 단어로 글 쓰기'

퇴근길에 불어오는 명지바람이 유난히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 어딘가가 잠깐 비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 짧은 순간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덜 무겁게 느껴진다. 요즘 그런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 설명되지 않아도, 잠깐 스쳤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날들이다. — by.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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