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내 어디가 귀엽나요?-나를 귀엽게 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by 박나긋

2024.01.02 | 조회 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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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귀여운 병아리 친구들 / 사진출처 : Pinterest
귀여운 병아리 친구들 / 사진출처 : Pinterest

삐약삐약. 아이들이 뭉쳐서 다닐 병아리 소리가 나는 하다. 교회에서 유치부 아이들을 가르치며 발견한 사실이다. 처음 그들을 만난 때를 떠올려보면 너무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 여기저기서 삐약거리는데 사람인지 인형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그저 귀여웠다. 

   그런 아이들이라도 막상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니 인생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었다. 씩씩하게 영아부를 졸업하고 5세가 되었는데 막상 새로운 시작을 하려니 두려워 우는 아이, 매주 만나서 노는 제일 친한 친구가 그날따라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서 속상한 아이, 집에서는 어린 동생에게 양보해야 하는데 유치부는 동생이 없어서 좋다는 아이. 저마다 웃고 울며 고민하는 삶인데, 사실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여전히 귀엽기만 했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귀여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스스로를 귀엽게 여기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귀여움을 잃어서가 아니다. 사실 우리를 귀엽게 봐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잃었기 때문이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 어깨를 스칠 정도의 거리에서 복닥복닥 살다 보면 나와 너의 관계는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의 공간 없이 서로를 대하는 데 상대방이 귀여워 보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점점 우리는 서로를 귀여워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상대에게서 귀여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귀여움은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발견되기 때문이다. 예상 못 했겠지만 전혀 의외의 곳에서 귀여움은 발견된다. 

   언제인지 무척 고단했던 하루였다. 몸은 지쳐 빨리 눕고 싶은데 마음은 복잡한 생각과 감정으로 새벽까지 쉬이 잠들지 못했다. 밤새 뒤척이다 어찌어찌 잠들었는데 정오가 다 되어갈 때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이 덜 깨 몽롱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던 듯하다. 나의 사정을 모르는 친구는 꺄르르 웃으며 ‘목소리 뭔데! 너무 귀엽다!”라고 말해 주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귀엽다는 소리를 들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밤새 뒤척이게 했던 고민들이 성큼 뒤로 물러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 좋은 수다를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귀여움은 당신 도처에서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 보물 찾기를 하기 전 설렘으로, 조금 더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이내 단정하지 못한 더벅머리나 구깃해진 셔츠에서, 구부정한 어깨와 터덜거리는 걸음걸이에서, 한참 울고 난 뒤 머쓱해서 지은 미소와 파르르 화가 나지만 끝내 참아내는 착한 마음에서 귀여움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희로애락을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귀여움은 삶 곳곳에 선물처럼 숨어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한 노후를 위해 나를 귀엽게 봐 줄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 그 누군가가 나 자신이어도 얼마든지 좋다. 스스로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노력을 귀여워해 주자. 어떤 이의 조언처럼 일이 안 풀리고 잘 모르겠을 때는 ‘역시 내가 귀여운 탓인가’라고 생각하자. 나를 충분히 귀엽게 봐 줄 수 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도 귀엽게 볼 수 있다. 

   서로를 귀엽게 주자. 나부터도 수고한 당신을 귀엽게 보겠다. 그래서 당신은 귀엽다. 정말 귀엽다. 

 

[저자소개]

평생동안 귀여운 것을 수집하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좁은 집이 귀여운 잡동사니들로 가득해졌다. 더 이상 귀여운 것들을 들일 곳이 없자 스스로 귀여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말랑한 마음가짐과 둥글한 삶의 태도면 충분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진리를 믿는 중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매일 글을 쓰고 마음을 뱉으며 한뼘씩 자라는 중이다. 언젠가 작은 그늘이라도 생긴다면, 지친 누군가에게 한자리 내어주고 싶다.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표현해줄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할수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발송되는 글은 <쓰고뱉다> 숙성반 분들의 글입니다. 오늘 읽으신 한잔이 마음의 온도를 1 정도 높여주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댓글보러가기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커피 보내기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주신다면 더욱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데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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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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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니신나

    0
    10 months 전

    귀여운 글을 읽으면서 입꼬리 올리는 나 좀 귀여운 듯ㅎ

    ㄴ 답글 (1)
  • 호랑말코

    0
    10 months 전

    박나긋님 너무 귀여우신 것 아닙니까?? 귀여운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베레베레벤

    0
    10 months 전

    그들에게도 인생의 희노애락이 있다는 것. 우리도 귀엽게 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 마치 우리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 미소로, 우리를 같은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글이네요. 좋은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는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참 좋다

    0
    10 months 전

    귀여운 글을 처음 만났습니다! :)

    ㄴ 답글 (1)
  • 신바우두

    0
    10 months 전

    우리를 귀엽게 봐줄 누군가... 내가 먼저 되어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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