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요즘 걱정이 있으세요? 저는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아주 어렸을 때는 두려운 일을 앞두고 일어나지도 않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상상을 했어요. 그리고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면 '역시 걱정을 하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하며 걱정에 더더욱 집착하곤 했었죠.
지금도 그 버릇은 남아있어 비행기를 탈 때마다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상상을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잡을 수 있는 노하우가 더 많이 생겼어요. 두려움의 대상을 덕질하며 이성적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한다거나, 혼자 차 안에서 숨듣명을 크게 부른다거나, 좋아하는 디저트를 우적우적 먹으며 생각 없이 예능을 봐요.
구독자님은 어떤 일을 걱정하고 있는지, 떨쳐내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요.

✏️ 이렇게 사용해요
말 못 할 사정으로 조용히 끌탕을 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당신에게 풍성한 꽃 다발을 선물하고 싶다. 결과가 좋으면 축하한다고, 나쁘면 이번에도 우리, 잊어버리자고.
모진 바람에 닳고 닳아 색채를 잃어버린 어느 유적지 같은 회색 마음을 하얀 리시안셔스로 여러 겹 덧발라 흰 도화지로 만들고, 거베라를 가득 담고 싶다. 기왕이면 은은한 살굿빛보다는 진한 자줏빛으로. 아무리 독하게 문질러도 끝끝내 지워지지 않고 얼룩이라도 남을 화사함이 당신에게 피어났으면 한다.
만약에 우리: 처음인 이번 생에 쉬지 않고 찾아오는 끌탕

아래는 <만약에 우리>의 내용을 포함합니다.
멜로 영화 좋아하세요? 연프는 종류별로 찾아봐도 멜로 영화를 굳이 찾아본 지는 꽤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최근 200만 관객을 넘긴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의 소식을 듣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어요.
우연히 호치민에서 만나게 된 은호와 정원이 함께 보냈던 20대를 회상하며 영화는 흘러갑니다. 어른들의 통제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어엿한 1인분의 역할을 시작하는 20대, 대학생인 은호와 정원은 만나게 됩니다. 은호와 정원이 저와 비슷한 학번이어서 몰입감이 더 크더라고요.
짝사랑하는 상대, 녹록지 않은 취업 준비, 신나게 입사했지만 잔인하기만 한 회사 생활, 가족의 위기, 풀리지 않는 내 인생과 달리 잘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질투... 모든 일이 처음이라 끌탕을 하면서도, 어른이기에 어떻게든 해내려 합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보면 20대, 특히 20대 초반은 도움을 요청해도 너무나 괜찮은 어린 나이인데도 스스로 해보겠다며 온몸에 힘을 주면서 더 어설퍼지는 때인 것 같아요.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에게도 말을 못 하고 혼자 끌어안다 보니 점점 예민해지고,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결국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되기도 해요. 그렇게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마음은 단단해집니다.
서툴어서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서툴어서 더 반짝이는 시기였어요.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삶도, 마음도 안정이 되어서 웬만한 상처에는 무던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무던한 마음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지난주 낯선 단어: 객토
사람들 사이에 오래 있다 보면, 분위기가 굳어버린 자리를 알아보게 된다. 웃음은 오가는데 말이 남지 않고, 대화는 반복되는데 결론은 없다. 나는 그런 자리에서 먼저 말을 줄이는 쪽이다. 빠져나오지도, 깨뜨리지도 않는다. 대신 잠시 다른 이야기를 흘려 넣는다. 전혀 다른 경험, 엉뚱한 질문, 방향 없는 농담 같은 것들. 그러면 대화의 결이 조금 느슨해진다. 누군가는 그 틈에 자기 얘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침묵을 고른다. 그 변화가 오래가진 않는다. 하지만 다음 만남에서는 이전과 조금 달라진 공기가 남아 있다. 나는 이런 방식을 객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갈아엎지 않고, 기존의 층 위에 낯선 것을 얹는 일. 완전히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숨이 막히지 않게 하는 것. 사람도 흙처럼, 가끔은 다른 성질의 무엇이 섞여야 오래 버틴다. — by. TMP-over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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