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뭐가 그리 바빴는지 주말까지 촘촘하게 시간을 보냈는데요. 조금 천천히 인생을 즐기며 살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는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주말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산책도 하고, 봉사 활동도 하며 보람된 낮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여유 있게 영화 감상을 합니다. 최근 스마트폰을 바꾸며 넷플릭스 요금제를 사용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나 로맨틱한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무슨 영화를 볼지 넷플릭스를 둘러보며 보고 싶은 영화를 찜해두었다가, 저녁에 맘이 동하는 영화를 선택해 봅니다.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후기를 참고해 선택하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5년 전 영화도 안 본 게 있다면 챙겨서 봅니다. 지난주에는 2020년도 영화인 '담보'를 봤는데요. 성동일과 하지원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눈물을 흘리며 봤답니다. 세상에 그렇게 자상한 사채업자는 영화에만 존재하겠지만, 제가 하지원(승이 역)이 된 것처럼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책으로 재미있게 읽어 서평까진 썼던 《한국이 싫어서》는 영화로 보니 실망스러웠고, 책을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화로 먼저 만나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너의 약점이 될 수가 있어?"라는 명대사에 푹 빠졌습니다. 책을 읽으며 영화와 비교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책과 영화는 인간의 창작물이라는 차원에서 비슷하면서 다른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데, 영화는 직관적이라 범위가 좁혀지는 느낌입니다. 오래전에 읽은 《딸에 대하여》도 영화로 만들어졌던데, 어떻게 각색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지만, 30년 전만 해도 사정이 많이 달랐습니다. 경기도 외곽에 살 때엔 주변에 극장이 없어서 불편했습니다. 종종 동네에 있는 자동차 극장에 갔어요. 요즘은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로 자동차 극장에 가기도 한다던데요. 아이들이 어릴 때라 영화관에 갈 수도 없었고, 그나마 아이들과 함께 차에서 놀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아이들이 차 안에서 너무 요란스럽게 놀아서 주변 자동차 관람객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어요. 한번은 아이들과 1시간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조조로 애니메이션 '원피스' 영화를 봤는데, 우리밖에 없었어요. 극장을 전세 낸 듯 아이들이 신나게 즐긴 기억도 나네요. 그때 넷플릭스가 있었다면 육아가 조금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넷플릭스로만 영화로 보기 답답할 때면, 영화관에 가기도 합니다. 딸과 함께 영화관에 가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도 잘 봅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엔 산책하듯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서점에 가서 책 구경도 하지요. 최근 혼영한 영화가 '위키드'였는데요. 기대하지 않게 과거의 추억까지 소환하게 되니 영화야말로, 타임머신처럼 우리의 시공간을 바꾸어 놓는 예술입니다. 영화로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만나기도 하고, '말할 수 없는 비밀'처럼 미래의 남자 친구를 만나기도 하니까요. 오늘 밤, 저는 어떤 시간과 공간으로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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