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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한 리뷰 뉴스레터입니다. 지난 주 <B-뉴스>를 휴재하고, 이번 <당신의 인사이트>의 경우 기존 발행 시간과 다르게 발행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됩니다. 이번 뉴스레터도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제 안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들이 어려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의 인사이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외출하거나 퇴근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올라타거나 길을 걷다 보면,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면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 중에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민폐를 저지르는 이들의 이야기도 있죠. 그러면서 우리는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저들에게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하고요.
단순히 타인의 행동뿐만이 아닙니다. 뉴스에서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런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면 나와 같은 생각과 태도를 지닌 사람들로만 가득한 세상을 꿈꾸곤 합니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말입니다.
애초에 세상은 조화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죠. 저는 최근 뉴스와 일상에서 ‘교양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접하거나,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을 하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서’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떠올리면서, 그동안의 제 바람이 부질없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죠.
세상은 나의 직관과 다르다

이 책은 한마디로 ‘혼돈에서 발견한 세상에 대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한 자연 과학자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진리와 더불어, 세상과 자신을 받아들이는 가장 올바른 태도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겨울서점’이 2021년 한국에 소개한 이래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이들에게 ‘인생 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부제인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만 보더라도 많은 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깊이 있고 문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저자 룰루 밀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룰루 밀러는 과학 전문 기자로서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글을 써 왔습니다. 그러던 중 개인적으로 연인과의 관계에 변화를 겪고, 동성인 여성에게 끌림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인생의 변화는 누구나 그렇듯, 룰루 밀러에게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어릴 적 과학자였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과학자인 나의 아버지는 일찍이 내게 ‘열역학 제 2법칙; 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가르쳤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할 뿐,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똑똑한 인간은 이 진리를 받아들인다.
똑똑한 인간은 이 진리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p.16
이러한 맥락에서 '혼돈'이야말로 진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진리입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조차도 세상에 대한 관찰이 정교해짐에 따라,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왜곡되어 그 왜곡된 공간을 따라 물체가 떨어지는 것임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과학적 사실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곤 합니다. 그러나 ‘열역학 제2법칙’만은 절대 불변의 진리입니다. 모든 것의 엔트로피(과학에서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는 증가한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엔트로피는 그 어떤 경우에도 감소하지 않고 항상 증가합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엔트로피입니다.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는 것은 곧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우주가 탄생했을 때 엔트로피는 0이었지만, 우주의 다양한 행성들이 만들어지면서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무질서도가 증가한다’고 표현합니다. 즉, 아무것도 없었던 상태가 가장 질서 정연한 상태라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룰루 밀러는 이러한 엔트로피 증가를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그 사람이 소파에 앉아 시리얼을 먹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그것에 대해 흥분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이를테면 사람들이 이메일 마지막에 겨우 키보드 네 번 더 누르는 수고를 안 하려고 머리글자 하나만으로 서명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를 짜증나게 하는지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
혼돈이 그 사람을 집어삼킬 것이다.
혼돈은 부러져 떨어진 나뭇가지나 질주하는 자동차, 총알 하나를 거느리고 밖에서 치고 들어가 그를 으스러뜨릴 수도 있고, 아니면 반란을 일으키는 그 사람의 몸속 세포들과 함께 안에서 박차고 나와 그를 해체해버릴 수도 있다. 혼돈은 당신의 화초를 썩어 물러지게 하고, 당신의 개를 죽이고, 당신의 자전거를 녹슬게 할 것이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부식시키고, 가장 좋아하는 도시를 무너뜨리고, 당신이 간신히 쌓아올린 모든 성스러운 장소를 폐허로 만들 것이다.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 하는 시기의 문제다.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과학자인 나의 아버지는 일찍이 내게 ‘열역학 제2법칙’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가르쳤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할 뿐,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말이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p.15~16
룰루 밀러에게 삶의 큰 변화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어릴 적 아버지의 말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그녀는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인생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데이비드 조던 스타’는 생물들의 발현과 진화 과정을 밝히는 일을 자신의 신성한 사명이라 여기며 평생을 바친 인물이었습니다. 과학 기자였던 룰루 밀러는 그의 삶이 자신의 인생 변화와 혼란에 대한 답을 주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일생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데이비드 조던 스타에 대한 탐구는 룰루 밀러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분류학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생물 분류 체계 확립에 분명히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바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어류라는 단일한 개념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비유를 제시합니다. 그중 하나가 폐어와 연어의 차이입니다. 겉보기에는 폐어와 연어는 서로 유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폐어는 허파를 지니고 있어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호흡할 수 있으며, 심장 구조는 연어보다 소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반면 연어는 아가미로 호흡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종들 중에는 오히려 육상 생물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균류라는 독립적인 생물계에 속하며, 흙에서 광합성을 하는 대신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점에서 사실 동물에 더 가깝습니다. 고래와 돌고래를 물고기라고 부르지 않듯이, '물고기'란 하나의 단일한 종이 아니라, 다양한 종들이 물속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결과일 뿐입니다.
자연도 그렇고, 삶도 방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마도 “세상에 물고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라며 놀라움과 함께 반응할 수도 있겠죠.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삶을 추적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것은 바로 삶에는 특정한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자연에는 진화의 방향이 있었다고 생각했던 데이비드 조던 스타와 당시의 진화생물학, 분류학자들의 생각은 틀렸던 것입니다.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생각은 결국 그를 우생학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는 우생학에 기반하여 인간 선별 사상을 주장했고, 장애를 가진 이들, 특히 정신장애인들을 인류 발전에 퇴보를 가져오는 존재로 여기며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심지어 데이비드 조던 스타가 연구하면서 붙었던 생물분류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직관으로 인한 오해 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일생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인간의 직관이 얼마나 무의미하며 큰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지를 절감했습니다.
글의 초반에 룰루 밀러는 자신의 연애와 동성에게 느끼는 끌림으로 인해 깊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기존 인간의 직관에 따르면 룰루 밀러는 그 직관에 어긋나는 존재처럼 비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올바른 것'에 대해 이야기해왔기 때문이죠. 룰루 밀러가 그런 고민을 한 것 역시 옳고 그름에 대한 세상의 기준을 끊임없이 주입 받았기 때문입니다.
룰루 밀러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그녀의 언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진화 개념에 따르면, 이러한 존재는 인류를 퇴보로 이끄는 존재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룰루 밀러가 내린 결론은 '자연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자연은 자체가 순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조던 스타의 분류학은 모든 종이 순수하고 최고를 향해 발전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으나, 그의 직관은 사실 틀린 것이었습니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p.267
이 책을 통해 혼란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돌아보다

룰루 밀러가 내린 결론은 최근 제가 경험했던 불쾌한 감정들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선과 악, 혹은 교양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명확히 나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저는 본능적으로 정돈된 상태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세상은 정돈된 것이 부자연스러우며, 오히려 혼돈스러운 상태가 본질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배경에서 성장하지도, 같은 것을 보고 생각하지도 않기에, 서로 다르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도 말이죠.
인간은 본래 무엇이든 분류하고 체계화하려는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에서 그러한 욕구가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는 결국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고, 비슷한 것끼리 묶으려는 경향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이를 마주했을 때 불편함이나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간접적으로 내용을 전달 받는 것보다 직접 읽을 때 훨씬 더 큰 감동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문장은 읽는 이의 마음을 깊이 위로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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