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뜻밖에 운이 매우 좋은 날이 있다. 마치 소설 '운수 좋은 날'처럼 갓생을 살은 하루일 것 같을 때가 살다보면 한 번쯤은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메일을 쭉 보내고 있는 나의 마음으로는 뿌듯함에 흠뻑젖어 있기 마련이였다. 평상시 보다 열심히보다 보람이 있고, 효율성있게 보냈다고 생각이 들어서 내 자신을 칭찬했다.
그런데 이 일은 딱 메일을 다 보내고 저번주 금요일날 참 운수가 좋은 날 이였다.
제목처럼 운수 좋은 날의 결말처럼 된다고 가정을 해보자.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작가라면 어떨 때 가장 작가가 글을 쓸 때 고통스러울 것 같은가?
첫째, 영감 또는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때
둘째, 썼던 글이 날라갔을 때
셋째, 잘 써지다가 중간부터 꼬일 때
저번주 금요일 늦은 밤 코코넛넛트 맛 쿠키를 오독오독 씹어먹으며 손은 키보드 소리를 내며 있었던 하루를 써내려가고 메일까지 완벽하게 발송을 하고 조금은 찌뿌둥한 허리와 팔을 스트레칭하며 잠시 멍하니 오른쪽 하단에 있는 충전표시가 갑자기 눈에 띄었다.
작은 그 칸은 분명히 충전이 되고있는 표시가 되고 있어야 하는데 멈춘듯이 가만히 있는 배터리표시를 보고선 당황스러움에 커서를 배터리표시에 가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유튜브로 열심히 서치해 본 결과 아마도 노트북이 배터리가 나간건지, 노트북 자체가 고장이 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앞에 써놓은 세 가지 항목보다 더욱 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이쪽저쪽 자문을 열심히 구해본결과.
지인: 노트북 제품명이 뭐야?
나: 몰라..사진찍어서 보내줄께
지인: 대충 알아보니까 노트북이 오래되서 부품이 없을 수도 있고, 차라리 배터리를 교체 할 거면 새로 노트북을 바꿔보는게 그 돈이 그 돈이야..
핸드폰사이로 적막이 잠시 흐르고 내 옅은 한숨소리에 적막이 깨졌다.
나: 배터리 교체하면 교체비가 얼마나 되려나..??
지인: 못해도 30~40만원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걸..충전이 아예 안돼?
나: 응 아예 안돼..
지인: 흐음..너 그럼 어떻게 글 쓰려고..
나: 하아..그러니까 내 말이.. 뭐 스마트폰으로도 쓸 수는 있지 단지 불편해서 문제긴 하지만...
기계치인 나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였다.
사회초년생이긴하지만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한 내 입장에서는 뻔뻔하게 노트북 바꿔달라는 말이 엄마께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지인인 언니이기에 최대한 저렴하면서도 있을건 다 있는 노트북 링크를 찾아서 하나씩 나에게 보내기 시작하며 내가 쓰고 있는 제품이든 아니든간에 '노트북을 7년이상 쓴거면 굉장히 오래 쓴 케이스야'라는 위로에 말도 내게 덧붙혔다.
테블릿PC나 컴퓨터가 집에 없다. 지금당장 바꿀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있기에 배터리가 어차피 나갈꺼면 완전히 나갈 때까지 써봐야 겠다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지금도 아슬아슬한 노트북으로 글을 작성하고있다. 산타할아버지가 내게 노트북 하나만 정말 선물로 주시고가면 너무 좋겠다라는 심정이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당장 취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웃기게도 MBTI가 극J인 나에게 이렇게 큰 목돈이 들어갈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정말 운수 좋은 날이다.
그러나 점점 그냥 수긍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당일인 오늘 창문으로 경치가 보이는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보면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보내며 글 쓰기 전에 습관적으로 은은하지만 머스크향이 나는 핸드크림을 바르고선 집에서만 뒹굴뒹굴 거린 하루였지만, 글 쓸 때라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고 글을 쓰고 있다.
단순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몇통에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라는 안부들, 춥지만 포근한 눈이 펑펑내리는 눈을 보며 내방은 따뜻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하루이다.
하지만 운수 좋은 날의 최후는 막막하고, 답답하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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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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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다슬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하나 장만해주실 것 같은 멘트를 답변으로 엄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끙끙 앓는 것보고 이야기해주신거 같아요 역시...INFJ는 어쩔 수 없나봐요 크크 서비스센터 갈 것 같아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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