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꼭 풍선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들이쉬고 내쉬는 충분한 호흡이 있어야 탱글탱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탱글탱글한 마음은 통통 튀기도 하고, 훌훌 나르기도 하며 삶을 신비로 이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복잡한 고민과 상황들에 놓이면서 숨 쉴 틈 없이 살다 보니 마음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럴 때 나름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귀여운 것들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집 근처 소품가게에서의 아기자기한 소품들, 주인과 뚱땅뚱땅 산책하는 강아지의 뒷모습, 매주 교회에서 만나는 아기들의 통통한 볼과 고사리같은 작은 손. 동글동글하고 말랑말랑한 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어지러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단순히 귀여운 것들이 좋아서 시작한 글이었다.
이 글에서 ‘귀엽다’의 의미는 외형의 모습을 넘어서 ‘넉넉한 마음과 둥글둥글한 삶의 태도’를 말하고자 했다. 그러한 자세로 상대에게 수줍어하며 조심스레 다가가고,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마음에 힘을 얻어 경탄하며, 함부로 남을 재단하여 상처 주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좋은 마음끼리 연대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취미를 가지고, 영원과 연결되는 기도의 두 손을 모으는 것이다.
가볍게 시작한 글이었는데 한 편씩 글을 써가며 오히려 깊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이 들어서도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 바람은(위의 마음과 태도로 살겠다는 다짐은) 실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보다 더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결핍에 대한 반증이었다.
글을 쓰며 과거를 떠올리고 그때의 나와 마주하며 쪼그라든 마음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결국 좋은 태도와 자세를 갖추기 위한 노력 이전에 스스로를 충분히 믿어주고 넘칠 만큼 사랑해 줄 때 자연스레 귀여운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겠구나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애씀이 모여 스스로를 향한 충분한 신뢰와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팍팍한 세상살이, 서로를 귀여워해 주며 함께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양이 흘러넘쳐 너를 사랑하고, 나를 지지하는 힘이 흘러넘쳐 너를 지탱하길. 서로가 서로를 귀여워해 주며 그 숨 쉴 여유로 인해 탱글탱글한 마음으로 살아가길 꿈꿔 본다.
귀엽게 나이들어요, 우리.
[저자소개]
평생동안 귀여운 것을 수집하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좁은 집이 귀여운 잡동사니들로 가득해졌다. 더 이상 귀여운 것들을 들일 곳이 없자 스스로 귀여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말랑한 마음가짐과 둥글한 삶의 태도면 충분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진리를 믿는 중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매일 글을 쓰고 마음을 뱉으며 한뼘씩 자라는 중이다. 언젠가 작은 그늘이라도 생긴다면, 지친 누군가에게 한자리 내어주고 싶다.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는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잘 할수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발송되는 글은 <쓰고뱉다> 숙성반 분들의 글입니다. 오늘 읽으신 글 한잔이 마음의 온도를 1도 정도 높여주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댓글보러가기’를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 ‘커피 보내기’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주신다면 더욱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데 활용하겠습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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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신나
8주간 신박하고 귀여운 통찰의 글 잘 보았습니다! 주신 메시지처럼 삶을 좀 더 의미있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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