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코르티스(CORTIS) 좋아하세요?

호기심 많은 ‘올크크’ 내지는 ‘늙크크’들은 ‘영크크’에게 부득이하게 계속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코르티스 좋아하세요?

2026.05.14 | 조회 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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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티스 좋아하세요?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첫 번째 앨범 타이틀은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COLOR OUTSIDE THE LINES)’이었다. ‘선 바깥으로 색을 칠하다’는 뜻의 이 제목은 타이틀곡이었던 ‘왓 유 원트(What You Want)’의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또렷해졌다. ‘이마에 피도 안 말랐을 때 계획한 행보’를 따라 ‘바라던 걸 찾아 집을 떠나’는 소년은 ‘마치 하마’처럼 모든 것을 들이마실 준비가 되어있었다. ‘돈, 멋, 명예, Love and what? / Take what you want’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내고, 그 지향을 따르기 위해 씩씩하게 길을 나선 사연은 과연 선 밖으로 벗어난 치기 어린 소년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선 바깥의 소년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던 게 분명하다. 같은 앨범에 실린 패션(FaSHioN)’이라는 다소 엉뚱한 가사로 이루어진 곡은 선 밖으로 나온 소년들이 장착하고 있는 자신감에 찬, 자유분방한 애티튜드 그 자체를 보여준다. ‘내 티 5 bucks / 바지는 만원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패션은 구제 물건이 가득해서 만 원이면 바지를 구입할 수 있는 동묘와 그곳에서 산 옷을 입고 친구들끼리 모이는 홍대 언저리를 간결한 가사 안에 담으면서 젠지의 현재를 공감각적으로 입체감 있게 살린다. 구제 시장 특유의 오래된 물건 냄새와 담배, 향수 냄새 등이 섞인 홍대의 거리 냄새가 하나의 곡 안에서 살아나고,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코르티스 멤버들의 나이대와 그들이 즐기는 콘텐츠들을 실감하게 했다.

 

왓 유 원트는 사실 K팝 신 안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청춘의 테마를 코르티스 식대로 표현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단번에 눈길을 끄는 곡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 온갖 감각을 생동감 있게 살려놓은 패션은 달랐다. 유치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그 말인즉슨 돌려 말하는 것 없이 직관적인 곡이라는 뜻이었다. 동묘에서 모여 옷을 사고, 홍대에서 모여 놀던 소년들은 결국 청담동 한가운데까지 spreading out’, 즉 부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는 화려한 동네까지 뻗어나간다. 이는 코르티스가 구제 시장을 거니는 청춘이면서, ‘LA에서 앨범을 끝내고 멋있게 돌아오는 유명 아이돌이기도 하다는 점을 동시에 상기시킨다. ‘패션의 뒤를 이어 코르티스의 캐릭터를 굳힌 곡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 줄여서 영크크라고 불리는 곡은 복잡한 서사를 완전히 걷어내고 재미있는 말장난에 가까운 농담들로 257초를 채운다. 여기서도 등장하는 미국의 존재는 코르티스가 굉장한 자본력을 지닌 하이브라는 회사에 소속된 아이돌임을 강조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하지만 코르티스는 이와 동시에 새깅맨’, ‘감튀남들이 결성한 영크크가 동묘와 홍대 인근을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결국 미국이든 한국의 어딘가든 코르티스는 존재하고 있다는 소리다. 동시에 지구 반대편의 공간에 존재하기. 음악을 통해 코르티스는 분리된 공간의 벽을 쉽게 부순다.

 

영크크의 대척 지점에 서 있는 존재로 올크크(올드크리에이터크루)’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로 채워진 곡이라는 이유로 유명해진 영크리에이터크루의 요점은 사실 다음 한 줄에 담겨있다. ‘하마생활 반년해도 여전히 난 배고파 / 종합운동장에 서서 듣고 싶어.’ 데뷔곡 왓 유 원트에 등장한 하마가 선 바깥을 칠하기 위해 길을 나서서 잠실 종합운동장을 목표 지점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곡이 바로 영크리에이터크루. 그러니 이 문장을 찾아내면 코르티스의 핵심에 다다른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맥락 없는 말들로 겨우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비판하더라도, 그 맥락 없음의 기저에서 실은 그 어떤 아이돌들이 제시하는 세계관보다 현실적인 젠지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 덕분에 패션이나 영크크’, 나아가 가장 최근에 이들이 발표한 레드레드(REDRED)’의 음악적 완성도가 높으니 낮으니 하는 평가에서 코르티스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2026년을 즐기고 있는 10대와 20대 초반 청년들의 세상이다. 세계관은 없어도 그들만의 세상은 있고, 그 세상은 지금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세대 일부의 것이다. 사회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코르티스가 만들어낸다.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레드레드역시 특별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절절한 구석이 돋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앞에서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누군가들에게 레드 카드를 내밀고 싶다. 팔랑귀처럼 줏대 없이 흔들리는 이들은 경계 1순위다. 계속 허기를 느끼며 성공을 좇는 코르티스에게 그런 태도로 살아가는 인생도 경계 대상이다. ‘누군가 싫어할 짓 알 바가 아니여라는 가사나 도가니’, ‘궁뎅이같은 단어는 어떤 이들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유발하지만, 내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싶고 남의 눈치를 보기 싫은 세대에게는 그 불편과 불쾌감이 재미이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이 노래는 지금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 말인즉슨, ‘올크크중 어떤 이들도 레드레드를 들으며 해방감을 느끼거나 이제는 멀어진 자유와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고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런 의견이거나. “코르티스의 인기에 대해 어떤 말도 얹지 않기로 했다. 나는 늙크크이기 때문이다.” 30K팝 여성 팬이 한 말이다. 아무리 코르티스가 자유, 해방 같은 멋진 가치를 설파하는 그룹이더라도 어느새 나이를 먹으면서 그 가치의 반짝임을 느끼기 어려워진, 영크크에서 철저히 배제된 세대가 존재한다. 심지어 이 여성처럼 “‘올크크보다 늙크크가 맞는 듯하다고 보다 적나라한 표현을 써서 본인의 입장을 피력하는 경우까지 생겨난다. 그의 말처럼 윗세대의 감상은 코르티스의 인기를 설명하는 데에 별 쓸모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 하마처럼 세상을 삼키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코르티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또래에게서 찾을 수 있던 때가. 그러니 앞으로 코르티스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호기심 많은 올크크내지는 늙크크들은 영크크에게 부득이하게 계속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내심 설득 당하고 싶은 욕망을 담아서. 코르티스 좋아하세요?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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