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유치원을 다녔다.
그렇다, 어린이집이 아니다.
어린이집은 나에게 20살이 넘고 직장인이 되어 처음 가본 곳이었다. 그곳에서 어린이를 만나는 것도 처음인, 천방지축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초임 교사가 되어서 말이다.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을 갈 때 차근차근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새학기 적응 기간 마냥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어린이집에 나도 적응 기간을 거쳤다.
그렇게 1년, 2년, 3년 아이들과 만나가는 시간이 쌓이며 교사로서 나만의 가치관이 생기고, 깨지고, 변했다. 아이들을대할 때도, 이 직업을 대할 때도, 앞으로를 예상할 때도 모두 달라졌다. 내면에 어렴풋이 존재만 하던 생각이었는데, 글을쓰니 더 다듬어져갔다. 좀 더 명확해져갔다. 내가 어떤 교사인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지 알아져갔다.
점점 이 일에 애정을 쏟게 되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성숙반 마지막 무렵, “책을 낸다면 어떤 책을 낼지 생각해보세요“라는 김싸부님의 말에 이전엔 교사로서 자신이 없어 한 번도 글로 쓰지 않았던 직장 이야기를 쓴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나의 모든 관심은 다 이 어린이집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글쟁이로서도, 교사로서도 7편의 글을 소개한 경험은 참 좋았더라고 고백한다. 혼자서만 끄적이던 글을공개적으로 밝히자 참 과분한 응원들이 쏟아졌다. 친한 지인들과 또 어린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 그리고 특히, 나와 같이 어린이집 직장인분들에게서 공감의 말들이 전해졌다. 나와 같은 경험들을 하셨다는 말에서 감사와 동시에 그들의 힘듦 또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보육 업계에 치열하게 종사하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께 응원의 말씀을 전한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님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은 어린이집 교사의 민낯을 보여드린 것 같다. 폐쇄적이게느껴지던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자녀를 대할 때 함께 적용해보겠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관심가져주시고, 또 귀 기울여주시니 참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예지로서의 삶을 공유할 수 있었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지도 못했던많은 지인 분들이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해주셔서 쑥스럽고 민망하기도 잠시, 내가 쓴 글이 주제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경험은 생경하지만 즐거웠다. 나의 글이 공유가 되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과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니! 글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이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참 많이 느끼게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진로에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만 적었던 나. 대학교 입시때 유아교육과만 원서를 넣었던 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린이집에 곧바로 취업한 나. 일을 하면서도 직장에 푹 빠져 일하던 나. 글을 쓰며 다시금 발견했다. 내가 얼마나이 일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그리고 새롭게 발견했다. 내가 이 일에 대해 공유하는 것을 얼마나 기뻐하는지.
이제 내가 누구보다 진심인 이 일에 대해 글로 공유하는 즐거움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계속 쓸 일만이 남았다. 메일링서비스는 총 7편의 글과 이 에필로그로 마무리가 되지만, 푸실의 어린이집 이야기는 쭉 이어질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글들은 <저도 어린이집은 처음인데요>의 에피타이져라고 말할 수 있겠다. 메인 디쉬를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푸실의 글 창구들로 슬며시 초대드려본다.
마지막으로, 모든 글을 살펴봐주시고 일에 진심을 알아봐주신 우리 싸부님께 가장 먼저 감사드린다. 그리고 함께 글을소중히 읽어주신 쓰고뱉다 성숙반 동기 진진님, 영심이님, 인사피어님, 서꽃님과 쓰뱉 공동체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가장 감사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읽어주신 <저도 어린이집은 처음인데요> 우리 독자 여러분들께, 앞으로도 만나뵙길 기대하며 가장 큰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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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신나
그 감사를 기꺼이 받으며 ㅎㅎㅎ 아이돌이 된다 했다가,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고 했던 저희 집 꼬맹이가 6학년 여름방학이 되더니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아이들이 자기를 싫어하면 어쩌지라는 고민도 하는 아이인데, 언젠가 푸실 님의 글을 읽게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간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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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피어
감사도 어쩜 이렇게 귀엽게!? 역시 어린이집 교사가 맞군요!!! 푸실님의 팬이자 프로 배아픈러로서 그 이루의 꿈과 글 걸음도 마음가득 응원 드려요!♡♡♡ლ(╹◡╹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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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푸실님 그동안 비쁜 중에도 글 쓰시느라 수고많이 하셨어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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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
에피타이저 뒤에 등장할 수많은 메뉴들,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는 그 끝에 뭇 교사들에게 통찰을 줄 교수법/교육과정 등이 쏟아져 나오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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