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귀여움의 유통기한은 얼마??-영원히 사랑하고 사랑받길.

[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by 박나긋

2024.02.13 | 조회 295 |
2
|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내 꿈은 귀여운 할머니 | 사진출처: pixabay
내 꿈은 귀여운 할머니 | 사진출처: pixabay

“늙은 얼굴 뭐 이쁘다고. 사진은 찍지 맙시다 선생님~”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핸드폰의 여러 기능과 활용법을 알려드리는 내용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열심을 내며 즐거워하신다. 그렇게 즐거워하던 마음이 주춤할 때가 있는데 카메라 기능을 배우며 ‘셀카 한번 찍을게요’ 하는 순간이다. 

   “그래도 일단 찍어 보세요! 30년 전 모습으로 돌려드릴게요.” 카메라의 편집 기능으로 얼굴의 주름을 지운다. 피부 톤을 밝게, 턱 선은 갸름하게, 눈은 크게, 코 너비는 얄쌍하게. 각각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설정한 다음 찰칵 셀카를 찍는다. “아이고~ 진짜로 예뻐졌네.” 결과물을 확인한 후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사진을 저장하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횟수는 줄어드는 것 같다. 한때는 원하지 않아도 사진이 찍히던 귀여운 아기 시절이 있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남긴다며 볼 빵빵하게 바람 넣어 셀카를 몇십 장씩 찍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귀여웠던 시절은 찰나처럼 지나간다.

   그러고 보면 귀여움에는 유통기한이 있는 듯하다. 동그란 얼굴에 발그스레한 볼, 땡글땡글한 눈을 귀여움의 특징이라 정의한다면 귀여움의 유통기한은 고작 제조일로부터 5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귀여움을 이러한 외형적인 특징으로 단정 짓는 것은 무언가 아쉽다. 오히려 지금껏 인생을 꼼지락거리며 착하고 성실하게, 따뜻하고 유연하게 살아온 사람이 풍기는 사랑스러운 아우라를 귀엽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귀엽지 않을 사람은 없다. 눈가의 주름을 보며 얼마나 울고 웃었을 세월이랴. 잔잔하게 늘어난 기미를 보며 햇살 아래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나날들이 보인다. 투박해진 두 손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고뇌하며 기도한 흔적을 발견한다. 남들과 비교할 만한 대단한 성취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지금까지 살아있었으니, 살아남았으니 충분히 귀여운 우리들이다.

   나이 듦이 두려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내 모습이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은 여전히 젊은이의 그것인데,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몸과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때를 맞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다가오는 시간의 속도는 훨씬 빠르기 때문에. 그렇게 초라해진 모습 덕에 더 이상 사랑도 도움도 받지 못할까 봐. 

   하지만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온 ‘귀여움’의 힘을 좀 더 믿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친절한 이웃이 되기 위해, 한 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견디고 살아낸 노력은 우리를 충분히 빛나게 할 것이다. 그런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넉넉한 사랑과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나이 들어서의 삶도 참 사랑스럽겠다.  

    귀여움에 유통기한이 있을까? 중경삼림의 명대사를 빌어 그 답을 대신하고 싶다. 
귀여움의 유통기한은 만년…” 당신과 , 우리. 정말 그러하다. 



[저자소개]

평생동안 귀여운 것을 수집하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좁은 집이 귀여운 잡동사니들로 가득해졌다. 더 이상 귀여운 것들을 들일 곳이 없자 스스로 귀여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말랑한 마음가짐과 둥글한 삶의 태도면 충분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진리를 믿는 중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매일 글을 쓰고 마음을 뱉으며 한뼘씩 자라는 중이다. 언젠가 작은 그늘이라도 생긴다면, 지친 누군가에게 한자리 내어주고 싶다.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표현해줄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할수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발송되는 글은 <쓰고뱉다> 숙성반 분들의 글입니다. 오늘 읽으신 한잔이 마음의 온도를 1 정도 높여주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댓글보러가기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커피 보내기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주신다면 더욱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데 활용하겠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영심이

    0
    9 months 전

    흥미롭게 잘 읽었어요 참 글을 잘 쓰시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쓰시길 바래요~

    ㄴ 답글 (1)
© 2024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뉴스레터 문의danmoo777@naver.com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