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이에 궁합이 있을까? 어떤 궁합이 좋은 궁합일까? 와인과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궁합이 좋은 와인과 음식의 관계를 ‘마리아주’라고 부른다. 마리아주는 ‘결혼’이라는 뜻이다. 와인과 음식의 결혼이라는 표현이 재밌다. 마시고 싶은 와인이 생기면, 이 와인의 마리아주로 어떤 음식이 좋을까 생각한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도 마리아주 와인을 찾게 된다.
와인과 음식을 같이 먹다 보면 궁합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궁합이 좋은 경우와 안 좋은 경우가 있다. 레드 와인과 새우를 먹은 적이 있다. 우와 이럴 수가 바다의 온갖 안 좋은 비린내가 다 느껴진다. 새우가 이렇게 비릴 수 있다니. 순간 새우가 나빠 보였다. 생각해보면 새우의 잘못이 아니라 와인과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
궁합이 잘 맞은 경우도 있었다. 이탈리아 프리미티보 품종의 와인을 마셨을 때다. 이럴 수가 와인이 별로다. 프리미티보 특유의 묵직함과 단맛은 좋은데 쇠 맛이 심했다. 쇠의 철분 맛이 너무 강해서 피 냄새처럼 느껴졌다. 이 와인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옆에 있는 맘스터치의 싸이버거를 한 입 먹었다. 이럴 수가 너무 맛있다. 와인의 피 맛은 사라지고 검붉은 과실 향과 단맛 그리고 묵직함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싸이버거의 풍미는 평소보다 2배는 올라갔다. 고급 수제 버거가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이런 게 궁합이다. 서로의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극대화 시켜주는 관계이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맞추는 건 직접 경험을 하지 않고는 잘 모른다. 궁합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팁이 있다. 여러 와인과 음식을 품을 수 있는 성격 좋은 아이들이 있다. 와인에는 샴페인, 음식에는 육포와 견과류이다. 먹고 싶은 음식이 정해졌는데 어떤 와인을 마셔야 할 지 모른다면 샴페인을 마시면 된다. 웬만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호탕한 녀석이다. 레드 와인은 정했는데 간편하게 어울리는 음식이 필요하다면 육포와 견과류를 추천한다. 음식이 와인에 잘 스며들어 와인에서 육포와 견과류의 향이 나는 착각을 일으킨다. 와인 본연의 맛과 향도 잘 유지 시켜 준다. 누구와도 잘 어울릴 줄 아는 성격 좋은 친구들이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보면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 있다. 둘의 만남이 서로 단점이 들어나게 하는 관계, 단점은 보완 되고 장점이 극대화 되는 관계,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마음 넓은 사람의 모습들이다. 사람들도 와인과 음식처럼 경험을 통해 궁합을 알 수 있다. 궁합이 잘 맞으면 럭키 안 맞으면 다른 음식을 먹으면 되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결혼 안에서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안 좋은 궁합도 좋은 궁합으로 만들어 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힘은 ‘소통’이다. 소통은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의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의 뜻이 통하여 오해에서 이해의 관계가 되는 소통의 마법이다. 서로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진솔한 대화’이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짝에게 꺼내어 놓는 거다.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꺼낸다는 건 용기와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 깊이 감쳐 둔 이야기와 마주친 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감춰 둔 이야기를 짝에게 보여 줄 때 오해에서 이해로 바뀐다.
두 번째는 ‘기대’이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평가서가 된다. 내가 원하는 기준의 잣대에 상대방이 얼마나 부응하는지 평가서에 기록을 쌓게 된다. 내가 이정도 하면 상대방도 이 정도는 하겠지 라는 기대. 이 상황에서 저 사람은 이렇게 행동 해줄 거라는 기대. 평가서의 기록이 실망스러울 때 상대방이 원망스럽고 미워진다. 기대를 할 수 록 힘들어 지는 건 나 자신이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기대라는 건 결국 나의 기준이다. 나의 기준을 내려놓고 다름을 인정해 줄 때 오해에서 이해가 된다. 다만 이 과정을 통하여 성장 할 나 자신의 기대는 언제나 좋다.
소통을 통하여 사람과 사람의 궁합을 맞춰 갈 수 있지만 불가 한 경우도 있다. ‘불통’이다. 꽉 막힌 사람이다.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거다. 서로서로의 연결 된 다리가 막힘없이 잘 통하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소통의 과정이다. 곧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쪽에서 불통을 고집한다면 영원히 소통은 이루어 질 수 가 없다. 불통의 사람을 만났다면 와인처럼 다른 음식으로 바꾸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음식의 조리법을 싹 바꿔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거다. 사람도 음식처럼 조리법을 바꿔 다시 태어나게 하면 통쾌하겠다.
와인과 음식에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마리아주’라고 부른다.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 시켜준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을 바꿔가며 와인과 맞춰본다. 와인은 여러 와인을 테스팅하며 음식에 어울리는 걸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궁합을 맞추기 위해서 소통을 한다. 소통을 통하여 오해에서 이해의 관계를 만든다. 소통은 용기와 훈련이 필요한 길이다. 맞지 않은 궁합을 맞춰가는 길은 힘들고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을 통하여 환상의 궁합을 만드는 건 성숙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모두 소통의 관계를 통하여 대통의 궁합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 소개]
1년간 1억을 쓰며 집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는 와인러버. 어두운 저녁 와인과 대화를 나누는 이상한 사람. 와인의 매력에 빠져 논문과 서적을 들쑤시고 다니는 괴짜. 한때는 신학, 정신의학, 경제에 빠져 있다가 와인에서 이 세 가지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신, 세상, 사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와인도 똑같았다. 아름다운 와인이 되기 위해서는 천(天), 지(地), 인(人)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대와 와인을 마시면서 천, 지, 인을 나누고 싶다.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는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 공동체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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