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받은 유은들

평범함이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지

2026.01.12 | 조회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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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어휘집

익숙한 일상에서 히든맵으로 가는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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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디에 살고 계세요? 얼마나 그곳에 사셨어요?

저는 4년 전에 이사 온 집을 다음 주면 떠날 예정이에요. 지금 동네는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인데, 주변에 맛집, 공원, 쇼핑할 곳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단지 내 산책이 유일한 낙이죠.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에 위치해 자전거도 타기 어려워요.

이사까지 얼마 남지 않아 최대한 이 동네를 즐기고 있어요. 좋아하는 장소에 들르며 좋아하는 풍경을 눈에 넣고 있어요. 앞으로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봄을 기다리는 나목의 겨울눈,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길고양이, 우유 크림 잔뜩 들어간 소금빵 모두 예뻐 보입니다. 익숙해질수록 부족한 부분만 눈에 띄었는데, 떠나려고 보니 노래 가사처럼 늘 함께 있어 소중한 걸 몰랐었네요.

구독자님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어때요? 어떤 아름다움이 알아차려 주기를 기다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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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용해요

이번 주 낯선 단어 '유은'을 사용한 짧은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를 읽고.

세계는 무수한 증여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슈퍼마켓 진열대의 새송이버섯을 아무렇지 않게 고르기 전에, 누군가는 배고픔을 못 이겨 숲속의 아름다운 버섯을 먹은 뒤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스마트폰은 불과 15년 전 떠난 어느 예술가가 남긴 집요함의 산물이다. 

지금 먹는 음식 하나, 사용하는 언어 하나, 이미 익숙해져 버린 생활 방식들 모두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선택과 배려, 실패와 희생이 남긴 결과다. 너무 당연하기에 더 이상 의식되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유은을 받고 있고, 또 영영 서로를 모르고 살아갈 누군가에게 무심코 건네고 있다.

세상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서늘함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올 때는 증여의 층을 떠올려본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유은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타샤 튜더의 유은: 카모마일 차 한 잔 마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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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타샤 튜더(Tasha Tudor) 전시를 보고 왔어요.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온다는 기대만 안고 방문했는데, 그림에서 숨 쉬는 타샤 튜더의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배우게 된 시간이었어요.

Nowadays, people are so jeezled up. If they took some chamomile tea and spent more time rocking on the porch in the evening, listening to the liquid song of the hermit thrush, they might enjoy life more. There are few moments in life more enjoyable than the hour set aside for the ceremony known as afternoon tea.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울 때는 없지요.

Tasha Tudor

일을 쳐내느라 순간의 여유조차 없는 바쁜 하루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이럴 시간이 있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타샤 튜더의 유은이 소중한 이유는, 큰돈과 시간을 들여 떠나는 해외여행처럼 어쩌다 한 번 얻는 큰 즐거움만으로는 행복이 완벽히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타샤 튜더는 주로 가족, 식사, 자연, 동물을 그렸어요. 주위에 항상 있지만 각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흘러가는 것들이죠. 간단한 선 몇 개로 어린아이를 그리면서 타샤 튜더가 얼마나 순간을 사랑스럽게 느끼고 표현했을지 눈에 선했어요. 

하루에 5분도 내기 어려울 만큼 정신없을수록, 오히려 5분만 시간을 내어 주변을 둘러보고, 아름다움을 깨닫는 게 우리를 지탱하는 또 한 축의 행복 아닐까요?

 

 

 

 


지난주 낯선 단어: 도야하다

구독자님의 글을 소개해 드려요.
[참여 방법] 하단 > '이번 주 낯선 단어로 글 쓰기'

비 오는 날이면 작업실 문을 조금 열어 둔다. 물기가 섞인 공기가 들어와야 흙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자기를 굽는 일은 늘 기다림의 연속이다. 급하게 만지면 금이 가고, 욕심내면 형태가 무너진다. 흙을 다루는 일도, 손의 감각을 키우는 것도 결국 시간을 들여 기르는 과정이다. 한 번에 잘 만들어진 그릇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실패를 지나 다시 물에 풀리고, 다시 빚어진다. 나는 그 과정을 건너뛰지 않으려고 한다. 남들보다 느릴 수는 있지만, 손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한다. 도야한다는 건 완성품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라는 걸, 매번 가마 앞에서 배운다. — by. 가마앞에사람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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