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방탄소년단이 그리워서 쓰는 글

RM의 고민에 대한 답은 ‘아리랑’도 아니었다. 대신해서 답을 찾아주고 싶을 만큼 지금 방탄소년단은 절박해 보이지만, 역시 본인들 외에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2026.03.31 | 조회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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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그리워서 쓰는 글

 

빅히트 뮤직 제공
빅히트 뮤직 제공

지난 3월 27,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방탄소년단(BTS)의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THE RETURN)’은 일곱 명의 멤버가 바닷가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팬들은 무척 반가워하고, “완전체 맞아? 인원 세봐라며 감격스러워한다. “, 댓글 나왔다, 댓글.” 오랜만에 켠 완전체 라이브 방송에서 마주한 팬들의 댓글에 멤버들 또한 반갑고, 신이 나서 정신없게 움직여대는 멤버들의 모습에 리더 RM은 이렇게 한탄한다. “시작하자마자 개판이구만.” 이 말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팬들을 단숨에 환호하게 만든다. 우리가 아는 방탄소년단이 돌아왔다는 신호. 요란하고, 명랑하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사람들. 거침없고, 유쾌한. 팬들이 다시금 현실에서 완전체 방탄소년단을 맞이하게 됐던,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다큐멘터리의 오프닝으로 손색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앨범 작업을 하는 과정을 힘들다고 고백하는 멤버들에게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라고 RM이 이야기하는 그때, 다큐멘터리는 방탄소년단이 크게 성공을 거두고 외신에 대서특필되며 화려하게 빛나던 몇 년 전 모습으로 급격히 전환된다. 2분 여의 시간 동안 화면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 그룹인지, 둘째, 입대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지워주었는지, 셋째, 제대가 그들에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더 큰 부담을 지워주었는지. 고작 2분이라는 시간 동안 압축된 영상을 마주한 시청자는 그들의 새 앨범 아리랑이 왜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는지 단숨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아닌 BTS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되면서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었다. 국가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세계 시장에 한국인으로서 거둔 성취를 알릴 수 있는 위치가 되었고, 어쩌면 임무라고 할 만한 것도 생겼다. 지난 시간을 복기한 후에 이어지는 장면은 아리랑을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워하는 방탄소년단, 아니 BTS 멤버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바다에서와 달리,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도약을 위한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우리가 방탄소년단에게 닥친 고통을 마주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창작의 과정이 힘든 게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조차도 자신들에게 놓인 고통의 시간을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통의 시발점이 어디였는지 되짚어보면, 화면 속에서 마주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모습은 왕관의 무게라는 한 단어로 갈음하기 어렵다. 그들이 겪는 고통의 난도는 지나치게 높다. 민요 아리랑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뷔가 내뱉은 한마디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요약한다. “한국인 기준점으로 봤을 때, ‘이 새끼들 완전 그냥 국뽕으로 가려고 작정을 했다이게 불편한 감정으로다가올 수 있다고 말하는 뷔에게 크게 공감하는 멤버들은 무려 국가의 자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뽕을 우려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팬들의 호불호보다 같은 뿌리를 지닌 국민들의 호불호를 먼저 우려해야 하는 이 팀의 위치는 블랙 코미디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아가 연예인을 동경하다 못해 우상화하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사회의 계급화에 큰 몫을 하는 한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순간을 방탄소년단이 목도하게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계급에 응당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강한 압박 아래 놓여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구간들은 오랫동안 한결같은 멤버들의 모습이 드러날 때 만들어진다.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다가 너무 괴롭다고 한탄하는 RM, 자신의 별명인 월드와이드핸섬이 쓰인 티셔츠를 당당하게 입고 있는 진, 기타를 연주하며 즐거워하는 슈가, 어릴 때 모습을 보며 러브 유, 제이홉!”이라며 과거의 자신을 긍정하는 제이홉, 부산 사투리를 쓰며 털털하게 장난을 치는 지민, 곡이 잘 나오지 않아서 불안함을 토로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경치 좋다며 엉뚱하게 분위기를 풀어버리는 뷔, 걱정이 많은 멤버들에게 자신 있다며 당차게 말하는 정국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변함없는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는 ‘BTS’대한민국에 가려져 있던 청년들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래서 서글프다. “유치하다는 평을 들었을지언정 그 어떤 팀보다 유쾌하고 명랑해서 즐거움을 주었던 청년들이 거대한 팬덤, 국가와 기업의 부지런한 우상화 앞에서 어떻게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랑은 과도하게 주어진 권력과 불안에서 출발한 욕망, 그것들이 어지럽게 합치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 안타까운 작품이다. 매우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으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현재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의도했든 아니든, 타이틀곡 스윔(SWIM)’이 품은 메시지의 진정성도 거기서 나온다. 자신들끼리 꿋꿋하게 즐거워하고, 꿋꿋하게 위로하며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그들에게는 정말로 헤쳐나가야 하는 거대한 삶과 같았기 때문이다. “? 내 생각보다 방탄도 이제 갔네, 그런 얘기 안 들어야 할 거 아냐.”, “그냥 즐겜으로 해야 하나? 그냥 즐겜, 즐겜할까요? 타이틀이고 뭐고.” 등 많은 이야기들이 그들의 고뇌를 증명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와닿는 말은 진의 솔직한 고백이다. “저는 제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성공했어요.” 어떤 말도 이 한마디보다 무거울 수 없다. 이보다 더 적확하게 그가 처한 상황을 드러내는 말도 없다.

 

현재 아리랑에 쏟아지는 반응은 유독 극단적이다. 누군가는 뜨겁게 극찬을 하고, 누군가는 민요를 왜 활용했는지 모를 정체성 불분명한 앨범이라고 말한다. 이는 초대형 IP를 보유한 한국이라는 나라와 하이브라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욕망, 그리고 광화문이라는 열린 공간에 출입을 통제당하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의 분노 등이 엮이며 나온 혼잡한 결과다. “딱 한 가수로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긴 해요.” 정국의 말처럼 사람들이 그들을 가수로만 볼 수 있는 때가 과연 올까. “여러분이 몇십 년에 한 번 나오는 아이코닉한 가수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그것이 하필 한국 가수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어요.” ‘아리랑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단호한 모습을 마주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눈빛은 착잡하고 무겁다.

 

빅히트 뮤직 제공
빅히트 뮤직 제공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들은 나이를 먹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음악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무거운 짐을 지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기대한 적은 없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버터(Butter)’처럼 무조건 밝고 경쾌한 음악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스윔이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불렀던 노래들과 장르가 전혀 다른, “평양냉면 같은맛인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방탄소년단이 가장 방탄소년단답길 바라는 것뿐이다. 다큐멘터리에 삽입된 그들의 자체 콘텐츠 ‘방탄밤’ 속 어리숙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 때처럼 마냥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지닌 명랑함 만큼은 잃지 않아야 한다. 과거에 머물라는 뜻은 아니지만, 꼭 기억할 만한 과거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듯.

 

이것저것 알아내려 하고 있어요. 우리를 특별하게 BTS로 만드는 게 뭔지요.” RM의 고민에 대한 답은 아리랑도 아니었다. 대신해서 답을 찾아주고 싶을 만큼 지금 방탄소년단은 절박해 보이지만, 역시 본인들 외에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리스너들 입장에서는 가수가 새로 발표한 2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1집을 들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그들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일해온 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는, 방탄소년단의 2집도, 3집도 듣고 싶다. 어쨌든 응원을 보낸다. 그들이 과도한 무게에 짓눌리지 않던 시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아서.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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